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 중 3곳 영업후에도 간판불 안꺼

서울 도심 사업장의 4곳 중 3곳이 영업이 끝나도 간판을 소등하지 않고 불을 환하게 밝혀놓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시민연대(공동대표: 김석봉 등 9명)는 4일 ‘간판 및 옥외 조명 소등 여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1일 오후 10시에서 22일 새벽 2시까지 4시간 동안 서울 시내의 구청과 종로·강남 등 5개 주요도심의 영업이 끝난 백화점·금융기관·자동차영업소·이동통신 대리점 등 평소 에너지 과다낭비 대상으로 꼽히는 483곳에 대해 조사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밤 10시∼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 서울시내 사업장의 간판을 조사한 결과 총 조사대상 483개 사업장의 무려 76%에 해당하는 367개소가 소등하지 않고 불을 환히 밝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등한 곳은 24%인 116개소에 불과해 야간 에너지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기관 188개소 중, 155개소(82.4%)가 영업시간 이후에도 소등하지 않아 전력낭비 1위를 차지하였으며, 자동차영업소, 병원, 백화점, 대형유통매장, 구청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자동차영업소는 39곳 중 32개소(82.1%)가, 성형외과ㆍ치과 등 응급실이 없고 영업이 끝난 병원은 139곳 중 113개소(81.3%)가, 백화점 및 대형 유통매장은 40곳 중 18개소(45%)가, 구청은 25곳 중 9개소(36%) 소등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강북지역은 조사대상 총 136개소 중에서 99개소(72.8%)가 소등하지 않았고, 강남지역은 총 196개소 중 156개소(79.6%)가 소등하지 않아 강남이 강북에 비해 6.8% 더 많은 전력 낭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연대 측은 특히 새벽1시 이후의 조사에서, 서울시 전체 25개 구청 중 4개 구청(16%, 노원·종로·서대문·용산)가 조명을 점등해 놓고 있어, 에너지 절약에 보다 솔선수범해야 하는 지자체가 오히려 절약에 무감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신촌과 강남 등지의 병원(성형외과·피부과·치과 등)의 조명 간판 점등율이 높게 나타났다. 여기서 조사범위로 포함한 성형외과·피부과·치과·안과·비뇨기과·신경외과 등은 응급실이 없는 병원을 이르는 것이며, 총 109개소 병원 중 89개소(81.7%)가 조명 간판을 점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연대의 금번 조사는, 지난 2월에 실시한 동일 지점에서의 간판 실태조사가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를 검증하는 차원에서 진행됐으며, 이를 계기로 현재 낭비되고 있는 서울시 간판 전력의 55%(142백만kWh)를 절감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다.

또한, 올 한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럽의 폭염과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 ‘매미’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지구온난화 문제가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의 과다 사용에서 비롯된 것임을 시민들에게 주지하고자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이번 조사 결과(지난 2월 조사결과에 비해 약 10%의 소등율 증가)가 에너지 절약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향상된 것으로 판단하고, 절약 실천 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갈 예정이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이 경기 침체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경기가 좋아질 경우 야간 간판 점등률이 다시 증가할 것에 대비해 시민들이 에너지 고갈과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 의식을 지닐 수 있도록 절약 캠페인 및 각 기업·영업소로 협조 공문 발송 작업을 진행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시민연대의 김세희 간사는, “금번 실태 조사 결과 소등하지 않는 비영업장소를 대상으로 영업시간 이후 소등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직접 방문을 통한 에너지 절약실천을 유도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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