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지난 1일 기업설명회(IR)에서 자사 주인 LG화학의 리튬이온배터리 셀 공급 가격을 공개했다. 통상적으로 BtoB거래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비용(Cost)는 대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데 이것은 일종의 파격으로 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GM은 2016년 10월부터 판매예정인 Bolt EV의 배터리 셀 가격이 1㎾h당 145달러며 이 가격은 2019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후에는 추가적인 가격 인하로 2022년에는 1㎾h당 100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SNE리서치는 이러한 발표 내용도 물론 놀랍지만 GM이 통상의 관례를 깨고 구체적인 숫자를 발표한 이유에 대한 분석 자료를 내놨다.

첫째로 폭스바겐 사태로 촉발된 디젤중심 유럽자동차 진영의 위축에 발 맞춰 전기차의 저변확대가 기정사실화되고 그러한 메가트렌드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고자 하는 GM의 의욕이 이번 공개의 이유로 분석했다.
둘째로 테슬라 그리고 애플과 구글로 대표되는 전기 자동차시장의 강력한 도전자들과 견주어도 기존 자동차 메이커인 GM이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갖췄음을 알림으로써 전기자동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이를 위해 배터리 메이커들에게 가격 드라이브를 걸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예상했다.

GM의 발표에 따른 전기자동차 셀, 팩의 가격을 살표보면 1회 충전해 360km이상을 주행하는 EV Bolt의 배터리 팩 예상가격은 약 1만2000달러로 전체 차량가격인 3만달러의 1/3정도다. 3만달러대의 EV는 보조금 등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기존 내연기관(ICE) 자동차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동차 메이커로서는 전기자동차로 바람직한 미래의 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올해 현재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납품되는 자동차용 리튬이온 셀의 판가는 일반적으로200~270달러/㎾h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GM에 의해 공개된 145달러라는 놀라운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료비(59.1%)와 간접비(~38%) 양쪽 모두 획기적인 비용절감이 필요하다.

우선 셀 재료비의 40%정도를 차지하는 양극활물질(NMC계열)의 가격을 현재 ㎏당 25달러수준에서 20달러이하로 낮춰야만 한다. LG화학은 이미 NMC계열양극활물질에 대한 in-house화를 상당 부분 진행하고 있으며,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매우 공격적인 비용절감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극활물질은 보다 저렴한 천연흑연의 사용 비중을 늘리는 것이 비용절감에 유리하지만 특성과 수명을 위해서는 고가의 인조흑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향후 3년 정도는 자동차용 셀 음극에서 Si계 금속물질을 적용하기 어렵고 천연, 인조흑연 두 물질의 혼합비율을 조절해 특성과 가격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재 약 13~14달러/㎏수준에서 10~12달러로 낮춰야 145달러/㎾h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리막(Separator)은 LG가 자체 개발한 SRS(Safety Reinforced Separator)를 사용하는데, 저가의 PE(Poly Ethylene)단층 분리막을 외부업체로부터 구매해 In-house로 그 위에 Alumina같은 산화물을 도포해 분리막에서의 안전성을 높인다. 산화물 및 기타재료 구입가격과 도포 공정비용을 줄여서 전체적으로 1.2~1.4달러/㎡수준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첨가제가 들어가는 자동차용 셀의 전해액은 현재 알려진 15~17달러/㎏의 가격을 그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12~14달러로 낮춰야 한다. 이 밖에 도전제, 양·음극 Binder, 양·음극 Foil, Al Pouch등의 기타자재에 대한 비용절감도 병행돼야 한다. 그리고 간접비용도 자동화 및 설비, 공정최적화등을 통해 대폭적인 비용절감이 필요한 상황이다.

Profit(마진)은 3.5%정도로 추정했는데 이보다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Cell가격 공개에서 드러난 사실은 LG화학이 자동차용 셀 초기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해 글로벌 및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거의 노마진에 가까운 초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 및 양산 사이클이 각각 6개월, 2년 정도로 짧은 IT에서와는 다르게 2~3년이 걸리는 Design freeze(확정) 및 Validation 단계에서 채택된 부품(여기서는 배터리 셀)을 거의 바꾸지 않고 그 후 3~7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친 양산이 보편화돼 있는 Automotive업계의 관행상 초기시장을 대대적으로 공략하면서 대규모 수주를 성공시키고 있는 LG화학의 이러한 전략과 움직임은 매우 효과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업계 특성상 초기 시장을 장악하면 다른 셀 메이커들이 시장에 들어오는데 거쳐야 할 진입장벽이 높아지는데다 차기 모델을 수주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너무나 길어지기 때문이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간략하게 셀 가격 145달러에 대해 검토해 보았는데 판도라의 상자 개봉에 비견되는 이번 GM의 셀 Cost공개가 의도적인 것이든 우발적인 것이든 자동차메이커와 셀메이커 모두에게전기차의 저변과 시장이 확대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