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에 대한 소모적 논쟁과 대립 지양해야


-미래 에너지 강국 건설위한 생산적 협력 절실-

국제유가 폭등으로 인해 국내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올 여름 폭염은 유난히 뜨거웠다. 문제는 이 같은 유가 폭등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고 에너지 수입을 위해 막대한 외화를 매년 지출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렇다할만한 뾰쪽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 확보는 국가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에너지 안보확보를 위해 가히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확보를 위해 원자력발전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치솟는 유가에 일희일비해야만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이미 기존원전 33기에 대한 20년간 추가 계속운전을 승인하였고 출력증강을 통해 100만kW급 대형원자력발전소 4기에 해당하는 설비용량을 신규원전건설 없이 추가로 확대하였다. 최근에는 원자력분야에 대해 획기적인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는 에너지법을 공표함으로써 신규원전 건설의 기폭제를 마련하여 가까운 장래에 미국에서는 다수의 원전 건설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발전 점유율 80% 이상으로 전체 수출액의 8%를 전기수출로 올리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도 2020년부터 매년 유럽신형원전(EPR) 1~1.5기를 건설하여 20년간 원전 30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아시아지역에서도 중국이 경제발전에 따른 심각한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30기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는 등 의욕적인 원자력발전 확대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20기를 운영하여 총 생산전력의 약 40%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고유가의 높은 파고 속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은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배출계수가 약 100배가 작고 석유에 비해 80배가 작아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청정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원자력에 대한 오해와 불신으로 인해 신규원전 건설사업이 지연되고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건설사업이 장기간 표류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경주시가 전국에서 최초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유치를 신청하였고 몇몇 지역에서 적극적인 유치신청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늦게나마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지금은 원자력에 대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과 대립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 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생산적인 협력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의 외국사례를 보면 오랫동안 환경운동에 앞장서온 저명인사들조차도 원자력을 지지하는 쪽으로 신념을 바꾸고 있는 추세이다. 영국의 환경운동가인 제임스 러브록 교수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전 세계는 온난화로 인한 환경재난을 피하기 위해 원자력발전 확대를 조속히 추진해야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또한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설립자인 패트릭 무어도 원자력 사용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원자력은 일반적인 우려보다 안전하며 많은 장점과 가치를 지닌 에너지원이다. 뚜렷한 대체 에너지원이 없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원자력은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이번 만큼은 외부의 간섭없이 지역주민 스스로의 현명한 판단에 의해 지난 20년간 표류해온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유치사업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약력>
한수원 영광원자력 제1발전소장 (2003.12~2004.12)
한수원 발전본부 발전처장 (2005. 1~현재)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동경센타 이사(現)
미국원자력발전협회(INPO) 국제자문위원회(IPAC) 위원(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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