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참여는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 세계적인 배전 기술 홍보에 자부심

늦은 시각 쿠알라룸프루에 도착하여 호텔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을 통해 내다본 말레이시아는 오래된 고향을 찾은 듯 매우 정감 있어 보였다. 호화롭진 않지만 잘 정돈된 느낌, 시골 마을 같은 푸근한 느낌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하룻밤을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아침 일찍 일행과 함께 전시장으로 향했다. 올해 새롭게 지어졌다는 전시회장은 쿠알라룸푸루 시내중심가의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타워 옆에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개최된 이번 전시회는 한국전기산업진흥회 주관으로 한전을 포함한 13개의 한국기업이 참여했고, 세계적으로는 다국적기업인 ABB, Schneider 등을 포함해 21개국 251개 업체가 참여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최신기술에 대한 정보 및 자료를 수집하는 축제와 같은 행사였다. ‘ASEAN ELENEX 2005’ 전시회라는 명칭에 걸맞게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이 같은 동양인이기에 낯설지 않았고 마치 이웃에 온 것 같은 느낌, 바로 세계는 하나라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첫날 오전은 전시물품을 설치하고, 오후에는 쿠알라룸프루 시내를 둘러보았다. 말레이시아는 5년마다 각 주의 왕이 국왕을 차례로 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쿠알라룸프루 시내 또한 많은 차량이 거리를 가득 메웠지만 서울처럼 복잡해보이거나 바빠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이런 것들이 말레이시아의 문화와 습관, 그리고 꾸준한 성장배경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날부터는 본격적인 전시회가 시작됐다. 각자의 부스에서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자기회사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안내책자와 기념품을 들고 이 부스 저 부스를 돌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회사도 보인다.

우리는 배전자동화 외 최신 배전기술을 전시하며 한전의 우수한 기술력을 홍보했다. 사실 전시회 참가 차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내 스스로는 많은 의문점이 있었다. 전시회에 참가해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의 고객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해외사업에 있어서는 해외국가 전력관련사이기 때문이기에 고객은 극히 한정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전시회가 시작한지 하루 만에 나의 이런 의문점은 스스로 풀려버렸다. 우리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보고 놀라는 관람객들, 한전의 참여에 전시회의 위상이 격상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전시회 주최 측, 그리고 국내 기업에게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된다고 지속적인 참여를 부탁하는 참여기업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볼 때 한전의 참여는 다름 아닌 한전 스스로의 위상 강화였으며, 국내기업에 대한 또 다른 지원이었고, 잠정적인 시장개발을 위한 작은 시작이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전 뿐 아니라 국내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개척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대에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은 각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해외전시회 참여는 이런 측면에서 단기적인 홍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잠정적인 고객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그 의의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해외전시회 참여를 통해 경쟁기업의 기술력을 파악할 수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 기업이 추구해야 할 제품개발의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의 경우 매년 수차례 지속적으로 전시회에 참여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효과가 미흡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효과가 배가되고 있으며, 수년전 만났던 바이어들이 지금도 상품단가 문의 및 주문을 한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전시회 참여는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는 4일간의 전시회 기간 동안 말레이시아 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1만 4000여 명의 크고 작은 기업인과 바이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자신의 상품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으며 세계는 하나라는 친근감이 동시에 배어 있었다. 나 또한 그들이 전혀 낯설지 않게 생각되었고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으며 우리의 배전기술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전시회를 통해 홍보했다는데 큰 자부심을 느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적극적인 세계화 전략 속에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전술로써 세계 속에 우뚝 솟은 대한민국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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