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이후 더욱 관심 높아져

대북송전 여부 누구도 아직 장담못해
해주등 新경협지구 성사에 좌우될 듯

지난 2~4일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은 정치적 또는 민족사적 의미는 물론이지만, 전력분야에서의 의미 또한 지대했다. 특히 2005년 7월 우리 정부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200만kW의 전력을 직접 송전하겠다는 제의를 한 후 북한과 관련된 호재가 나올 때 마다 전력계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남북협력은 전력산업의 신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개성공업지구의 시범단지 및 1단계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5월 154kV 평화변전소가 운전을 시작해 최초로 남한의 전력이 북한에 직접 송전되는 쾌거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직 구체적 논의가 진행된 바 없고, 남측에서도 그 효용성에 대해 논란이 많다. 과연 남북 전력 협력은 통일 비용인가,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그도 아니면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인가.

○ 북한의 전력상황

▲ 북한의 소수력 발전소 모습.
위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전력 사정이 어떤 상황인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북한은 분단 이전부터 대규모 석탄자원과 함께 산악지형이 많아 풍부한 수력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해방 당시에는 잉여전력을 남한에 공급할 정도로 전력에 여유가 있었으나 지금은 최악에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의 화력발전소는 발전용량 160만kW에 달하는 북창화력발전소를 비롯해 평양화력(50만kW), 청천강화력 및 선봉화력(20만kW) 등 8개소이며, 수력발전소는 70만kW 규모의 수풍발전소를 비롯해 서두수(청진, 51만kW), 태천(평북, 43만kW), 운봉수력발전소(자강도, 40만kW) 등 20개소이고, 이중 수풍, 태평만(평북 삭주, 19만kW), 운봉, 위원(자강도, 39만kW) 등 4개 발전소는 중국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생산된 전력을 반반씩 사용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원자력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 1986년부터 가동이 시작된 영변발전소 1호기에 5000kW의 실험용 원자로를 건설했으며, 영변 2호기에 5만kW, 태천에 20만kW의 원전 건설을 시작했으나, IAEA의 핵사찰로 중지된 상태다.

북한의 총 발전시설 용량은 2000년 기준으로 약 755만kW로 남한 발전능력의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중 수력이 6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노후화된 설비가 많아 실제로 발전 가능한 설비 용량은 216만kW 정도이며, 전력생산량은 200만kWh가 조금 안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북한 총 수요인 약 380만kWh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북한이 직면해 있는 전력부족 사정은 생산부족이 주요한 원인이지만 송배전 및 전기장비 등의 낙후도 북한의 전기수급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송배전 시설의 낙후로 손실률이 총 발전량의 약 1/3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2000년도 194억kWh중 65억kWh의 전력이 손실되고 실제 소비되는 전력은 129억kWh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1990년대 들어 계속된 총체적인 경제난은 전반적인 에너지난의 심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특히 각종 공장 및 제조업, 전철 중심의 철도 수송 등 산업분야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력 공급 능력의 부족 및 감소 추세로 경제난이 더욱 가중되고, 경제난은 다시 에너지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에서는 극도의 전력부족으로 평양에서도 계획정전이 실시되고 있고, 공급지역도 평양과 지방도시의 중심가, 군사시설, 공장 등 중요지점으로 제한되며 지방의 대부분은 전력공급이 두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통신 및 방송중계 차질, 가로등·가정용 전등 절전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산업 공장들도 각종 공장별 지역별 교차송전 실시로 산업공장 가동률 부진으로 1998년도에는 20%수준까지 하락했고, 작년에는 28%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중공업 부문에 막대한 타격을 줘 전기분해에 필요한 전력공급의 감소로 강철 생산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이외에도 전기 공급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기계, 조선, 건설업 등 연관 산업의 부진도 전력 공급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장기간에 걸친 산업 공장의 가동중단은 생산시설의 부식화를 초래해 향후 생산활동 재개시 정상조업에 일부 영향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 개성공단과 남북 전력 협력

▲ 개성공단에 건설된 송전선로.
현재 가시화 된 남북 전력 협력사업은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직접 송전사업이 유일하다. 
개성공단은 개성시 및 판문군 일대에 자리잡고 있으며, 서울에서 약 60km, 평양에서 약 160km 정도 떨어져 있다.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에 의해 설정된 특수지역으로 시범단지 2.8만평을 포함해 최종 2000만평 규모의 대단지 공단으로 계획돼 있다.

현재 시범단지와 1단계 1차 입주가 끝나 총 16개 기업이 입주해 생산활동에 임하고 있으며, 북한 노동자 1700여명이 주 6일 근무제로 월 최저 노임 약 60달러(임금 52.5달러, 사회보험료 7.875달러)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공동번영의 경협사업이자 국내 중소기업 활로를 개척하는 사업이다. 또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촉진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 지난 5월 준공된 개성 평화변전소 전경.
개성공단에 한전의 전력이 들어가게 된 것은 2004년 1월 통일부 주관으로 개성공단 T/F 관계부처 1차 회의가 개최돼 개성공단 전력공급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어 그 해 3월 산자부에서 한전으로 개성공단 전력공급 의향을 물어왔고, 한전은 적극 참여의사 표시와 ▲전력사업자 선(先)지정 ▲투자비 정부 지원 ▲공급지역 개성공단 내로 한정 ▲인허가 신속, 통행 자유 등 4개 선결 요망사항을 통보했다.

2004년 4월에는 시범단지는 배전선로, 본 단지는 송전방식으로 전력공급 계획이 구체화됐고, 같은 달 한전과 북한 지도총국간의 실무협의가 있어 북한측에서 합자회사 설립을 요청했으나 한전이 강력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8~9월 문산 S/S부터 군사분계선까지 남측구간 배전선로 공사가 완료됐고, 2005년 1월 북측구간 배전선 건설공사가 시작됐다. 이어 같은 해 3월 개선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에 최초 전력이 공급됐으며, 7월에는 한전 개성지사가 개소했다. 같은 달 154kV 문산~개성 T/L 건설 실시계획이 산자부로부터 승인됐고, 작년 4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5월 154kV 평화변전소가 운전을 시작했다.

▲ 평화변전소 준공식 테이프 커팅식.
한전은 개성공단 전력공급을 통해 ▲대북전력시장 확대에 따른 전력사업 전초기지로서의 역할 수행 ▲대북 전력사업 적극 추진으로 남북 긴장완화 조성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추구하기 위한 정부 정책사업 적극 참여 ▲입주기업에 대한 고품질 전력공급으로 중소기업 활성화 기여 ▲개성공단의 안정적 전력공급을 통한 남북한 경제협력 촉진 등을 사업효과로 기대하고 있다.

○ 남겨진 과제와 남북 전력 협력의 미래

개성공단이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는 있지만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전력은 그 곳에 입주한 남한 기업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대북 전력공급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해주지역 등 신 경협지역에 대한 전력공급 역시 진출한 국내 기업이 사용하게 될 것이므로 이들에 대해 ‘대북 퍼주기’니 하는 비난 역시 온당치 않다.
진정한 대북송전은 언제쯤 진행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이 사업은 북핵이라는 큰 변수가 해결돼야 하며, 주변국과의 입장조절도 필요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200만kW 대북 송전은 이원걸 한전 사장이 밝힌 바와 같이 전혀 구체적 진전이 없다. 다만 사업이 결정됐을 때를 대비해 교류 또는 직류 방식 등의 송전방안을 한전측에서 비교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한전은 어떠한 방식을 택하더라도 건설 착수부터 3년 이내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소요재원을 한전이 부담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일부 전력계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마무리되고, 해주 등 새로운 경협지역이 확대된다면 그 설비를 베이스로 한 대북 직접 송전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즉,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200만kW 송전 공사를 하는 것보다 3~4곳에 이미 지어진 설비를 통해 이를 확충해나가는 점진적 방법을 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뜻이다.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은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또는 부정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전력계 내부의 시각만으로 바라본다면 남북전력사업은 전력계에 주어진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 아마도 정답에 가까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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