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 공론화委 출범 무기한 연기
법적 토대 마련·연구 용역 우선 추진
업계, 정부 정책 변경에 혼란 야기

사용후연료 공론화 사업 관련 정책이 갈피를 못잡으면서 관련 업계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2016년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사용후연료의 처분 방식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공론화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 사무국을 마련, 6일 공론화 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경부는 4일 돌연 공론화위원회 공식 출범식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이전에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연기한데 이어 29일로 예정돼 있던 출범식을 취소한 것까지 합하면 벌써 세 번째 연기다.

지경부는 공론화위원장 등에게 위촉장을 수여해야 할 이윤호 장관이 한-러간 에너지협력을 위한 러시아 방문일정과 중복돼 불가피하게 연기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는 이윤호 장관의 공식일정으로 공론화위원회 출범을 연기한다면 일정 이후 출범 날짜를 확정해야 하지만 지경부는 공식적인 날짜 확정 없이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공론화위원회 출범 연기가 경주 방폐장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경주시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지난 6월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건설사업이 당초 계획된 준공 일정일 보다 2년 이상 지연된 2012년 12월 준공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지하 처분동굴을 건설하기 위한 진입동굴 시공단계에서 암질등급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 굴진속도가 느려지고 있으며 보강작업에 따른 시간이 추가로 소요돼 공사가 지연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주시 및 시민단체들은 중저준위 방폐물처분시설의 안전성을 거론하며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 당초 지난달로 예정됐던 울진원전의 포화폐기물 1000드럼 인수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경부는 대한지질학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방폐장 공사지연 진상조사단’을 파견해 진상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처분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시의회는 진상조사단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방폐장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재조사 및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아울러 10일에는 방폐장이 건설되고 있는 양북면 봉길리 현장에 직접 찾아가 집회를 실시할 예정이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와 같이 상황에서 지경부가 무리하게 사용후연료 공론화위원회까지 출범시키기 보다는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사업에 따른 주민과의 갈등을 먼저 해소하고 난 후 공론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공론화위원회 출범을 연기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와 같은 주장이 일기 시작하자 지경부는 6일 경주 방폐장 관련 안전성 논란이 공론화위원회 발족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보다는 추진기구의 권위와 신뢰성 확보의 중요성을 감안해 법률적이 토대를 마련한 후 공론화를 추진키로 한 것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직접처분, 재처리 등을 제외한 임시저장 확충방안 등 중간 단계 관리방안에 대한 기술적인 심층 검토를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즉 법적·기술적인 근거를 먼저 마련한 후 사용후연료에 대한 공론화 및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법적·기술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에는 동조를 하면서도 머지않아 포화되는 사용후연료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결국 또 연기되는 셈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법적인 근거 마련을 놓고 정부의 정책이 갈피를 못잡고 있으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을 확정하는데 20년이 걸렸다”며, “사용후연료는 중저준위보다 쉽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포화시기까지 이제 겨우 7년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또 연기를 하겠다니 제 시간내에 사용후연료 관리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전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 발족을 지연시켰고, 6월 임시 국회에 법률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국회가 난항을 겪으면서 법률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법적 근거를 배제하고서라도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후 공론화위원장을 내정하고 사무실까지 마련한 지금에 와서 또 법적 근거를 들먹이며 공론화위원회 발족을 연기하겠다고 주장하니 심히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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