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의 수의계약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이 맘 때면 연례행사처럼 '도마위'에 오르는 단골메뉴가 바로 공공공사 수의계약이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공공공사의 수의계약을 실질적으로 없애는 정책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공공공사의 수의계약 한도액을 대폭 하향 조정하는데 급피치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업계가 바짝 긴장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도 남는 최근의 핫이슈다. 배전 단가공사를 해 오고 있는 전기공사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송변전, 가로등, 신호등을 포함한 전문시공업체들은 물론 모든 건설공사업계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수의계약에 대해 전격 추진하고 있는 정책방향을 읽으면 이슈의 폭발력이 얼마나 센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안이다.

건교부는 산하 기관을 포함해 발주하는 공공공사 가운데 2,000만원을 초과하는 공사는 수의계약을 금지키로 했다. 소액공사의 수의계약 범위를 현행 일반건설공사 1억원 이하, 전문공사 7,0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대폭 줄인다는 것이 주골자다. 여기에는 전기공사도 해당돼 현행 5,0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밑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대신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전자 공개경쟁입찰을 의무화하겠다는 취지다.

건교부는 이 방침에 따라 지침을 각 기관에 시달했다. 이와 함께 재경부에 이 같은 내용으로 국가계약법을 개정, 조달청 등 다른 기관이 시행하는 공사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해 줄 것도 요청한 상태다.

수의계약의 한도가 2,000만원으로 낮춰지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업계의 일감이 대폭 줄어든다. 그렇다고 명분이 약해 가타부타 불이익을 대놓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문제는 미치는 파장이다. 업계 입장에선 작지만 크다.

건설공사의 경우 지난해 이뤄진 국도유지공사는 2,553건, 1,6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00만원 이하 공사는 207건, 23억원으로 건수는 8%였으나 금액은 1.4%에 그쳤다. 공사 종류도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가드레일 수선 등 경미한 공사가 대부분이다.

전기공사의 경우는 또 어떤가. 지난해 5,000만원 이하가 적용된 단가공사는 배전 고압부문의 15만5,000여건에 1조2,293억원을 비롯 총 17만6,240건에 모두 1조5,7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2,000만원 이상의 물량이 태반을 차지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하향조정땐 일감이 뚝 떨어질 것은 명약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현행 국가계약법에는 1억원 이하 일반공사와 7,000만원 이하 전문공사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 대부분 기관이 공사비가 낮은 도로보수나 하천공사 등을 시행하면서 적격심사나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업체를 대상으로 견적서를 받아 `적당한'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해왔다. 그러나 긴급. 비밀. 신기술공사 등은 공사금액에 관계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공공공사 수의계약 허용 범위는 89년 일반 · 전문공사 각 1,000만원에서 93년 각 3,000만원, 95년 각 5,000만원, 98년 일반공사 1억원-전문공사 5,000만원, 99년 일반공사 1억원-전문공사 7,000만원 등으로 점차 확대됐으나 이번에 다시 각 2,0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수의계약제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특정업체가 공사를 독점하거나 공사를 분할 발주하는 사례가 많아 정부나 공공기관의 제도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성을 긴밀히 요하는 공사나 수해복구 긴급공사 등은 수의계약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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