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한전 도움 절실히 필요
한전 배전처 김대한 과장

한전은 아직 전장의 포연이 가라앉지 않은 이라크 아르빌지역에 6명의 전력조사팀(배전 2명, 송전 2명, 중부발전 2명)을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일까지 24일간 파견해 이라크의 전력상황과 전력계통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이 기간 동안 이라크 아르빌에서는 자이툰 부대 주둔지역에 로켓포 탄이 떨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한전 배전처 우크라이나사업팀 김대한 과장이 생생한 이라크 조사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주>

“윙윙윙~~~~”
요란한 비행기 엔진소리에 바로 옆 사람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현재시간 오전 8시. 드디어 이라크로 들어간다.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로 가기 위해서는 쿠웨이트에서 C130 수송기를 타고 가야만 한다.
이라크에 착륙할 때는 저항세력의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전략비행을 하기 때문에 심하게 요동치는 바이킹을 탄 것 같은 느낌이 난다고 해서 모두들 잔뜩 긴장이다. 아니 솔직히 총탄이 난무하는 전쟁터에 들어가려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난생 처음 타보는 수송기는 영화 속의 그것처럼 우울하기 짝이 없다. 발아래 멀리 보이는 엷은 황토색의 땅은 황량하게만 보인다.
5분여간의 전술비행을 마치고 아르빌에 착륙한 우리 일행을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밝게 웃고 있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 김 소장님과 정 부소장님, 그리고 드넓은 광야였다. 총을 파지한 한국군과 현지 무장경호원들이 섞여 있어서 전장의 긴장을 한껏 돋우었다. 이렇게 이라크에서의 첫 날이 시작됐다.
아르빌 지역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전력상황이 좋지 않았다. 제한송전과 잦은 정전, 그리고 낮은 전화율. 한국의 60년대 후반과 상황이 흡사하다. 연간 강수량이 약 400㎜로 오로지 겨울에만 집중되고, 날씨도 무더운 탓에 자동차에는 에어컨이 필수적이고, 관공서, 병원은 물론 집집마다 에어컨 설치가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인구유입과 신규건축의 증가로 전력수요는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전력공급원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관공서, 병원, 펌프장 등 필수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정은 하루 10시간이하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아르빌 시티 외곽지역은 물론 시내에 조차 아직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부락이 허다했다.
우리의 카운터 파트너인 산업전력부 공무원들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전원확보를 꼽았다. 하지만, 아르빌 내에는 29MW급의 디젤 발전소 한 곳만 존재할 뿐이고, 대부분을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나마 작년에 국가송전망에 연결되면서 사정이 나아졌다고 한다.
KRG지역에 그린라인이 형성된 1991년 이후, 체계적인 유지보수와 신규설비 확충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132kV 송전선, 33kV 변전소, 11kV 배전선로, 3상 주상 변압기 등 송배전 계통이 낡고 노후해 대부분 과부하 상태이다. 해외원조기관에서 전력사정 개선을 위한 계획을 세워 시행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상태다.
KOICA와 아르빌 산업전력부의 전폭적인 협조로 우리의 전력계통 현지조사활동은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Hushyar Aziz 전력부 장관과 발송배전 국장들과의 회의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아르빌에서는 한국의 발전된 전력기술과 노하우를 절실히 필요로 했고, 하루빨리 한전의 기술자들이 현지에 와서 KRG 지역 전력상황 호조를 위해 본격적인 업무를 착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축구공을 차며 뛰노는 어린아이들, 염소와 양무리를 돌보는 목동, 히잡과 차도르를 덮어쓴 여인네들, 저 멀리 지평선까지 이어진 노란 밀밭과 휴일 숲속에서의 축복스러운 결혼식, 주요 길목의 체크포인트에서 손을 흔들어 주는 쿠르드 군인들. 외관상 조용하고 평화롭게만 보여진 아르빌은 우리 조사단의 맘도 흩트려 놓아 때론 무겁고 답답한 방탄복과 방탄모를 벗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우리가 숙식하고 있던 자이툰 부대로의 로켓포 야간공격은 부대원은 물론 우리 조사단 일행의 맘까지 일순간에 긴장상태로 몰아넣었다. 때문에 산업전력부와의 마지막 일정을 취소하고 3주 동안 정들었던 카운터 파트너들과 변변한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귀국일정에 따라 군수송기에 겨우 몸을 싣고 이라크를 빠져 나왔다.
총 24일간의 일정으로 시작한 이라크 아르빌 지역의 전력계통 현지조사를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마치고 인천에 안착해서야 전문가 6명 전원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제 한국도 OECD의 일원으로서 국력이 신장된 만큼, 우리의 발전된 기술로 세계를 위해 일해야 할 사명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이라크 아르빌 현지에서 한국을 대표해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막중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시는 이라크 아르빌 총영사님, 참사관님, 서기관님, 사단장님과 부대원들, 그리고 우리 조사단의 모든 일정과 편의를 일일이 챙겨주신 KOICA의 김 소장님, 정 부소장님께 감사드린다.
살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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