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하나돼 미국을 무찌르자?’

99년 <쉬리>의 남북 대치관계,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의 데탕트무드로 시작된 남북관계변화가 이번에는 남북이 공조해 한반도를 위협하는 공동의 적인 미국에 맞서 싸운다는 영화까지 등장했다.

신세대 남남북녀의 특급공조 프로젝트 <휘파람공주>가 바로 그 영화. <쉬리>, 에서 무겁게 다룬 남북문제를 가볍고 부담 없이 다루고 있는 <휘파람공주>는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영화가 아닌, 북한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쉬리>의 액션, 의 감동과 웃음이 공존하는 영화 <휘파람공주>를 통해 우리가 당면한 치열한 현실을 가볍게 돌이켜 보는 가운데서 진정한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 영화의 광고 문구가 말썽이 됐다. 반미 분위기에 발 맞춘 마케팅으로 ‘남북이 손잡고 미국에 대항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관계기관의 신경을 거슬린 것. 그 덕분에 이 영화가 일간지 기사를 장식하는 등의 홍보효과를 얻었으니 이 마케팅은 큰 성공을 거둔 셈이라 해야겠다.

영화 속에서의 반미는 조금 어이없는 내용이지만, 내용과 상관없이 시기를 잘 택한 덕으로 관객의 심정적인 동조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의 중심 축은 남북화해다. 미국은 거기에 조금 끼어 든 격.

그간 영화 속에서 보여준 남북의 이미지와 화두 속에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무겁고 긴장감있게 영화 속에 직·간접적으로 투영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남과 북, 그 안의 사람들을 들여다보자. 사람이 산다는 건 별반 다를 게 없다. 다 똑같이 사랑하고 일하고 웃고 울기도 하고….

<휘파람공주>는 그런 남북 청춘남녀의 사랑과 일상을 따뜻하고 경쾌한 시각으로 그리고 있으며, 남쪽 남자 ‘준호’(지성 분)와 북쪽 여자(김정일의 막내딸이란다)‘지은’(김현수 분)을 둘러싼 NIS(국가정보원)와 조선인민무력부, 그리고 미국 CIA의 좌충우돌 대립적 충돌은 두 주인공의 순수한 사랑으로 인해 남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대립을 더 조롱하며 비꼬고 있다.

영화 <휘파람 공주>에는 각기 다른 상징을 지니고 드라마를 끌고 가는 세 부류의 캐릭터군이 있다. 첫째 북한 최고지도자의 철없는 딸 지은과 북한요원 상철(성지루 분), 둘째 남한의 3류 락밴드 노펜스(지성, 이동훈, 도이성, 박용진 분)와 NIS(국가정보원) 요원 석진(박상민 분), 셋째 미국의 매파 CIA가 그것. 이 캐릭터군의 상징은 그래서 명확하다. 한 민족이면서 두 나라로 존재해 있는 남과 북, 그리고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열강이 그 상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휘파람 공주>는 남, 북의 캐릭터군을 통해 남북간 화합에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매파 CIA를 통해선 남북의 화합을 가로막고 있는 그 어떤 이해 관계를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두 입장간의 다툼으로 영화의 갈등이 설정되어 있는 셈. 이 갈등, 즉 남북 그리고 주변 열강간의 이데올로기 관계는 도식적으로 진지하고 무겁게 다뤄져 온 것이 사실이지만 <휘파람공주>는 그 시각을 다르게 하고 있다는데 신선한 의미가 있다.

영화에서 남북한 인물들이 벌이는 행위들은 분단의 현실을 망각할 정도로 유쾌하기 짝이 없다. 시대가 변했고 세대가 변했으므로 새로운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고 싶다는 이정황 감독의 의지에 따라 코믹한 요소가 형식이 수용되었기 때문.

어쩌면… 첨단 우주시대에 지구상 마지막 분단 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 상황 자체가 코미디가 아니겠는가?

200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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