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인 녹색연합, 에너지시민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이 최근 한전이 심야전력정책 지속추진으로 인해 올해에 확인된 액수만 472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판단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한전에서는 심야전력이 부하평준화에 기여하고 있는 바가 크고, 이 정책이 결코 단기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면서 시민단체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한전은 녹색연합이 심야전력문제를 김포변전소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5년부터 기저부하발전소의 운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온 심야전력 제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정리해봤다.

▲녹색연합측 의견
'역보조'해서라도 폐지해야
국가적으로 낭비적 에너지소비패턴 불러와
올해만 1,600MW증가…울진원전 2기 해당

녹색연합을 비롯한 시민·환경단체들은 한전이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시정조치하도록 통지받은 바 있는 심야전력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회피함으로써 올해 들어서만 변압기 증설 및 교체공사비로 172억원, 경기도 강화지역, 경북 봉화지역에서 송전 및 변전시설 건설비로 3백억원의 국가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가 불안정해지던 지난 1999년부터 급격한 수요증가가 발생하여, 2000년부터는 기저부하발전소들의 남는 전기로 공급이 부족하여 LNG, 중유 발전소 등 용도 외의 발전소들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는데, 이런 문제로 한전은 이미 지난 2001년 2월 감사원으로부터 심야전력수요를 기저부하발전용량 이상으로 개발하지 말 것을 통지 받은바 있다고 설명한다.

한전은 이러한 통지를 받은 후, 지난 2001년부터 전기보일러 설치시 보조되어온 보조금을 지급중단하고 올해 6월부터는 심야전기요금을 30%인상했다. 그러나 이들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이러한 조치는 애초의 심야전기요금이 비상식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30%인상하더라도 아직도 발전원가인 50원/kWh 보다 40%나 싼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국민들 상당수가 심야전기로 난방을 선호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 낭비적인 에너지소비패턴을 불러온다는 것이 이들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실제로 심야전력 가입자는 올해 들어서 이미 6만2천가구(2002.10.기준)가 늘어난 상태이고, 이로 인한 신규계약 전력용량만 1,600MW에 이르는데 이는 울진원전 2기를 더 세워야만 충당이 가능한 수요라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국내 천연가스보유량이 부족해 가스공사가 12월 5일부터 LNG 화력발전소들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까지 하는 상황에서 겨울철 심야전력수요 상승은 LNG보다 발전단가가 비싼 중유, 경유, 등유로 화력발전소들을 가동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녹색연합측은 심야전력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지역에서는 심야부하를 감당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송변전시설 건설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 투여된 변압기 공사비만 172억원, 2001년 한해동안 심야전력용 배전설비 공사비만 2,678억원이 투여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기도 강화, 경북 봉화 등 확인된 지역 변전소 건설비용만도 3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녹색연합은 "정부는 심야전기요금제도 폐지를 통해 신규수요 증가를 확실하게 억제하고, 기존 심야전력사용자들에게는 전기보일러를 반환할 경우 감가상각비를 계산해 보상하는 이른바 '역보조' 정책 등을 통해 기저발전용량 이상의 심야전기 부하를 줄여야 한다"는 건국대 전기공학과 신중린 교수의 말은 인용하면서 녹색연합측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심야전력 요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측 의견
"부하평준화 위한 최선의정책"
"부작용 있다고 원론까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전격폐지시 관련산업 몰락·고객 A/S최대 문제

한전은 우선 그동안 심야전력을 권유해 오긴 했지만 이는 전기판매 목적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일반 요금의 1/3 수준에 불과한 심야전력을 판매해 봤자 한전에 있어 수익으로 득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한전은 심야전력이 부하율을 개선하는 하나의 정책이라는데 힘을 주고 있다. 부하율(평균전력/최대전력×100)에서 평균전력을 늘리고, 최대전력을 줄이면 줄일수록 부하평준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한전은 부하평준화를 이뤘을 때 전원 구성비를 개선할 수 있고, 가스, 중유 등 비싼 연료를 들여 발전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기저부발전을 늘이고, 첨두부하발전을 최소화해 장기적으로 전체적 생산원가를 낮추는데 심야전력 정책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야전력 정책은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호주,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수십년전부터 이뤄져 오고 있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부하평준화율은 75%로 일본 56%에 비해 상당히 높다. 한전은 이러한 부하평준화를 위해 심야전력을 비롯해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심야전력이 약 3.2%의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즉 한전은 심야전력 정책의 추진은 매우 합리적인 것이었으며, 필요한 것으로 최근 급격한 증가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해, 즉 부작용이 있다해서 원론까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한전은 녹색연합측이 한전이 심야전력 수요의 증가를 방관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99년부터 2000년 초까지 유가 폭등으로 인해 심야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요금이 공공요금적 성격을 갖고 있어 인상하는데 있어 제약이 따라 5년간 인상이 안돼 가격 괴리가 커졌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전은 99년 말에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000년 초부터 국민에 대한 정책신뢰도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그해 7월부터 규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 7월엔 전엔 없었던 공사비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2001년 1월 지원금을 폐지했으며, 2001년 1월 15일부터 공사비를 재차 인상했고, 9월에 다시 공사비를 인상했다. 또 2002년 6월에는 고객 불만, 불평, 민원이 끝없이 제기될 것을 알면서도 수요조절을 위해 요금을 31.2% 인상(겨울 35%, 여름 20%)했다.

또한 자동제어장치에 대한 가격 지운폭도 2회에 걸쳐 줄임으로써 총 7회에 걸친 수요조절 노력을 펼쳐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는 계속해서 심야전력을 설치하려는 수용가에게 전기요금이 상향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한전은 심야전력 정책에 있어 다분의 노력을 펼쳤왔으며, 이를 두고 방관했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한편 역보조를 통해서라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한전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불가피한 신규수요를 하루아침에 거절한 것 또한 20여년간 진행돼 온 정책의 신뢰도와 일관성에 비춰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신규수요를 억제할 경우, 관련 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데,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이들 업체들에게도 대체 품목으로 돌아설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게 한전의 입장이다. 특히 이 경우 기존 사용자들에 대한 A/S가 전혀 이뤄질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업체가 한 순간에 문을 닫았을 때 사용자들이 고장시 느껴야할 불편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심야전력을 쓸 수 없는 상황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한전은 심야전력 정책을 앞으로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야전력이 부하평준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필요한 정책인만큼 급격히 폐지하는 일은 당연히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앞으로 공공적 성격보다는 수요-공급 원칙에 맞춘 시장경제적 원리에 입각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수요가 많으면 요금을 현실화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심야전력 관련 제품들의 경우에도 자동제어장치가 모두 부착돼 있는 만큼 보급해도 계통부하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00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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