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과 국제경쟁력 강화


우리나라에서 제조물책임법이 2002년 7월 1일 시행되어 이제 만 3년이 지났다. 계도 및 홍보의 기간이 지나고 바야흐로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제조물책임법에 관한 논의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논의와 관련하여 법의 정책적인 측면과 실제로 법의 적용측면이라는 두가지 면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법적용 측면에서 우선 생각해 본다면 이미 제정되어 공포되어 시행되고 있는 제조물책임법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제조물책임법은 민법상의 불법행위와 별개의 특별법으로 그 손해배상의 요건을 정해 놓은 것이다. 실무상 과거의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보다는 그 책임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사료된다. 즉 표시상의 결함이나 기타 안전상의 결함에 의한 규정에 의해 책임인정의 가능성이 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또한 특별법에 의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기업가나 소비자의 인식이 공히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실제적이고 단시일 내의 책임추궁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역시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제조물책임법의 제정이후 대분분의 기업들은 그 대처방안으로 제조물책임(PL) 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이러한 PL보험가입이외에 제조물책임에 관한 세미나나 여러 교육과정에 경영자나 직원들이 연수에 참여하여 제조물책임에 관한 이해를 하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사내에 PL담당부서나 PL전용 기동타격대(TFT)를 구성하여 상시 대응태세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행 제조물책임 법 아래에서는 초창기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기업의 입장에서 제조물책임으로 인한 심각한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이 외국으로 수출되었을 때에 특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수출된 제품의 어떠한 결함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여 그 나라에서 소송을 제기당하였을 때는 우려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경우 제품의 결함이 있어 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제품의 결함이 있기 보다는 사용인의 사용법의 미숙이나 부주의로 인한 오작동(誤作動)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수 있다. 즉 제조상이나 설계상의 결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표시상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수출품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표시상의 결함에 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용상의 설명이나 경고 문구를 자세하고 읽기 쉽고 이해가 용이하게 빠짐없이 작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 제품별로 문제가 되는 표시상의 결함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고 어떻게 표시하여야 결함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지에 대한 국가지원에 의한 광범위한 토론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또한 미국에 수출된 제품에 대해 사용자의 조작 미숙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여 사고피해자가 미국법원에 한국제품생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을 때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그 소송의 진행에 관하여 한국제품생산회사를 도와 줄 단체나 기구가 필요하다.

현재 소송을 제기당한 한국회사의 경우 미국에 있는 변호사에 의뢰하여 그 소송에 대응하고자 할 때 그 번거로움은 차치하고라도 여기에서 비롯되는 심각한 비용지출을 요할 것이다. 더구나 미국법정에 직접 출두하여 변론하지 아니하면 묵시적으로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는 경우가 되어 버리면 여러 가지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국기업으로서는 막대한 비용을 각오하지 않는 한 미국법정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미국법정에서의 송달을 기피하거나 또 미국법정에서의 판결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가 한국법원에 집행판결을 할 때 비로소 그 판결의 정당성과 금액의 타당성을 따지는 정도로 대응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이 경우에 비로소 한국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진행하는데 집행판결의 단계에서는 한국법에 인정되는지 않는지를 따지는 정도에 국한된다. 사실관계가 이미 미국법원에서의 판결에 의해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기업에 대한 법률적보호가 미흡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단체 또는 국가적 지원에 의해 미국법정에서 문제되는 한국기업에 대한 소송에 관해 억울한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를 지원하는 기구를 상시 두는 것이 한국기업의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경우 그 기구에 소속된 변호사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토록하고 한국기업은 실비용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충분히 운영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법의 정책적 측면에서 보아 제조물책임법의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가, 아니면 완화하는 것이 필요한가하는 문제가 있다.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제조물책임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대로 기업경영에 있어 그 비용부담을 줄이는데 있어서는 제조물책임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어차피 기업의 비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인상된 원가상승분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경쟁력강화라는 것은 결국 안전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생산하여 이를 전세계시장에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제조물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결함 없는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고자 기업들이 노력하여야 할 것은 물론이다. 이로 인해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볼 때 반드시 제조물책임의 요건을 엄격하게 만드는 것이 경쟁력강화를 위한 방법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법의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여러 가지 관점에서 사회적합의에 따라 입법할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조물책임법의 경우에는 아직 소비자가 그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주장, 입증을 다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 비전문가로서 개별소비자가 제조물책임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입증책임의 전환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조물책임소송에 있어서 단체소송이나 집단소송에 관한 논의 역시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률의 입장에서 볼 때 국제경쟁력강화란 결국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안전하고 저렴한 가격에 많이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제품판매 후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 자율적인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기구를 설립하거나 학술단체에 연구용역을 주어 각 제품별로 법률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정도의 설명과 표시가 어느정도 필요한지에 대한 기본 모델을 제시하여 주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동시에 외국법정에서 피소되었을 때 실비용으로 그 소송에 대응할 수 있도록 외국변호사에 의한 구조제도를 만든다면 한국기업으로서는 좀 더 안심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다고 기대된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