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산자부간 의견조율 끝내/민영화후 지배구조개선에 초점/노조 "기대 못키쳐"…반발 예상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산업자원부는 그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방향에 대해 원칙적으로 추진은 하되 세부사항은 수정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남동발전을 비롯한 5개 발전회사의 민영화는 모두 추진된다. 단 경영권매각을 전제로 입찰을 시행한 남동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발전회사에 대해서는 매각방식을 달리하기로 했다.
이미 입찰을 실시, SK(주), 포스코, 한국종합에너지-말레이시아 파워테크 컨소시엄, J-파워 등 4개사가 참가한 남동발전의 경우에는 경영권 매각 후 기업공개를 추진한다는 원래의 방침이 그대로 유지된다. 매각 주식 물량은 34%를 기본 물량으로 해 투자자가 요청할 경우 최대 51%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중부, 서부, 동서, 남부발전 등 4개사는 '분산매각' 된다.
이 방법은 특정 회사에 경영권을 일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매각 비율을 적정하게 분산, 즉 기업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주주, 경영진, 근로자 등 이해 집단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규율하는 제도적 장치와 운영 메커니즘인 기업지배구조를 건전하게 함으로써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경영권의 전횡을 막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측 한 관계자는 선(先) 상장 후(後) 경영권 매각, 국민주 모집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 발전부문 경쟁 효율화와 국민경제 발전, 소비자 후생증진 등 전체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후 인수위 보고에서 공기업 민영화가 재벌그룹의 무분별한 확장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대주주의 행태나 경영 및 기업지배구조 등이 악화되는 사례가 많다며, 향후 민영화가 추진되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재벌계열사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민영화 이후에도 경영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바 있다.
한편 배전부문 분할과 관련해서는 내년 4월 법적분할을 원칙적으로 추진하되, 민영화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논의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특히 배전분할과 관련해서는 노 당선자가 대선 선거운동 이전부터 지역간 요금 차등 등 사회적 갈등의 사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양방향 분할경쟁체제를 상정하지 않는 한 배전 분할을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배전망은 사실상 자연독점 영역이어서 현재의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한전에서는 이미 법적분할을 전제로 한 사업부제를 준비해 왔으며, 3월 경 사업부제와 관련한 조직개편을 단행키로 한 상태다.
한편 이러한 인수위와 현 정부의 의견조율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노조에서는 상당히 불만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은 우선 인수위와 산자부의 발표에 대해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을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력노조 한 관계자는 "인수위 정책이 차기 정부의 구조개편에 대한 정책을 전체적 차원에서 반영할 수는 있지만 세부사항에 대해서까지 모두 확정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차기 정부가 들어서고 새로운 정책결정자들이 결정이 된 후 다시 이 문제를 검토하게 되면 당연히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력노조에서는 지금 당장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며, 차기 정부가 들어선 후 정책 방향에 따라 대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해야 되는 구체적인 검증결과를 제시하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추진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부처에서 공무원들이 자기 자리만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배전부문을 분할할 경우, 본사, 인력, 교차보조, 자산배분 등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고, 수요측이 발전소를 갖고 있지도 않아 수요조절이 불가능, 가격탄력성이 없는 등 분할을 추진해야 할 단 한 가지의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발전노조 측은 민주사회시민단체 등과 함께 지난달 28일 인수위원회 앞에서 남동발전 매각 중단과 범국민적 재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전노조측은 "발전소 매각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졸속매각, 헐값매각, 특혜매각을 끝내 강행하려는가"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즉각 매각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불과 한 달 후에 새로운 정부에서 사회적 재논의를 거쳐 새로 결정될 남동발전의 매각을 현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노 당선자와 인수위 측은 남동발전 매각 정책에 즉각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수위 측은 차기 대통령의 정책과 배치되는 현 정부의 매각작업이 일단 유보돼야 함을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인수위와 현 정부의 의견 조율은 그동안 추진해온 전력산업구조개편이 계속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대해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 추진 정책 방향 역시 당초의 계획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와 노조와의 의견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모든 결정권은 노 당선자와 차기 정부의 정책결정자에게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고, 인수위 역시 한걸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구조개편 철회라는 등의 급격한 선회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향후 노-정간 갈등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200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