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원전산업 전체가 무너진다”…우려 목소리 커져
한전 통합으로 이중의 비리 방어막 세워 ‘마피아’ 오명 벗어야
한전법 개정·노조 반발·경주시 문제 등 풀어야 할 문제도 산적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바닥까지 떨어졌다. 계속되는 운전 정지와 잇따르는 비리 적발로 인해 한수원은 이미 그로기 상태다.

이미 대통령이 나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검찰이 원전비리수사단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비리 사태는 더 악화될 처지다. 여기에 정부가 비리를 제보한 사람에게 포상금 최고 10억원을 약속한 상태여서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악의 상황들이 이처럼 한수원을 향해 일방적으로 발생하자, 최근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한수원을 한전에 통합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미 한수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비리나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한수원뿐만 아니라 원전산업 전체가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10년 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했던 ‘대내외 여건변화에 부응한 전력산업구조 정책 방향’ 연구용역이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연구용역에는 계통운영과 송전망 소유의 통합, 한전의 화력발전 5사의 독립 문제, 판매분할 및 경쟁도입 등 상당히 민감한 내용들과 함께 한수원과 한전의 통합을 긍정하는 용역 결과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민감한 사항은 결국 제외하고, 전력산업의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발전사의 시장형공기업 지정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결론을 내린바 있다.

물론 당시 용역 결과는 한전의 UAE 원전 수주 이후라 원전의 수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이 긍정적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해외원전사업에 대한 조정기능 강화로 한전-한수원 간 통합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원전 R&D 체계 일원화를 통해 이해관계 조정·인력 운영의 효율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내용들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용역 결과 발표 이후에도 원전 수출 내용이 나올 때마다 제기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제기되고 있는 한전-한수원 통합 주장은 그 근본을 조금은 달리한다. 바로 통제력의 문제이다. 이번 비리사건의 경우 국무총리마저 원전 마피아라고 표현할 정도로 구조적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원전산업 관계자들은 마치 관계자 모두를 ‘마피아’라며 범죄자 취급하는데 대해 불쾌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지금의 폐쇄적인 구조적 문제가 비리행태를 키웠다는데 대해 절대적으로 부정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즉 한수원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전처럼 한전으로 다시 귀속시킴으로써 원전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현재도 한전의 경우 한수원의 모회사로서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통제력은 사실상 많지 않다. 이에 서로 직군이 다른 한수원을 한전의 조직으로 통합시켜 한전의 관리 감독 하에 둠으로써 이중의 비리·부패방지 방어막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서 한수원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상당한 애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국내 전력수급 현황을 보면 이 역시 수긍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든 집행권한을 한전으로 일임함으로써 국내 원전 사업을 원활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원자력 분야의 경우 국유 개념이 먼저이기 때문에 민간에 개방하는 문제와도 비교적 떨어져 있고, 아울러 모두 기저발전이기에 한전과 통합하더라도 전력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점도 통합을 긍정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통합이 그렇게 쉬운 부분도 아니다. 우선 한전이 한수원을 수용할 경우 타 발전회사들에게 끼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관련 노조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전력노조의 경우에는 통합을 이미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터라 별 반대는 없을 테지만, 한전의 자회사가 아닌 별도 공사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수원 노조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주시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미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 등으로 인해 한수원 본사 등의 이전이 확정된 상황에서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될 경우 관계 정립이 상당히 애매모호해지기 때문이다. 2010년 KDI 용역 결과 발표 공청회도 경주시민들의 한전-한수원 통합 내용을 문제시하며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이외에도 여러 구조적, 기술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통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원전 산업 전체를 무너트리는 것보다 한전과의 통합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분명 논리는 있다.

이러한 통합 논란에 대해 전력계 한 관계자는 “통합 문제는 한전과 한수원이라는 조직의 문제로 접근할 부분은 절대 아니다”라며 “국내 원전산업의 원활한 추진과, 이를 통한 해외수출 확대라는 근본적인 필요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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