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확보 최선, ‘원전 맏형’ 역할 할 방침
한수원 안전성 향상 자신감…지역 여론 관심 고조

우리나라 최초로 ‘원자력발전 시대’ 의 주역이었던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종신·이하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의 고리원전 1호기가 30년 설계수명 기간이 만료돼 향후 행보에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71년 3월 공사에 착수 7년여 만에 완공해 78년 4월 본격적인 상업운전에 들어간 후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안전적인 전력공급에 크게 기여해왔다.

또한 지난 30년간 총 1147억kWh의 전력을 생산,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전기를 공급해 국가경제 발전과 에너지 자립의 초석을 다지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8일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되면서 전면 보수공사에 착수키 위해 지난 6월 9일 가동을 멈췄다.

설계수명이 다한 고리원자력 1호기의 안전성 확보로 계속운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고리원자력본부를 방문,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안전한 전면 보수공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봤다.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원전 입구로 들어가는 정문에는 겹겹이 바리케이드가 쳐진 채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사전신고를 한 뒤 출입증을 받은 다음 3중의 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발전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고리 원전 1호기의 ‘신경 중추’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제어실(MCR). 평상시 같으면 이곳은 안전설비, 원자로, 터빈, 방사선 감시, 발·송전 등 5개의 주요 제어 시스템이 빽빽하게 들어 차 발전소의 이상 유무를 알려주는 수천 개의 계기판이 깜빡거리는 게 정상이나 지금은 작동이 완전히 멈춰져 발전정지를 알리고 있었다. MCR 모니터 중앙과 곳곳에 부착돼 있는 ‘세 번 검토, 두 번 확인, 한번 조작’이라는 표어가 원전 안전의 중요성을 확인시켜 주는 듯 했다.

터빈 건물 등에서도 중요 부품의 개·보수 및 교체작업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발전이 정지됐음에도 오히려 발전소 곳곳이 활기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증기발생기 등 중요부품 약 300여 건을 개선하고, 또 교체해 왔습니다. 이들 시스템의 안전성은 신규 발전소와 견줄 정도입니다.” 이주백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추진실장은 ‘다른 어떤 과제보다도 안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원전의 효시인 고리원전 1호기의 설비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金鍾信, 이하 한수원)은 지난해 8월 과학기술부에 고리 1호기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한데 이어 지난 6월 30년 가동을 끝내고, 10년 연장가동을 목표로 주요 설비를 보수 중이다.

“모든 배관에 찍어놓은 점마다 두께 측정을 합니다. 30년간 노후되어 어느 배관이 터질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기우일 뿐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항상 세밀한 부분까지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이중 삼중의 대책을 가지고 관리됩니다.”

이주백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추진실장은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한다. 안전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고리 1호기가 당초 예정됐던 30년을 넘어서 계속운전을 위해서는 주기적 안전성과 주요기기의 수명 등 16개 분야, 112개 항목의 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보다 훨씬 엄격한 평가과정이다. 과기부는 특히 일본 NISA(원자력안전·보안원),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 IAEA 등 국제적인 규제기관과도 기술적으로 상세한 협의를 거치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8월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단이 다녀갔다. 미국과 스웨덴, 스페인, 독일,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부산에 머물면서 고리 1호기의 주요기기 및 구조물의 수명관리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분야 등을 점검했다. 이들의 보고서는 과기부에 제출되고, 과기부는 이 보고서를 고리 1호기 계속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고리 원전 제1발전소 장주경 소장은 ‘안정적인 운영으로 국내 최고의 발전소로 자리매김한 고리 1호기가 문을 닫는 것은 낭비’라고 강조한다. “고리 1호기는 한국원자력 기술을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입니다. 여기서 일했던 분들이 나가서 전국 각지에서 발전소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발전소를 정지시킨 곳은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고리원전 1호기의 고장정지 건수는 한국의 발전소 운영기술 습득과정인 지난 90년까지 연평균 6.6건에 달했다. 그러나 90년대 1.9건 2000년대 0.3건으로 현저히 낮아졌다. 이용률도 90.6%에 달해 세계평균보다 훨씬 높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7번이나 무고장 안전운전(OCTF)을 달성하며 국내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과 같은 원전 선진국에서도 설계 당시 예상했던 수명이 만료된 원전에 대해 안전성을 평가, 계속운전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현재 고리 1호기 원자로형과 유사한 기네이 원전 등 48기에 대해 계속운전을 승인, 설계수명 40년을 넘어 최대 60년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12기)과 영국(10기)과 캐나다(2기)도 30년 이상 운전 중인 원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전을 운영하는 나라 대다수가 계속운전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정서는 사뭇 다르다. 고리1호기 수명연장반대대책위는 “안전성과 경제성 논리로 수명연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주민들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원전이 들어선 뒤 지역개발이 가로막히는 등 피해가 컸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지원금 증액을 비롯해 집단이주를 요구하는 등 목소리도 다양하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주민과의 협의체를 구성, 이를 통해 갈등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입장이다.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지역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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