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추진 필요" vs "신중히 추진해야"

현정부 - "차기정부에서 도 일관되게 추진돼야"
인수위 - "망산업 특성상 독점 가능…재검토 필요"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간에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의견 차이는 이미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예견돼 있던 사안이다.

당시 노무현 당선자는 경선 후보 공약 사항에서 현 정부가 추진해온 공기업 민영화 중 전력·철도·가스 등 망산업에 대해서만큼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고, 이러한 견해는 지난달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심심찮게 표출됐다.

하지만 노 당선자 및 인수위에서 그동안 현 정부의 에너지산업구조개편 추진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표면상의 대립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 현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현황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전력 및 가스산업의 구조개편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자원부가 에너지 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구조개편과 민영화는 계속추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한 반면 인수위 측은 민영화를 계속 추진하기보다는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침으로서 양측의 의견 대립은 확연히 드러나게 됐다.


▲현 정부의 입장
현 정부의 에너지산업구조개편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원칙적 추진'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최근 산업자원부도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전력산업 및 가스산업 구조개편은 일관되게 차기 정부에서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자부는 전력 및 가스산업의 경우 민영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구조개편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추진의 일환으로 남동발전 매각도 원칙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매각 완료 후 다음 매각 대상 발전회사까지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전의 올해 추진계획에서도 남동발전 매각과 관련, 1차 제안서를 1월 22일까지 접수 마감하고 기업실사를 거쳐 2월 중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계약협상 및 계약체결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산자부는 에너지산업 구조개편과 관련, 시기와 방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분할 및 민영화를 통한 전력산업의 경쟁체제 확립이라는 구조개편의 본 취지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최근 발간된 '공공개혁백서'에서도 역시 정부는 한전, 가스공사 및 지역난방공사 등에 대한 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개혁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담고 있는 이 백서를 발간한 것은 현 정부의 정책이 정당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차기정부에서도 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간접적으로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측 입장
우선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해 4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경선 후보자간 TV 토론회에서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찬성하지만 산업기술상 독점적인 성격이 강하고 통합에서 오는 이익이 크며, 사회 연대를 보장해야 한는 전력과 철도 등 망산업에 대해서는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또한 대통령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노 당선자측 선거운동본부에서는 전력노조의 '전력산업 분할·사유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에 대해 "노 후보가 김영삼 정부 이후 검토되고 현 정부 집권 초기 IMF위기 상황에서 전면화한 망(network) 산업의 민영화 정책을 재검토하고, 사회적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는 점을 밝혀왔다"며 "향후 구조개편을 검토함에 있어 전력소비량의 변화 추이,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 남북관계의 전망 등에 대응하는 우리 전력산업의 준비가 필요하며,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제고, 사회 전반의 민주화에 조응하는 이해갈등 조정구조의 재구축 등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배전부문 분할과 관련해서는 "배전 분할 역시 전체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일부라는 점에서 독립될 수 없는 사안으로 배전 분할은 지역간 요금 차등 등 사회적 갈등의 사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양방향 분할경쟁체제를 상정하지 않는 한 배전 분할을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히고 "특히 배전망은 사실상 자연독점 영역이어서 현재의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노 당선자의 입장들이 과연 대통령 당선 후 새 정부에서 현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며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대선 이후 여타의 의견도 정확히 제시하지 않아 의문은 계속 증폭됐다.

그런데 최근 산자부 업무보고와 관련, 대통령직 인수위가 입을 열었다.

인수위의 견해는 망산업 관련 공기업들의 민영화는 효율성과 경제성만으로 판단해선 안되며, 공익성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 특히 망산업 특성상 독점으로 흐를 수 있고, 민영화로 자칫 전기요금 인상 등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재검토가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차기 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한 확정된 결론이라 볼 수는 없지만 그동안 노 당선자의 견해와 비춰 볼 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발언이라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노 당선자의 경제 공약 입안에 참여했던 김효석 민주당 제2정책조정위 위원장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민영화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신중하게 다시 한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인수위 견해에 더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향후 전망
원칙적 추진이냐, 아니면 전면 재검토냐. 차기 정부가 어떠한 방안을 선택할지는 아직 안개속이다. 이번 선택은 노 당선자측으로서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는 분석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현 정부와 차기 정부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용이면 관련산업노조의 반발이, 재검토 후 수정이면 정책일관성 결여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이어질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계에서는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추진돼 온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시기로, 그동안 시행에 따라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구조개편 철회 또는 수정, 원칙 추진 등 결론을 떠나 이 시점에서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재논의는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많다.

특히 배전분할과 관련,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되고, 신설 배전회사들의 수익성 문제, 지역차별 문제 등 추진을 하더라도 정부에서는 위험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전에서 올해 추진하게 될 내부경영체제인 사업부제를 통해 공기업체제 안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부에서 민영화를 유보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력산업구조개편이 현 시점에서 중단될 경우 그동안 추진에 소요된 비용과 시간,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난 만큼 다소 시간을 늦추더라도 배전분할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차기 정부의 향후 경제 정책에 대해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선택. 과연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추진방향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수용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결론을 떠나 이 시점에서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200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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