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메커니즘 도입…급격한 변화 요구에 적응 끝
발전노조 파업 등 어려움 겪으며 기초 탄탄히 다져
어두운 비탈길 통과해 이젠 고속도로 질주할 차례
급출발은 무리, 서서히 여유롭게…장기적 관점 필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와 한국전력거래소가 내달 2일 창립 3주년을 맞는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이라는 거대한 회오리 속에서 2001년 4월 2일 첫 걸음마를 내딛은 후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각 발전회사들은 선의의 경쟁 속에서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춘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 괄목상대할 성과를 이뤄냈고, 전력거래소는 경쟁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전력거래 시장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각 발전회사 및 전력거래소는 어떻게 보면 기초를 다지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사명, 새로운 경영진, 새로운 환경, 새로운 목표 등 모든 것이 새로울 수밖에 없었던 창립 초기, 모두 21세기를 이끌 주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서두르지 않고 모든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처음은 항상 힘들다. 각 발전회사들도 역시 이 과정을 거쳤다. 기존 한전에서 일괄구매하던 연료도 각 발전사별로 사와야 했고, 노사관계도 각자의 특성에 맞게 해결해 나아가야 했으며, 기술개발, 경영혁신 등 모든 부분에서 각자의 노력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독점이라는 패러다임이 굳건히 지켜지던 시장에 ‘경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잡으면서 시장은 모든 것의 급격한 변화를 요구했고, 이에 따른 혼란이 있었다. 특히 회사 목표를 설정할 비교 기준이 없다는데 애로점이 많았다.
아울러 전력산업구조개편이라는 과정에서 생겨났다는 태동적 한계로 인해 상생(相生)의 노사관계 정립이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곧 현실로 나타났고, 창립 후 1년도 되지 않아 각 발전회사들은 노사 대립으로 극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2002년 2월 25일부터 시작된 사상 초유의 발전노조 파업은 각 발전회사의 존립까지 위협했다. 당시 장기간의 발전노조 파업으로 인해 전력수급에는 빨간 불이 켜졌고, 국가 경제 마비까지도 염려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적으로도 각종 징계와 고소, 고발, 손해배상이 난무했고, 노사간의 관계는 더욱 골이 깊어져갔다. 그 해 4월 3일 파업은 마무리됐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아픔을 겪으면서 각 발전회사들은 성숙해 졌다고 볼 수 있다. 경영진의 새로운 노사문화 정립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노사 평화 선언 등 선진 노사문화의 태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한수원을 제외한 각 발전회사들은 특성상 역할이나 성과가 비슷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과잉 경쟁을 불러일으키며,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발전 시장에서 각 회사들은 독자적인 정책방향을 수립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우수한 발전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펼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창립 초기 과연 ‘경쟁’이라는 메커니즘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각 발전회사들은 핵심역량 개발과 경쟁기반 강화를 위해 경영성과 제고를 위한 다양한 경영혁신 노력을 적극 도입, 추진함으로서 이를 불식시켰다. 덕분에 회사별 원가절감 운동의 경쟁적 전개, 계획예방정지기간 단축, 수익기반 강화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효율적 방안 등이 개발됐고,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각 발전회사들의 성과에 대해 지난해 한전에서 작성한 발전 6개사 경영실적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6개 발전회사 사장과 전 임직원은 공기업적 책임과 민간기업 수준의 효율성 요구가 혼재되어 있는 과도기적 상황 하에서, 파업에 따른 내부 동요를 조기에 진정시켜 노사 화합적 경영정상화를 달성했고, 지속 가능한 경영혁신 추진 체계의 구축과 경쟁적 시장구도를 정착시킴으로서, 구조개편의 취지에 부합하는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경영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에 핵심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라는 표현이 있다.
현재 석탄, 석유 등 연료비 상승, 민영화 등 여러 문제점은 한 기업이 살아가는데 있어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뿌리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기초가 튼튼하면 어려움은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각 발전회사들은 3년 간 폭풍우에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기틀을 마련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각 발전회사들은 이른 아침 고속도로를 질주하기 위해 좁고 어두운 비탈길을 막 빠져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아침 햇살 아래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은 급출발이 자동차에 무리를 주듯 한순간에 최고 속도까지 도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 최고 속도를 내는데 까지는 준비가 더 필요하다. 이제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좀더 장기적 관점에서 먼 100년 후의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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