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것은 ‘기술’이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답게 돈을 벌어들이는 것도 기술이요,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기술이다. 이미 개인, 기업, 국가의 국제 경쟁력의 유무는 그 대상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에 좌우되고 있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 세계 각 국은 기술전쟁, 특허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력산업계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그 중요성만큼이나 기술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분야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첨단기술이 경쟁력이다’라는 부제로 한전, 발전회사를 비롯한 전력그룹사의 최첨단 기술 및 개발과정을 소개, 전력그룹사의 기술개발 노력을 널리 알리고, 서로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코자 한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사장(死藏)될 뻔했던 ‘오리멀전’을 도입, 최첨단 기술로 석유 및 석탄 연료의 대안으로 승화시킨 한국남부발전의 기술력을 소개한다.


첨단 환경기술로 화석연료 대안 제시

영남화력 전환 사업 추진 성공해
석탄·석유 수급 불안 해소 가능
가격 낮아…수익성 제고 큰 기여


#‘오리멀전(Orimulsion)’은 어떤 연료?

남미 베네수엘라 중앙부를 동서로 흐르는 오리노코(Orinico)강 북부의 광활한 면적의 지하 600∼1500m에 연소 가능한 천연 역청(Bitumen)이 모래와 혼합돼 매장돼 있다.
지난 1935년 발견해 ‘오리노코-역청’이라 불리워졌지만, 굳은 아스팔트형태의 물질이기 때문에 채굴, 운반, 저장 및 연소 등 기술적인 문제로 연료로 사용되지 못한 채 80년대 중반까지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70년대 2차례의 오일쇼크후 오리노코-역청을 석유대체연료로 개발에 착수해 85년에 실용화에 성공, Orinoco-Bitumen의 ‘Ori’와 Emulsion의 ‘mulsion’을 합성해 ‘Orimulsion’이라 명명하게 된 것이다. 오리멀전은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유역에서 생산되는 천연 역청(Bitumen)에 물과 계면활성제를 첨가, 혼합해 만든 연료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채굴 가능한 매장량은 410억톤으로 이는 500MW급 화력발전소 200기를 200년간 가동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이 연료의 가격은 동일열양 대비 중유의 약 70% 수준으로 이태리, 캐나다, 일본, 중국 등지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 대체연료이다.

# 왜 ‘오리멀전’인가?

오리멀전이 각광 받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가 점차 그 가치를 상실해가고 있다는데 있다.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유, 석탄의 현재 확인된 매장량은 각각 10,477억bbl, 9,846억톤 정도인데 이는 각각 약 40.6년, 200년 정도의 가채량으로 환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채량은 향후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소비의 증가를 고려할 때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는 가채량으로 보았을 때 이미 1970년대부터 그 한계성을 쉽게 점쳐왔는데, 석탄의 경유 아직까지 현재의 소비규모로 볼 때 비교적 풍부한 매장량을 보여주고 있으나 교토 의정서와 같은 배출가스 제한으로 인해 그 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용 또한 점차 제한 받고 있다.
무엇보다 화석연료의 수급이 점차 불안해지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최근 들어 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해 석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어느 때고 석유 파동으로 그 공급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
유연탄의 경우엔 더 심각하다. 특히 각 발전사의 유연탄 중국의존도가 약 50%에 육박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국 정부가 석탄 수출에 개입, 중국으로부터의 석탄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 정부는 고도 성장에 따른 국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유연탄 시장에 개입, 수출 물량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 호주탄의 상당한 물량이 인도로 흡수되고 있어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고 인도의 에너지 소비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유연탄 수급 불안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지속될 수 있다는데 있다. 이는 곧 일단 수급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가격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러한 위험성을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남부발전은 오리멀전에서 찾은 것이다.

#남부발전의 발빠른 대응

남부발전은 연료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오리멀전 연료전환 사업을 추진했다. 발전연료의 다원화를 통해 회사의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국내 발전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영남화력에 오리멀전 연료전환 개조공사를 지난 2002년 9월 시작해 같은 해 11월에 설치를 완료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제1호기 오리멀전 최초 점화로 연소 시운전을 개시했다.
남부발전은 이번 개조공사에서 영남화력 1, 2호기(설비용량 각각 200MW)를 오리멀전 및 중유 양용(兩用) 설비로 개조하고 평상시는 오리멀전을 주로 사용하고 오리멀전 부족 시는 중유를 사용해 연료수급상황 및 연료비 변동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여기서 남부발전은 국내 최초 도입에 따른 신기술을 개발, 적용했다. 국내 업체의 주도적 참여로 설비개조 관련 기술의 개발을 유도했다.
무엇보다 오리멀전 도입에 따른 가장 큰 문제인 환경설비 개선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첨가제(DBA) 기술을 개발, 적용함으로서 탈황효율을 향상시켰고, 증발법에 의한 폐수처리기술 적용으로 폐수의 무방류 처리가 가능토록 했으며, 산화마그네슘에 의한 가시매연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환경설비의 신기술을 적용, 환경친화적 설비로 개조, 운영하게 된 것이다.

# 남부발전이 얻는 효과는?

오리멀전 연료의 특징은 중유에 비해 발열량이 낮은 단점이 있으나, 가격이 낮아 연료비 원가가 절감 예상돼 회사의 수익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체연료로서 국내 최초 도입에 성공, 향후 대체연료 도입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라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원래 오리멀전은 생산 및 공급이 한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독점적 구조의 연료원으로서 대체연료로 도입하는 데에는 많은 장애요인이 있었다. 또한 공급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정치 사회적 불안은 안정적 공급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남부발전은 철저한 기업가 정신과 도전 정신으로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장기도입 계약을 체결, 안정적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대체연료 도입의 이정표를 세웠다.
남부발전은 오리멀전 도입 첫 번째 성과로 중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연료를 발굴, 사용에 성공했다는 것을 꼽는다.
여기에 남부발전의 오리멀전 도입가격은 타 오리멀전 계약 가격과 비교해 볼 때 연료전환 공사에 따른 인센티브를 획득 계약기간 동안 기본적으로 3.5달러/톤의 비용을 절감했다.
오리멀전이 소비되어 전기로 판매되는 과정에서 오리멀전 열량 및 영남화력 발전기 효율을 고려했을 때 kWh 당 변동비는 중유의 절반 수준인 24원/kWh 정도로, 이는 석탄에 다음가는 저렴한 연료로서 향후 오리멀전이 중유를 대신해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대체 연료 도입의 경제적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됐다.

# 도입에 따른 정부정책 및 현안은?

현재 정부는 세계적인 에너지 원자재 수급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심각하게 대체연료 개발, 도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대체연료의 도입이 석유와 같은 기존 에너지 시장의 잠식을 동반하고 있어 여러 가지 쟁점 현안이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오리멀전에 대한 수입부과금 및 특소세 부과 방침을 들 수 있다. 이것이 법개정을 통해 시행된다면 오리멀전 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성과는 극히 제한될 전망이다. 대체연료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공급원 및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을 통한 에너지 수급 안정성 확보와 그에 따른 경제성 성과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대체연료 도입 유인이 훼손된다면 에너지 소비주체의 대체연료 개발, 도입 의지가 꺽일 수 있다.
물론 기존 에너지 산업과 대체연료 도입 사이에 상충관계(trade-off)가 존재할 수 있지만 대체연료를 기존의 에너지원과 같이 규제하는 데는 문제가 있는 만큼 특소세 부과 방침등은 제고돼야 한다.

# 업계의 관심은?

남부발전의 오리멀전 도입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데 오리멀전을 도입하려는 국내 발전사를 비롯해 5∼6개의 국내 소비자들이 현재 도입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 오리멀전 도입의 중장기 전망은?

오리멀전 도입의 경제성과 에너지 수급 안정성에의 기여도는 이미 검증이 된 상태이며 이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의 CBP 전력시장 하에서 오리멀전 사용 발전소의 급전 순위는 석탄 다음의 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향후에도 이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원자력 및 석탄 기저발전기의 추가 투입이 계획돼 있어 기저 발전기의 증가에 따른 오리멀전 발전소의 판매량 감소를 예상할 수 있으나 오리멀전과 중유의 가격차가 크고 어느 정도의 수요증가를 고려할 때 오리멀전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현재 오리멀전을 검토하고 있는 발전사의 도입이 결정될 경우 중유 발전소의 오리멀전 연료로의 대체는 더욱더 가속화 될 것이며 이는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