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기술분야 우수두뇌 정부진줄 늘려야

이공계 특히 전기공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국가 기반 산업인 전력산업에 인재난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공계, 전기공학계에 우수한 인재들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인가? 마냥 학생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지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일어난 원인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보자.


이공계, 특히 전기공학도 양성을 위해 정부·학교·업체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배전분할·전력산업구조개편·전력직접부하제어사업 등 전력산업 전반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중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를 만나 전력산업의 전망과 전기공학도 양성방안에 대한 해답을 들어봤다.


이공계 지원자에게 인센티브 부여 방안 모색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지체업는 시행 필요


▲전문가의 관점에서 2002년 전력산업을 평가해주시고, 2003년 전력산업 전반에 대한 전망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전력산업 전반을 논하는 것은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며, 큰 의미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 알고 있고, 관심을 두는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타당할 듯 합니다.

2002년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많은 것이 이루어졌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 진척도가 사회적 저항요인 때문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은 계속 진척되어야 합니다. 재검토 등 새로운 논의와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 속도가 저하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작은 구멍가게도 이사하려면 며칠간 몸살을 앓습니다. 하물며 전력산업이라는 거대한 산업에서 문제가 없을 수는 없지요. 그렇기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기되는 논의들 때문에 그 부작용들이 더 커질까 우려됩니다. 구조조정 필요성 인식의 확대가 시급합니다. 그렇게 필요성이 폭넓게 인식되면 효율적으로 시행하라는 요구들이 커질 것입니다.

2003년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은 결론적으로 말해 빠르게 진척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새로운 정부의 의지가 문제가 되겠지만 연속성이 필요하고, 또 그럴 것으로 예상합니다. 개혁·개방을 목표로 하는 정권이니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미 구조개편은 멈출 수 없는 도도한 시대의 흐름입니다. 필요한 혼란이라면 겪을 수 있겠으나, 국제적 에너지 환경 변화 속에서 구조개편은 강행되어야 합니다.

▲이공계기피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이미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게 되었는데,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습니다.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해소책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볼 때 별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이공계 인력 확충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정부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생산을 무시한 산업의 발전은 없습니다. 특히 전력산업 등 기간산업의 인력은 대체 불가능한 산업으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인력이라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이공계 지망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장기적인 국가적 유도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시제도만 봐도 일본은 반 이상이 기술직이지만, 우리는 10% 정도에도 못 미칩니다. 또 대부분의 기술부서 주무관들은 행정직 출신입니다. 이런 현상은 문제가 있지요. 중국은 통치자 그룹이 기술자 출신 아닙니까? 기술분야에 우수두뇌가 모일 수 있도록 정부부터 시작해야 확산될 수 있습니다.

최근 민간업체에 이공계 출신들의 취업율이 높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대책이 되려면 정부의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공계에 대한 대접 없이 경쟁논리만 강조할 때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 향후 이공계 특히 전기공학도의 고급 인력양성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학의 경우에는 학부제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학부제는 분명히 장점이 많은 제도입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것이 대표적 장점이죠. 하지만 경쟁 없는 무제한의 선택은 방종을 부를 뿐입니다. 노력 없이 모두가 똑같은 대접을 받으려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닐뿐더러 질적인 퇴행만을 가져옵니다.

학부제는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가 구축된 후에 성과가 도출되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한 후에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그 선택을 유도할 책임이 학교에 있는 것입니다. 대학들도 스스로의 능력에 맞게 교육과정을 선택해야 합니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야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소위 인기학과라는 것으로 획일화되는 교육은 걱정스럽습니다.

▲전기공학뿐만 아니라 이공계를 진학했거나 진학을 준비중인 학생들에게 이공계의 장점과 향후 취업전망을 말씀해 주신다면.

―우선 전기공학이 오래된 전통학문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전기·전력분야는 모든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학문입니다. 전기·전력과 정보통신의 융합 분야 등은 앞으로 각광받을 분야입니다.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이 진행돼 경쟁전력시장이 완비되면 증권시장과 같은 시스템을 요구합니다. 정보통신분야의 기술이 있어야 전력정보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력의 수요는 무궁무진한데 공급이 딸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5∼10년 내에 전력분야의 고급인력이 각광받을 것입니다. 이를 학생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향후 한전, 거래소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전력도매·소매·중개 등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것이며 전문가들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이런 인식이 빨리 확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런 변화에 맞춰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말씀대로 전력산업은 최첨단 산업으로 비약, 발전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우선 충족돼야 이공계에 학생이 유입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력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업계에 대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전력업계들은 아직 ‘돈이 될 비즈니스를 찾는 눈’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가능성을 발견하고 투자하는데 미진하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정부에서도 시장만 마련하고 장사꾼을 불러들이는 데는 소홀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장사꾼이 몰리게끔 홍보하는 유도책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산업계에도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기업들은 각 개인의 가능성을 보고 채용을 결정해야 합니다. 다른 부수적인 조건을 넘어 능력이 취업의 기준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학생들도 주변의 눈을 너무 의식하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취업상담 중에 중소기업을 추천하면 “그 직장으로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기업의 실적이나 장래성보다는 기존 인식에 근거한 판단인 것이죠. 중소기업도 선택의 범주에 포함시켰으면 합니다. 과도한 대기업 선호는 사회적 낭비라는 생각이 일반화되길 바랍니다.

200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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