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발전보다 눈앞 이익에 집착"

지난달 30일 충청북도 오창 과학산업단지에서 열린 전력신기술 10호로 지정된 대원전기(대표 권태원) '바이패스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는 무정전 배전공법 신기술' 현장적용과 관련한 품셈실사 장소엔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150여명에 이르는 전국 각지의 전기공사업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처럼 뜨거운 열기를 보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원전기 신기술로 인해 한전에서 받을 수 있는 무정전 공사 단가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각 전기공사업체들이 어떻게 해서든 한전에서 신기술 적용을 못하게 해 기존 받던 품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시작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품셈실사를 위한 회의에서 한전에서 실사를 했던 원안대로 하기로 했던 실사 방법에 대해 일부 업체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한국전기공사협회 장철호 서울서부지회장 및 이명준 충북지회장을 중심으로 20∼30여명의 공사업체 관계자들은 한전에 실사한 부분은 너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실제 작업현장과 비슷한 상황에서 실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대원전기 측과 마찰을 빚었다.

이에 김성관 심사위원장이 중재에 나섰고, 결국 대원전기 측이 양보를 해 2시간 늦춰진 11시 10분 경에 실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현실과 맞지 않아"

일부 전기공사업체들이 대원전기 신기술 공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한전에서 시행한 품셈 실사가 비현실적인 데서 이뤄져 그만큼 공사비가 절감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도심지 전주들의 경우 하나 건너 대부분 변압기가 설치돼 있고, 통신선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 한전 및 대원전기 측에서 주장하는 만큼 시간을 줄일 수 없으며, 따라서 당연히 공사비도 절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도심지에서의 교통상황을 놓고 봤을 때 전선이선기구를 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사 현장에서 대원전기가 사용한 특장차가 최신식이어서 자유스럽게 작업을 할 수 있는 반면 대부분의 공사업체들이 보유한 특장차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전에서 본격 활용하기로 한 대원전기의 무정전 배전공법을 모든 공사에 적용해서는 안되고 도심지 등에 대해서는 선택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기술은 좋지만…"

이날 참석한 공사업체 관계자들은 대원전기 신공법 개발에 대해 우수성을 인정하는 견해들이 많았다. 그리고 장비 구입비용도 800만원 선으로 비싸지 않고, 교육비 등도 무료로 제공된다는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업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대부분 한전에서 본 신기술을 적용할 경우 떨어질 품에 대한 우려는 똑 같았다. 즉 공사업체 모 사장은 "25% 가량의 품이 떨어진다는 것은 공사업체에 있어서는 엄청난 손해"라고 말하고 "품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신기술을 적용하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유 없다"

대원전기 측은 이러한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업체들의 입장을 이해는 하면서도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대원전기 권태원 사장은 이의신청기간 및 한전 시범기간 동안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한전에서 현장에 본 신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의 도심지 적용 불가능 주장에 대해 권 사장은 오히려 도심지에서 적용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업체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1년 6개월여간 한전의 시범운영을 통해 모두 해소했으며, 현재 교육장에서도 수많은 경우의 수를 산정해 놓고 교육을 시키고 있어 아무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실사로 품 오히려 더 줄 판"

이번 품셈 실사는 일부 업체들의 이의 제기로 한국전기공사협회 중앙회가 주관해 열렸다. 실시의 목적은 한전의 품셈 산정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것. 그런데 이날 실사 방법을 놓고 봤을 때 총 11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인데 불구하고 6시간 50분만에 끝을 맺었다. 이번 실사는 7개의 전주에 걸쳐 있는 전선을 교체하는 작업으로 활선전공 4명과 일반 인부 2명이 투입됐다.

1시간 정도의 철거작업을 남겨 놓고 있은 상태에서 심사위원장이 중단을 시킨 것이다. 처음에 불가능할 것처럼 보여 작업을 지시했던 공사업체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작업이 완료되자 오히려 심사결과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이도 생겨났다.
당시 심사위원 중에는 신기술 적용시 한전에서 잡은 품이 너무 많이 책정돼 있으며, 50% 이상 줄여야 된다는 의견까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한전에서 오히려 품을 더 깍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사태로 전환된 것이다.

△"업계 이익보단 국익 생각해야"

이번 실사에서 나타난 논란의 해결은 어떻게 보면 업계의 순간적인 이익을 우선할 것이냐, 아니면 국익을 먼저 생각할 것이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신기술을 통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고, 시공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이는 국가 산업 전체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일부 업체들이 주장하듯 신기술을 적용치 않고 기존 품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면 당장은 업체들에 있어서는 좋겠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선진공법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결과는 얻기 어렵다.

전기공사시장의 완전경쟁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이 때, 관련업계들도 기존의 마인드를 버리고, 새로운 눈으로 업계의 발전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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