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출신이 공기업 1·2위 동시수장/“전문CEO으로서 전력계 아우러야”주문


지난해 공기업 2위 가스공사 이어 중용
긴급하고 중요한 업무 우선순위도 둬야

산자부 출신 한준호 한전사장호가 공식 출범했다.
국내 최대규모의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사장직에 자원정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한준호 전 중기특위 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식을 갖고 수장을 맡아 전력계를 아우르게 됐다.
산자부 출신이 공기업 매출 각각 1위 한전과 2위인 가스공사 수장을 동시에 맡게 된 것이다. 정치인과 군 출신들이 독식해오던 가스공사 사장직에 오강현 전 산자부 차관보가 임명된데 이어 한 사장의 입성으로 공기업 1,2위를 동시에 맡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산자부 산하 주요 공기업 사장에 산자부 출신 관료들이 잇따라 중용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만큼 공기업에 대한 산자부의 목소리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지난 26일 임명장을 받은 신임 한준호 한전 제15대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한전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세계적인 전력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윤리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뼈를 깎는 자성은 물론 윤리경영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북 칠곡생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행시 10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동자부 에너지정책국장, 자원국장,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기획관리실장, 중소기업청장, 생산성본부회장, 중기특위위원장을 역임한 인물. 공개채용을 통해 입후보한 34명의 후보 가운데 한이헌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운서 전 데이콤 회장, 이임택 한국남부발전 사장, 최기정 전 한전 부사장 등 5명과 함께 최종 후보로 올랐다가 한전 사장으로 최종 낙점됐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공채 당시“폼나게 뽑아 보겠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고 최종 낙점 전까지 다른 사람의 이름이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등 결정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사장에 오강현 강원랜드 사장을 발탁할 작년 9월 당시 최종낙점과정에서도 다소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정치인 출신의 김명규 전 사장이 수뢰혐의로 구속되면서 10여명의 공채후보 중 김종술 전 부사장과 윤영석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과 함께 최종 후보로 추천을 받은 뒤 주총을 통해 선출됐다. 오강현 사장은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고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9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 대통령 경제비서관, 산자부 차관보, 특허청장을 거쳐 한국철도차량, 한국기술거래소, 강원랜드 등에서 사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주요 공기업 사장에 자기부처 출신들이 잇따라 등용되자 산자부의 전·현직 고위 관리들은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코트라(KOTRA), 수출보험공사 등 다른 요직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코트라 오영교 사장은 중임론이 솔솔 흘러나오는 가운데 몇몇이 차기 사장직을 노리며 뛰고 있다는 소문이다. 병세악화로 퇴진이 확실시되는 수출보험공사 임태진 사장 후임자리 역시 3∼4명이 경합중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산자부의 한 관료는“과거 한전과 가스공사 사장은 통상 정치권과 청와대가 의결조율을 통해 확정됐지만 참여정부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해 산하 공기업 인사에 산자부가 나름대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이 관료는“이는 군인이나 정권창출에 공헌한 정치인들이 생소한 분야를 맡으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그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전이나 가스공사 등 해당 공기업은 이 같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크게 반기는 기색은 아니다. 산자부 출신 공무원들이 해당 업무에 어느 정도 능통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CEO로서 반드시 상급기관 출신이 적합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중론이다.
해당 CEO도 이 같은 정서를 읽어 전문경영인으로서 입지를 하나하나 맥을 짚어 나가야 할 것이다.
상급기관 출신 CEO도 하기 나름이겠지만 한 사장이 정통한 전문가로서 한전호를 얼마나 대가없이 잘 이끌어 나가는가에 달렸다.
그의 취임 일성인“뼈를 깎는 자성과 윤리경영 시스템 확립”을 얼마나 잘 실천하는가가 국민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들은 한 한전호의 순탄한 항해를 기대하고 있다.
한 사장은 이를 위해 긴급하고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경영을 해 나갈지 방향타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게 전력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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