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제조업체 상생의 길 마련/한전의 열린 경영 의지 확인한 좋은 기회

제조업체 솔직한 요구로 실질적 개선 견인
한준호 한전 사장 “최대한 수용”직접 지시

본지와 한전이 공동으로 주최한 ‘배전기자재 제조업체 열린 경영 토론회’가 지난달 30일 한전 본사 11층 회의실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제조업체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해 한전 경영에 반영시키고, 한전의 윤리경영 의지를 제조업체와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토론회는 참석자들의 열정적인 참여로 풍성한 결과를 도출하고 성료됐다.

특히 한준호 한전 사장이 이번 토론회에 대해 “제조업체의 의견을 경청해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받아들일 것”을 직접 지시해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본지 한상호 회장과 한전 김영만 영업본부장, 정연평 배전처장 등이 참가했고, 양규현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유관단체장과 엘지산전 이경행 부사장 등 제조업체 대표를 비롯해 총 42명이 참가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사회를 맡은 이석우 본지 편집부국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된 토론회는 김영만 본부장과 한상호 회장의 인사말과 배전 동영상 상영, 한전의 중소기업 지원사업 소개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상호 관심사 자유토론 시간에는 제조업체 대표들의 건의사항들로 준비한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특히 개폐기·변압기·애자 업체에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이뤄졌는데 가장 먼저 고인석 인텍전기 대표가 “중소기업 지원책중 신제품 개발 지원이 너무 저가로 정해져 있어 업체로서 부담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고 대표는 “원자재가 상승으로 업체들의 출혈이 심한데 적정가격 또는 고품질에 맞는 가격으로 구매해줘야 국가가 발전된다. 고품질 제품은 세계경쟁력 있는 것이므로 싸게만 구매하지 말고, 고품질로 브랜드파워 갖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김방규 선도전기 대표는 “회사를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가격 덤핑에 들어간다. 덤핑된 가격이 실거래가가 되면 이윤은 기대할 수 없고, 가격 맞추기 위해 저품질 제품 생산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 반복된다”고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단체수의계약을 폐지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발등의 불이 떨어진 변압기 업체에서는 단체수계 폐지 이후의 한전 입찰 방식에 대해 많은 질문이 쇄도했다.

임형규 선우전기 대표는 한전이 변압기 가격 인상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 후 한전이 월별 구매 상황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임 대표는 “변압기 업체들은 3∼9월까지는 일이 있으나, 10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일이 없어 종업원을 놀리게 된다”며, “월별 발주 계획이 공개되면 자금 및 종업원 고용 면에서 원활할 듯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또“변압기 가격을 올린 것에는 만족하지만 고품질 제품 단가로는 부족하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아몰퍼스 변압기의 가격이 현실화되지 않아, 아몰퍼스 변압기 자격을 한전에 반납하고자 한다. 도저히 가격이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운반비 및 납품장소가 확대돼 업체의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한 후, “정부예산회계법은 알고 있지만 규소강판 등 원자재가 상승 폭이 크다. 단체수계를 지키기 위해 계약했지만, 가격 현실화 되지 않으면 고품질 제품 생산 어려우니 감안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구류 제조업체인 전정엽 덕산금속 상무이사는 “원자재가는 50%가 인상됐는데 물가인상률이 5% 안 된다고 단가인상이 되지 않았다. 한전은 웃으면서 받을지 몰라도 업체는 울면서 돌아온다”고 제조업체의 어려움을 호소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배동호 고려애자공업 대표는 또한 한전이 현 수준으로 구매하면 3년이 지나야 재고가 없어진다며, “공장이 3만평인데,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최소한 제조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아니면 한전에서 공장을 인수해달라”고 절박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평일의 김봉주 대표는 “기술개발 선두업체를 누가 앞장서 개발하겠는가. 한전은 폴리머애자로 수천억 원의 경영혜택을 봤는데 기술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없이 무한정 가격 경쟁을 시키면 안 된다. 앞으로는 남이 하는 것만 따라하고 싶다”며 격정적으로 폴리머 애자업계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러한 제조업체의 허심탄회한 요구사항에 대해 한전도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표명했다.
김치영 한전 자재처 계약팀장은 “제조업체의 어려움이 이렇게 정식적으로 문제제기된 적이 없었다”며 운반비와 월별 발주물량 공개, 에스컬레이션 제도 현실화 등에 대해 업체가 유리한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정연평 배전처장도 “한전의 신기술 자재 우대정책과 해외 진출 지원책을 많이 이용해달라”고 업체 참가자들에게 당부했다.

김영만 영업본부장은 토론회를 총평하며 “한전은 늘 을의 자세가 되려고 노력 중이지만, 혹시 타성에 젖어 갑의 자세가 나오면 지적 바란다”고 한전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이 정도로 훌륭한 토론회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놀라워하며 한전과 전력신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 되도록 많이 반영되기를 한 목소리로 요청했다.

양현석 기자 kautsky@e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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