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4조5685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18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번 추경예산안에는 그 논란의 가장 중심에 섰던 상반기 전기·가스요금 동결로 인한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분 1조4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로써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 이번 추경예산안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분을 지원하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최소화해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 원천적인 목적인 셈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예산안 통과를 간절히 바랐던 이유도 바로 전기·가스 요금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게 해달라는데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 한전과 가스공사, 특히 요금조정이 사후적으로 이뤄지고 정부의 정책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한전의 경우엔 추경예산안까지 지원해 준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간다. 그동안 5%선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금 5% 인상도 장담하지 못할 분위기다. 3%선까지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 뒤에는 무엇보다 여론이 허락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뒷받침하고 있다. 국민들은 1조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안을 지원해 준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다분 몇 %라로 올리는 것에 대해 반감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여론을 정부는 절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한전 입장에서는 이번 추경예산안 지원보다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했다. 전기요금 1% 인상시 한전의 영업이익, 순이익, 주당순이익이 각각 3100억원, 2250억원, 350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에서, 1회성에 불과한 지원보다는 향후 지속적인 수익원으로 작용할 전기요금 인상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한전은 공기업이다. 국내 가정, 산업계 모두 전기를 사용하기에 국내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감수가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공기업이기에 감수하라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한전이 돈을 많이 벌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전기요금 인상분이 분명한데도 인상이 되지 않는 것은 당장의 물가인상이라는 악재보다 더욱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에너지소비 행태에 있어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전기요금이 인상돼야 한다는 것은, 에너지 소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싸다면 누구나 전기를 펑펑 쓰는 다소비 행태가 발생하게 된다. 국가적 에너지 소비에 있어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다.

단기적으로 요금 동결은 소비자에게 호재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요금동결→이익감소→재무구조악화→신용등급하락→금융비용증경결국 전기요금인상’이라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무시하면 안 된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해 전력설비를 계속 증설해야 하는데, 이 역시 어렵게 돼 향후 전력공급의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다. 연료비 상승분 등 적정원가도 반영되지 않는 요금규제로 한전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더 나아가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로 신규 설비투자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하나밖에 없다. 이는 전기요금을 인상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비용측면에서 유리한 구조에 있으나 연료비 상승에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 즉 그때그때 연료비 상승이 있으면 전기요금이 올라가고, 또 연료비가 내리면 전기요금도 내려가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 시급하다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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