배전 사업부제 논의 한전이 중심에 서야

내부 개편 문제인데 외부 간섭 너무 많아
공공적 기능 강화하는 사업부제 이뤄져야
노조 경영참가부분 미해결이 가장 아쉬워

어느덧 전국전력노동조합 김주영 위원장의 3년 임기가 다 돼 간다.
단풍이 드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알았고, 올림픽대로에 개나리가 활짝 핀 모습에 봄이 왔음을 알았다며 3년이 그렇게 지나간 것 같다는 김 위원장. 그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 왔다. 내년 3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 불과 5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은 듯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처음 김 위원장이 신임 위원장으로 당선, 전력노조 본부에 발을 들였을 때 패기 넘치는 젊은 모습이 눈에 아련하지만, 이제 어느덧 까만 머리 사이로 흰머리가 제법 보이는 것을 보니 그동안 겪어온 고생이 어느 정도인지 느껴지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위원장은 참으로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한전의 배전부문 분할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기 위해, 그리고 조합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참으로 많은 결과를 얻어냈다.
조용하지만 강한 모습으로 전력노조를 이끌어온 김 위원장. 그런 그가 배전부문 사업부제 추진과 관련해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한전의 배전 부문 사업부제는 한전 내부적으로 조직 개편을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이렇다 저렇다 간섭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간섭이 배제되고 한전 중심으로 사업부제가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업부제의 향후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일단 논의의 전제조건부터 먼저 언급했다.
그리고 사업부제가 어떻게 돼야 한다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밝히면서도, 가장 중요한 논의의 원칙은 제시했다.
“한전은 공기업입니다. 따라서 사업부제의 기본 방향은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즉 공기업인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된다는 의미죠.”
김 위원장은 이윤과 효율성의 문제보다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직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이 주된 모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경쟁을 통해 돈을 더 벌어들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경쟁을 이뤄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사업부제 추진과 관련해서는 조합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며, 연구용역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이와 같은 표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공동연구단의 사업부제 추진 연구결과에 대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내 비쳤다.
“과연 사업부제가 최상의 방법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통합 상태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민영화가 전제돼지 않은 사업부제는 지금의 내부평가와 다를 바가 없거든요.”
즉 김 위원장은 현재의 한전에서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조금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조직을 개편하기는 쉬워도, 문제가 발생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며 신중하게 진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여기다 김 위원장은 발전부문의 통합도 당장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조합에서 제기했던 많은 부분들이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구조개편을 통해 성과가 나왔다는 부분은 단지 숫자놀음이 불과합니다. 그 성과는 허구라고 봅니다. 따라서 발전이 당연히 한전으로 통합돼야 하며, 특히 계통운영 부분도 당연히 한전으로 이관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공기업 형태에서 분할 민영화하는 정책을 편 나라는 호주 빅토리아주 1개 주에 불과하다며, 세계 각국의 구조개편은 우리나라와 환경자체가 틀리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즉 무리하게 짜 맞춰 놓으니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는 것.
한편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김 위원장은 선거시 제시했던 공약들의 이행사항과 관련,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고 하면서도, 노조의 경영참가부분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조합의 경영참여 문제를 진행하다보니, 이사 선임의 건 등 한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경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참여정부 하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우선 공기업부터 분리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판단됩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전이 정부가 주인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정부는 대리해서 한전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것이지 절대 주인은 아니라는 것.
“정부가 공기업에 대해 지나친 간섭을 함으로써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고 있습니다. 공기업의 자율경영, 책임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합도 많은 노력을 펼칠 계획입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 100% 만족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사심없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생각의 뒤에는 규약 개정 95% 찬성, 단체협약 80% 이상 찬성 등 조합원들의 참여도 및 신뢰가 많이 높아진데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선거공영제를 도입하고, 본부-지부 동시선거를 실시키로 하는 등 현 집행부의 프리미엄을 모두 버렸지만 ‘노조가 민주적이면서도 비민주적이었다’는 비판을 벗어 던질 수 있게 돼 더욱 기쁘게 생각한다는 말도 남겼다.
“조합은 있는 듯 없는 듯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늘 투쟁만 하는 것도 아니고…. 조용할 때가 가장 잘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 합니다. 노조가 시끄러우면 그만큼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다. 물 흐르듯 흐르는 것이 노동조합이라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