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발전산업 R&D는 ▲발전기술의 세계화 ▲신발전기술의 개발 ▲안정적인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는 안정적인 운영을 1순위로 하고 다른 2개 항목을 미비한 상태다. 즉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분사된 발전회사들은 안정적인 발전설비 운영에 집중한 나머지 발전기술의 수출이나 신기술 개발에 미진했던 게 현실이다.
전기위원회의 발전산업 기술력 향상 종합 대책 연구결과 발전회사의 기술개발 추진 기본전략으로 ▲기존 R&D 기관 및 인력활용 ▲기초·원천분야의 체계 공고화 ▲한전(KEPCO) 및 발전 5사의 공동연구 및 투자로 브랜드 파워를 높여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발전분야에서 신기술로 또 세계화가 가능한 부분에 대하 ‘發電, 기술로 승부한다’라는 연재를 통해 국내 발전산업의 R&D와 수출 가능성을 진단해왔다.
연재를 마지막으로 국내 발전부문 R&D의 핵심기관인 한전 전력연구원의 엄희문 수화력발전연구소장과 종합대책을 마련한 서울대 전기공학부 문승일 교수를 통해 앞으로 발전산업의 기술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미래를 짚어봤다.


인터뷰 - 한전 전력연구원 엄희문 수화력발전연구소 소장
“발전사 R&D 역할 어느때보다 중요”
경쟁보다는 R&D 투자 집중 필요
IGCC·순산소 연소 핵심기술 기대

▲ 한전 전력연구원 엄희문 수화력발전연구소 소장
“우리나라는 그동안 한전이라는 공기업에 의해 비교적 안정적인 기술개발을 투자하여 왔고 발전산업에 종사하는 선배들의 노력 결과로 현재 세계 선진국 수준의 화력발전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쌓아 놓은 화력발전기술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세계 최고의 화력발전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력발전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발전사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수화력 연구 분야를 이끌고 있는 한전 전력연구원의 엄희문 수화력발전연구소 소장은 발전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현재 발전설비를 운영·유지하기 위한 단기적인 기술개발과 함께 화력발전 원천·핵심기술 및 미래신기술 개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희문 소장은 30년 넘게 한전에서 근무하는 가운데 그 중 20여년 남짓을 연구개발에 종사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즉 엄 소장이 강조하는 것은 구조개편에 따른 경쟁도 중요하지만 국가 전체적인 화력발전산업 측면에서 화력발전기술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발전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거대한 자금 및 방대한 전문기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10개국 이내의 국가만이 발전설비를 설계 및 제작하고 있다.

“2001년 발전부문에 경쟁이 도입됐고 세계적으로 기후변화협약 및 화력에너지 자원의 가격 급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화력발전 부문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전력연구원과 발전회사간에 중장기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수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발전산업 부문 연구개발 분야에서 전력연구원을 빼놓고는 말 할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이후 발전회사와 전력연구원은 전력기술발전기본계획서를 수립, 발전설비진단기술, 발전설비운용기술, 미래 신발전기술 등 수화력발전부분의 핵심요소 기술을 선정해 기술자립화에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수화력발전연구소는 현재 국내 전력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화력발전기술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장기적으로 새로운 화력발전 기술을 개발하고, 단기적으로 기존설비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기술(IGCC), 순산소 연소기술 등의 새로운 화력발전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세계적으로 기술개발의 각축이 되고 있는 차세대 핵심발전기술을 확보함은 물론이며 2013년부터 CO₂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기술적 애로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엄희문 소장은 수화력발전연구소에서 진행중인 핵심적인 R&D 부문인 IGCC와 순산소 연소기술에 대해 자신있는 설명을 이어갔다.

“IGCC 실증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초기에는 IGCC 플랜트 설계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두산중공업과 KOPEC의 업무조정의 난관이 있었으나 원활히 완수했고, 이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가스화기의 설계·제작·시공을 어떻게 할 것 인지 범위 문제로 서부발전과 두산중공업간에 이견이 발생했지만 슬기롭게 해결했습니다. 최근에는 기술도입 가스화공정사 선정문제로 다소 어려운 고비를 만났으나 무난히 넘기고 드디어 계약단계에 와 있습니다.”
IGCC 실증사업은 지난해부터 2014년까지 약 6000억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는 지식경제부와 한전, 서부발전, 두산중공업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연구소 및 대학이 콘소시엄으로 참여해 300㎿급 IGCC 설계·제작·건설·시운전을 진행하게 된다.

“IGCC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상용기술의 체계화·종합화를 통해 2010년 이후 설비 노후에 따라 폐지되는 국내 석탄화력 발전소를 국내기술 IGCC로의 대체하게 됨은 물론, 발전산업의 숙제로 남아있는 CO₂감축 효과와 해외 플랜트 수출 역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엄 소장은 이 분야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양파껍질 벗기듯이 계속 어려운 문제들이 새롭게 도출되지만 매번 집중해서 모든 참여기관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슬기롭게 함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엄희문 전력연구원 수화력발전연구소 소장은 1976년 한전에 입사해 1992년 전력연구원 발전연구실 환경화학그룹장, 전력연구원 환경구조연구소장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수화력발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 - 서울대 전기공학부 문승일 교수
전력산업 수출은 이 시대 ‘숙명’
세계시장 목표로 신기술 개발 필요
분산전원·신재생E 접속기술도 중요

▲ 서울대 전기공학부 문승일 교수.
“단일상품으로 약 3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상품은 반도체, 조선, 철강 등 3가지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 전력산업은 국내에서만 3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규모로 해외로 나가 약 30조원의 시장을 연다면 그만큼의 부가가치는 더 커질 것입니다.”
발전산업 기술력 향상 종합대책을 만들어낸 서울대 공과대학 문승일 전기공학부 교수는 서두부터 세계화·수출산업화를 언급했다.

“전력산업이 팽창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국내 전력산업은 기술력, 운영 능력과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 등보다 전력산업은 수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좋다고 봅니다. 전력산업이 국내에 전력을 공급하는데만 급급하고 해외사업을 하지 않으면 퇴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한전을 비롯해 발전회사들의 숙명은 해외에서 시장을 잡아내는 것입니다.”
“현재 전력분야는 획기적인 변화가 진행중입니다. 전력IT, 신뢰도 기술 분야는 미국, 일본 등 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앞서 있습니다. 전력계통과 전력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신기술 개발이 집중되는 시기이도 합니다. 이렇게 때문에 세계시장을 목표로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이유기도 합니다.”
문승일 교수는 현재 전력산업이 양적·질적 성장을 구가해온 만큼 향후 10~15년 내에 도래할 신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전력산업에서 신기술 분야로 HVDC를 이용한 직류송전, FACTS 장치, 강진UPFC, 풍력·태양광·연료전지 등의 신재생에너지 등을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서부발전이 근자에 필리핀에서 풍력과 디젤발전 설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의 계약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처럼 그간 국내에서 축적됐던 기술을 가지고 해외로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문승일 교수는 해외시장 진출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재차 설명했다.

“최근에 풍력, 폐기물, 태양광 등 소규모 분산전원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신재생에너지, 분산전원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를 현재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전력시스템에 연계하는 ‘접속기술’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그 기술은 무의미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는 접속기술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향후 계통분야에서도 마이크로 그리드가 최고 기술로 각광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는 세계시장에서도 최상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그리드의 보급이 확대되면 전력·열 등 에너지 통합공급 및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사용자의 편의 및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다수의 분산전원과 부하로 구성돼 계통과 연계 또는 독립 운전이 가능한 마이크로화된 전력계통으로 분산 전원 도입 증가에 따라 향후 수많은 마이크로그리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주도하에 제주도 풍력 한계 용량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문 교수는 접속 기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제주 풍력발전 마이크로 그리를 적용할 경우 계통안전도와 전기품질 향상, 계통사고에 대한 빠른 대처와 실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신기술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전력IT 연구사업의 결과물을 종합해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을 제주계통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외사업이 커지면 국내 부분은 어느 정도 커버가 될 것으로 봅니다. 현재 공기업 효율화 방안으로 인력 조정문제 등이 붉어지고 있는데요, 단순히 인력을 줄여서 해결될 수 있다면 언제든지 구조조정을 하면 됩니다. 현재 전력산업은 거위가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연구개발 강화를 통해 해외 수출에 주력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인력을 증원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오히려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국내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라며 “기술개발과 해외사업을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문승일 교수는 지난해 10월경부터 정부로부터 발전산업 기술력 향상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지금도 전력시스템 등지에서 한전, 발전사, 효성, LS 등과 10여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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