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장개방·민간참여 확대방안 지지 표명
소비자선택권 확대 위해 판매시장 전면 개방해야
“판매 개방, 한전 판매 분할·민영화와 다른 개념”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판매부문이 전면적으로 개방돼야 다양한 사업모델이 나타날 수 있다.”(윤원철 한양대 교수)
“그동안 한전이 독점하던 소매·판매부문의 개방은 민영화와 혼용되어 사용됐으나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라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존재한다.”(김대욱 숭실대 교수)
“이 계획은 민영화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벌특혜는 해당사항이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손양훈 인천대 교수)
“전기 판매부문을 경쟁에 개방하면 이런 왜곡된 요금제도가 유지될 수 없다.”(김영산 한양대 교수)
“판매경쟁은 소비자에게 전기공급자 선택권을 주는 것으로 소비자는 한전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제3의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조치는 신규 사업자의 판매시장 진입을 허용한 것에 불과하다.”(박종배 건국대 교수)


시장 경쟁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모임인 전력산업연구회 참여 교수들이 전근대적인 전력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변환을 지지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전력산업연구회(회장 신중린)는 13일 ‘전력시장 판매경쟁 시대를 맞이하여’라는 주제로 조찬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력산업연구회는 지난달 공공기관 기능조정의 일환으로 정부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한전의 판매부문 개방방침과 5일 산업부가 발표한 구체적 시행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력산업연구회의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과거 개발연대에 머물러 있던 전근대적인 전력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변환을 지지하고 환영의 뜻을 내비췄다. 나아가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자율적 가격기능을 통해 소비자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력시장 판매개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방의 폭을 확대해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판매경쟁 시스템으로 전력시장을 체계적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원철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전력 판매시장 진출허용을 에너지신산업 사업자 특히 신재생사업자로 제한한 점은 판매시장의 개방효과를 제약할 수 있어 정책의 실효성이 감소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윤원철 교수는 “전력부문에서 에너지신산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통한 경쟁도입과 소비자선택권 확대를 위해서는 전력산업 구조개선에 대한 로드맵을 보다 전향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특히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소매경쟁 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인식해 정부는 2017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민간참여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욱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의 발표를 일각에서는 전력부문 민영화로 오해하고 있으나 이는 판매부문에서의 부분적 경쟁도입과 소비자선택권 확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욱 교수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에 대한 규제가 함께 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전력시장 자유화 이후 2009년에 1994년 대비 전기요금이 약 17% 인하됐는데 인하폭 중 6.8%는 순수하게 경쟁도입에 의한 효과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이 전제되는 것이어서 판매부문 개방이 전기요금을 인상시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판매부문의 개방은 전력 도매시장의 경쟁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우므로 발전부문의 실질적 경쟁을 위한 추가적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산업 여건이 급변해 전력수요는 정체되며 환경친화적 전력설비가 요구되고 있지만 시장운영과 발전설비 투자의 효율성이 너무 낮아 현재의 전력거래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손양훈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판매경쟁 시스템으로 전력시장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위해 직접구매자 제도를 활성화해 전기를 구매하는 다수의 사업자를 허용함으로써 양방향입찰의 초기단계를 형성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직접구매자 제도가 시작돼 도매시장에서의 양방향 입찰을 하게 되면 현재 전력시장이 안고 있는 시장운영 난맥상과 소비자선택의 미반영이라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손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실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향후 후속안에서 잘 반영되기를 기대한다”며 “판매경쟁을 도입하려는 정부의 장기적 정책을 명시하고 이를 구체화해 참여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산 한양대학교 국제금융학부 교수는 “판매부문 개방이 지금까지 한전 독점체제 하에서 유지됐던 심각한 교차보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일례로 주택용 소비자가 산업용 소비자를 지원하는 경제개발단계에서의 교차보조 문제도 소비자 선택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택용 소비자에게는 6단계의 누진제와 최대 11.7배의 누진율이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으나 한전의 독점체제 하에서는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김영산 교수는 “판매부문의 개방이 소비자선택권의 행사로 인해 왜곡된 요금제도를 개선하는 기회가 된다”며 “현재의 요금제도 자체도 선택옵션에 포함한다면 요금이 오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도 판매시장이 개방된 14개 지역과 개방되지 않은 지역들을 비교했을 때 전기요금이 인상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판매부문 개방은 한전의 판매부문 분할이나 민영화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판매개방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판매경쟁은 전기요금 인상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최근 영국에서의 전기요금 인상을 판매경쟁의 후유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국의 전기요금 인상은 2010년에 도입된 기후변화세, 부가가치세, 하이드로카본세 등과 같이 미래지향적 전력산업으로의 전환에 소요되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기요금은 연료가격과 발전방식의 영향을 받으며 원가의 5% 내외인 판매부문으로부터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종배 교수는 “OECD에서 판매경쟁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이스라엘 정도”라며 “이미 해외에서는 논쟁거리도 되지 않는 후진적 관행을 더 이상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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