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전정비시장이 2007년부터 완전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됨에 따라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내년에 신규로 계약하게 될 물량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발전정비시장의 대부인 한전기공의 경우 발전5사와 한전이 ‘당분간 물량확보와 그 후 완전경쟁도입’을 합의함에 따라 안정적인물량 확보와 점진적인 경쟁체제 돌입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는 반면에 여타 민간업체에서는 당장 내년 물량이 걱정될 뿐만 아니라 2007년은 아직 빠른 상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완전경쟁입찰이 도입되려면 아직 4년간의 기간이 남아 있으나 경쟁입찰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금도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정비시장에 추가 진출해 과열경쟁이 예상되고 있으며 자격과 기술력이 의심되는 기업이 난립, 자칫 정비시장이 혼탁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기간 동안 사전적격심사와는 무관하게 물량 수주를 위해 과도한 출혈경쟁과 인력 빼가기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당초 정부가 진입장벽의 해소를 위해 수의계약에 의한 방식을 경쟁입찰방식으로 전환을 한전과 발전자회사 측에 요구했다. 한때 발전파업으로 논의가 늦어지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논의돼 거의 합의에 도달한 발전정비 시장의 경쟁도입은 관련업체만의 이익과 연관되는 문제가 아니다.

전력이라는 공공재를 생산하는 발전소에서 경상정비는 항상 최적의 발전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있는 만큼 대국민적인 이익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발전정비시장의 경쟁도입 과연, 언제 어디까지가 바람직한가 본지에서 진단해 본다.

▲시대의 대세인 ‘경쟁입찰’

그 동안 발전정비시장은 구조개편 이전 한전체제 당시 자회사인 한전기공이 대부분의 발전정비분야를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그리고 한전기공이 대부분의 물량을 수주하는 가운데 정책적인 육성 차원에서 협력업체에게 물량을 하도급하는 형식으로 기술이전이 진행돼왔다.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한수원을 포함한 6개의 발전회사가 탄생하고 이제는 한전이 독점하는 체제가 아닌 본격적인 발전경쟁시대에 들어감에 따라 발전정비시장도 경쟁체제로 도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올 초 사상 초유의 발전노조 파업이라는 악재가 겹쳐 그 논의는 주춤했으나 파업이 종결되고 남동발전이 우선 매각 발전사로 선정,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경쟁입찰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한전이라는 독점체제에서 발주처는 한전일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한수원을 포함, 발전소를 보유한 6개 발전사가 발주처가 됐다. 발전소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발주처가 늘어남에 따라 그 만큼 발전회사의 특징에 따른 다양성과 경쟁에 대한 타당성이 증가한 것이다.

발전회사측면에서 이미 발전분야에 경쟁이 도입된 만큼 정비분야에도 경쟁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한전과 발전5개사, 한전기공이 그 동안 한전기공을 비롯해 발전정비회사와 수의계약에 의해 이뤄지던 발전정비계약을‘당분간 물량확보와 그 후 완전경쟁도입’을 합의함에 따라 2007년부터 완전경쟁 계약에 따라 수주하게 된다.

한전기공과 발전회사는 지난달 합의를 통해 양측은 내년부터 2년간 한전기공의 정비물량을 100% 보장하되 2005년 80%, 2006년 70% 등 물량보장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 2007년부터는 완전경쟁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번 합의와 함께 한전기공 측에서는 물량확보 대가로 몇 가지 조건을 수용했다.

정부는 한전기공에게 완전경쟁체제와 관련 지금부터 2007년까지 민간기업 육성 차원에서 민간기업에 점진적으로 기술을 이전토록 했다. 또 발전회사의 수익보장을 위해 기존 설계금액의 93.5%인 낙찰률을 88%로 하향조정 함으로써 정비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정비시장 구조적 문제 해결돼야

신규 발전설비에 대한 정비는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 해제 이후 경쟁입찰에 의한 정비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하동화력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전기공을 제외하고 발전소의 경상정비를 맞고 있는 업체들의 대부분은 자사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는 도달해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 반면에 비상시에는 아직 한전기공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즉 평상시 경상정비에는 자사의 인원과 경험으로 충분히 정비품질을 책임질 수 있으나 발전소 정지 등의 긴급상황에서는 그 대처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10개 전력회사가 한전기공같은 발전정비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수의계약에 의한 방식으로 전력품질을 유도하고 있다”며 “아직 국내 전력산업의 여건상 정비계약의 경쟁 도입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2007년도 완전경쟁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10여년 동안은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단계적인 경쟁 도입을 통해 정비시장의 기술력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른 한 관계자는 발전회사가 민간전력회사가 될 경우 수의계약에 의한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비 시장이 이처럼 기술력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기본적인 책임은 그 만큼의 확실한 품질을 책임질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치 못한 정비업체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정비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도 그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한전체제하에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기공이 대부분의 물량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여타 업체가 하도급 물량에만 집중하면서 기술이전노력이 미진했던 것이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물론 정책적으로 물량을 하도급하면서 관련업체의 정비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상승한 것은 인정할 만한 성과다.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 한전기공에게 완전경쟁체제와 관련 지금부터 2007년까지 민간기업 육성 차원에서 민간기업에 점진적으로 기술을 이전토록 한 것은 그 나마 고무적인 현상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등장하는 것이 전문 정비인원과 이익의 문제다. 숙련된 정비 기술자의 수급에 관한 내용이다. 이미 잠정, 합의된 바에 따르면 발전회사의 수익보장을 위해 기존 설계금액의 93.5%인 낙찰률을 88%로 하향조정 함으로써 정비가격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한전기공이 88%로 계약을 하게 되면 이를 하도급받게 되는 회사는 한전기공의 이익분을 제외한 약 70∼80%의 가격으로 정비를 수행해야 한다. 결국 이에 상응하는 감소분은 하도급업체의 이익 감소와 현장에서 직접정비를 수행하는 정비공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와 함께 과열경쟁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는 현상중의 하나다. 한전기공을 비롯해 금화PSC, 일진정공, 휴먼이노텍,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삼창기업 등 국내 정비업체 중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약 10여개사로 대변된다.

국내 건설회사를 중심으로 대기업 위주의 업체가 새로 발전정비시장에 진출하면서 관련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로비설과 음해설 등이 난무하면서 과열, 혼탁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정비인원을 확보하기 위한 상대업체 인원 빼가기 등의 양상이 예상됨에 따라 업체가 인적자원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비단 정비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 있어서 정상적인 경쟁보다는 인맥과 로비에 의한 비정상적인 경쟁으로 얼룩진 사례가 종종 있었다. 물론 이는 업계 전반을 매도하는 것이 아닌 일부의 분위기로 자칫 업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전력업계 한 전문가는 “발전정비시장의 경쟁도입은 발전회사의 분리, 민영화와 함께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한전기공으로 대변되는 정비시장의 구조적인 왜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공의 기술력이 얼마만큼 타 업체에 전수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정비 경쟁효과 볼 수 있다

발전회사는 자사의 이익뿐만 아니라 경쟁입찰로 인해 발전정비시장의 고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단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한전의 발전자회사는 2005년경이면 모두 민영화될 계획이다.

민영화된 발전회사가 자사의 경쟁력과 이익을 위해 저가와 고급의 정비품질을 보유한 회사에 자사의 발전소 정비를 맡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발전정비업체는 업역을 유지하기 위해 물량확보를 위한 기본 조건을 갖추는 노력이 수반될 것이다. 이로 인해 자연적인 발전정비기술의 상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발전회사가 민영화되고 경쟁과 수익이라는 점이 부각되는 현실의 상황에서 정비라는 분야가 수의계약에 의한 독점의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전력품질이라는 대명제를 충족하면서 관련업체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즉, 양쪽의 이익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경쟁시대에 맞춘 정비업계의 기술력 제고가 따라야 함은 당연한 논리가 되는 것이다.

발전회사가 한전에서 분리, 발족하면서 상당한 경쟁의 상승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발전정비업계도 발전회사가 그러했듯이 경쟁으로 인한 호재를 맞기 위해서는 몇가지 수반돼야 할 사항이 있을 것이다.

업체 난립을 막기 위한 엄격한 적격심사제도의 도입돼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업계는 자체적인 인력개발에 치중해 최상의 정비 기술자를 보유, 활용하는 노하우를 축적해야 할 것이다.

이미 발전경쟁이 시작된 단계에서 수의계약에 의한 일방적인 계약은 경쟁입찰이라는 대세에 역행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관련업계와 발주처인 발전회사는 시장원리에 따른 경쟁으로 최상의 ‘전력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의 조성에 가진 역량을 총 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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