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난 기술硏 등 9개 기관 2013년까지 개발
냉방비용 50% 절감…공동주택서 효과 탁월
소형열병합 보급 촉진…개발 3년後 기술공개

“올 여름의 경우 고온과 함께 습도가 높아 어느 해보다도 냉방수요가 높았다. 이렇다보니 누구나 에어컨 앞을 떠나기 싫어진다. 하지만 에어컨에서 나오는 눅눅함으로 인해 일순간 머리가 아파온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봐 에어컨 가동 시간을 확 줄여야 한다. 조금만 더 있다 보니 냉방병이 올 듯 몸이 으슬으슬해진다. 장시간 가동하자니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기요금이 무섭다. 이내 밖으로 나가보지만 태양을 피하고만 싶다.”

이는 올해 여름철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다. 비단 올 여름뿐만이 아닐 것이다. 매년 여름이면 더위로 인해 에어컨과 전쟁을 벌여야 했다.
이러한 에어컨의 시원하지만 눅눅해지는 불쾌감을 없애기 위한 제품이 개발중에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것도 여름철에 수요가 없어 버려지기 쉬운 폐열을 이용해서 눅눅함도 없애고 요금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정승일) 기술연구소는 ‘열병합발전 배열을 이용한 다실 제어 하이브리드 제습냉방 시스템’ 개발을 2013년 5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난 7~9월 4가구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거환경시험을 진행한 결과, 눅눅하지도 않고 끈적거리지도 않아 장시간 가동해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에어컨을 가동하면 청소기가 잘 밀리지 않았는데 이런 점도 없었으며, 아이들의 냉방병 걱정도 없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요금의 경우 지역냉방 열 요금과 전기요금을 합해도 기존 에어컨 가동에 따른 전기요금의 약 절반수준으로 만족도가 꽤나 높았다고 한다.
이는 제습냉방이 갖고 있는 탁월한 제습과 냉방효과라는 게 일단 한난 기술연구소측의 분석이다.
한난은 여름철 버려지기 쉬운 지역난방열을 이용, 2단 흡식 냉동기에 이어 제습냉방의 개발을 추진하면서 또 한 번의 지역냉방 진화가 진행중이다. 세계 최초로 국내 기술력에 의해 개발이 추진중인 제습냉방을 면밀히 분석해봤다.

◆ 제습냉방은 무엇인가 = 제습냉방시스템은 기존 고체 제습제보다 흡습 성능이 4∼5배 큰 초 흡습성 고분

▲ 제습냉방시스템의 원리.
자 제습제를 이용한 제습로터를 사용해 공기를 고온건조 상태로 만든다. 공기가 현열 열교환기와 증발냉각기를 거치면서 온도가 낮아져 제습냉방효과를 낸다. 또한 고온의 공기가 제습로터로 다시 돌아와 수분을 증발시켜 사용가능하게 재생한다. 게다가 기존 기기와 달리 냉매가 물이므로 냉매 응축기를 만들 필요도 없다.

제습냉방 기술을 이용할 경우 전기 에어컨 대비 연간 냉방운영비용이 50%나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시스템과 대비할 경우 에너지 절감률이 26.0%, 이산화탄소 배출감소율도 17.7%나 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녹색’ 냉방기술이다. 또한 냉난방 및 환기시스템을 하나의 간단한 기기로 통합할 수 있기 때문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제조 및 설치비용도 감소하게 된다.

지경부의 신규 R&D과제로 지정된 제습냉방시스템은 하이브리드 제습냉방 시스템 부품 고도화 핵심기술 개발, 다실제어 하이브리드 제습냉방 시스템 최적 생산기술 개발 및 시제품 제작(귀뚜라미), 시범사업 실증화 결과를 통한 제습냉방 시스템 상용화 조건 등 사업화 방안 도출(한난) 등을 추진하게 된다. 아울러 득영, 원진, 우원M&E, 두영에너텍, 기계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제습냉방은 열병합 발전 배열 이용률을 향상시켜 경제성을 크게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하이브리드 제습냉방기술이 완료되고 상용화될 경우 세계 최초의 혁신기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개발은 국내 고유기술로 세계 기술을 선도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건조공기에 물을 증발시켜 잠열을 이용하는 간접식 증발냉각기를 개발, 학교·식당·병원·주택 등에 설치·운영중이다. 유럽은 건조한 기후조건에서는 제습냉방기 핵심부품 중 간접증발냉각기만으로 독일 맥도날드 등지에서 상업운전 중이다.

IEA는 국제 공동연구로 태양열 냉난방에 적용을 위해 제습냉방기술을 개발 중이다. 미국은 에너지국(DOE)에서 제습냉방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운용, 에너지절감 및 단소배출 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열병합발전 폐열이용을 냉방에너지 소비의 5%까지 충당할 예정이다.

▲ 올해 7~8월 지역난방 공급지역 4세대를 대상으로 주거환경시험을 진행한 시제품.


◆ 열병합 늘리고 냉방도 하고 = 우선 1990년대 초부터 KIST에서 제습냉방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제습로터는 기존 고체 제습제보다 흡습성능이 4~5배 큰 초 흡습성 고분자 제습제를 개발, 2007년 한국, 미국, 독일에 특허를 등록했다. 2006년 한난, KIST 공동으로 4㎾급 제습냉방 시작품을 개발했으며 지난해에는 한난, 귀뚜라미, KIST가 실제 공동주택에서 적용가능한 7㎾급 1실 제어 시작품을 개발했다.

2013년 5월말까지 총 24억원이 투입되는 제습냉방 시스템 개발은 우선 하절기 열병합 발전 배열 및 소각 폐열 이용률을 높여 열병합발전 보급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형 열병합은 2017년까지 약 2700㎿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제 4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의 열병합발전 및 소각열을 이용한 공동주택 지역냉방 보급계획의 실질적인 이행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방식에도 제습냉방이 적용 가능하다.

국가 에너지수급 부문에서는 하절기 전력피크 부하 1080㎿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발전소 건설 대체로 약 7152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설비용량이다. 제습냉방이 보급됨에 따라 에너지절감량은 7만4300toe, 이산화탄소 절감량 17만4000톤 등의 에너지절감수단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사용자측면에서는 전기 에어컨 대비 연간 냉방운영비용을 50% 가량 줄일 수 있으며 냉난방·환기 통합설계로 쾌적한 생활환경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열병합발전 사업 및 제습냉방사업과 연계한 시장 활성화와 2013~2016년 국내 제습냉방시장 구축을 통한 노하우 축적 및 열병합 발전사업과 연계해 2017~2020년 해외시장 공략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난은 내년에 4세대를 대상으로 실증을 거치고 2012년에는 공동주택 1개동 50세대에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완성제품이 나온 3년 후에는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인터뷰 - 한국지역난방공사 지역난방기술연구소 이창준 신재생냉방기술팀장
“냉방문화 새로운 場을 열겠다”
지역냉방 분양가상한제에 포함돼야
2013대구 WEC서 수출상담회 계획

“KIST의 이대영 박사가 제습로터와 증발냉각기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원천기술에 대해 시연을 해보니 습식 냉동기와 비슷한 효율이 나왔습니다. 시연결과 제습냉방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여름철 사용이 거의 없는 난방열을 사용해 냉방을 할 수 있어 국가적 측면에서의 에너지 효율과 소비자측면에서 가격, 냉방효과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지역난방기술연구소 이창준 신재생냉방기술팀장은 제습냉방시스템 개발의 출발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4㎾급 시작품 제작에 이어 올해 지역난방 공급지역 4세대를 대상으로 주거환경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과거 2단 흡식 냉방기가 개발, 출시됐을 경우 기존 시장에서의 저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역난방열을 이용하는 2단 흡식 냉방기의 장점이 충분히 알려지면서 차츰 자리를 잡았습니다. 안산도시개발 공급지역에 설치된 2단 흡식 냉방기는 성능과 경제적 비용 측면에서 상당히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후 판교의 산업체가 밀집한 지역 또한 냉방수요가 많다보니 기존 냉방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한 것을 지역냉방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2단 흡식 냉방기의 경우 아파트 설치 공간과 분양가 상한제 등의 어려움에 봉착한 게 사실이다. 제습냉방의 경우도 분양가상한제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운명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에서 추후 상한제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거환경시험을 진행한 결과 과냉방을 하더라도 눅눅해지거나 끈적거림, 머리가 아프다 등의 기존 에어컨의 단점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도 지속적으로 제습냉방을 가동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냉방문화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실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할 경우 습도 등으로 인해 청소기가 잘 밀리지 않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제습냉방은 냉방모드나 제습모드로 운영되더라도 이러한 눅눅함이 없었다는 게 주거환경시험 대상자들의 경험담이다. 이창준 팀장은 제습냉방을 장시간 가동하더라도 지역냉방 요금과 팬 사용에 대한 전기요금을 합산해도 기존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기요금보다 절반가량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거환경시험에서 나타난 여러 사항들을 점검, 보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습냉방시스템 개발은 2013년 5월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해 10월 대구에서 세계에너지협의회(WEC) 대구 총회가 열립니다. WEC대구총회에서는 제습냉방 수출을 위해 열병합발전과 함께 패키지로 수출상담회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동남아 지역이 고온다습한 점을 감안, 열병합발전을 이용한 제습냉방이 충분히 수출 효자품목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현재 제습냉방 개발에 9개 기관·대학·업계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 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개발에 매진하고 있어 특별히 바라는 점은 없습니다. 제습냉방 시스템 개발을 성공리에 마쳐 기업측면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으면 한다는 게 작은 소망입니다.”

지역난방연구소 이창준 팀장은 공기업인 한난은 여름철 열 사용량을 늘리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하는 공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참여 업체는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제습냉방의 성공적인 개발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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