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주) 원자력환경기술원 송명재 연구개발실장(보건물리학 박사)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어떤 사안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이다 라는 뜻이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런데 이처럼 명명백백한 말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이 그렇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확보사업은 지난 1980년대 말에 시작되었지만 여러 가지 논란 때문에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표류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건설되면 그 지역은 기형아가 출산되고, 황폐화되어 더 이상 사람이 살수 없는 곳이 된다는 그들의 주장 때문에 처분장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마다 극렬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방사성폐기물을 수 십년 동안 직접 다루고 연구해 온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아무리 외쳐도 소용이 없었다.

방사성폐기물이란 원자력발전소나 산업체, 병원, 연구소 등 원자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방사성 쓰레기를 말한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작업복이나 장갑, 휴지, 그리고 폐부품 같은 것들이다. 물론 사용후연료라는 고준위 방사성 물질도 있다. 그러나 사용후연료는 영구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관리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중간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영구처분 대상이 되
는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이 약한 중ㆍ저준위 폐기물뿐이다.

방사선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고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방사성 물질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각종 법과 규정에 따라 철저한 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법에 규정된 안전기준을 만족하는 부지를 선정해서, 규정된 절차에 따라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매 단계 마다 정부의 철저한 규제와 감독을 받아야 하며, 처분장 운영기간은 물론 운영이 끝나 폐쇄된 후에도 환경감시를 지속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이러한 안전성이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전문기관 의 용역을 통해서 방사성폐기물 후보부지로 동해안의 울진ㆍ영덕과 서해안의 영광ㆍ고창을 선정하여 지난 2월에 발표하자 다른 지역인 전남 장흥과 전북 부안ㆍ군산 등지에서도 안전성만 확인된다면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유치해서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겠다고 주민들 스스로 자원을 하고 나설 정도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 만큼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방사성폐기물은 죽음의 재이며, 처분장이 건설되면 그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15년 이상 한 쪽은 안전하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그렇지 않다고 하고 있다. 모든 자료를 다 동원하고,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를 수없이 개최하여 아무리 설명해도 찬반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는 선진 외국에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많은 나라들이 오래전부터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1959년부터, 벌써 두 번째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는 1969년과 1992년부터, 그리고 우리와 가까운 일본도 1992년부터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나라에 가서 처분장을 직접 보고 또 그 곳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될 것이 아닌가? 이 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해외시설 방문을 무조건 반대한다. 함께 가서 직접 확인해 보자는 제안도 여러번 했지만 거절하고, 주민대표들이 가는 것도 선심성 관광 운운하면서 역시 반대한다.

방사성폐기물이 자신들의 주장처럼 그토록 위험한 것이라면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우리보다 앞서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을 방문해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해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

방사성폐기물 부지문제는 국가 주요사안중의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사업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해외조사 방문단 구성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

오늘날 환경단체들의 위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책임의식도 그에 알맞게 달라져야 할 것이다. 국가 에너지 문제와 직결된 중요한 국책사업을 현실적인 대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커다란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200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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