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세상을 만든다-아이디어 전력설비 기업 탐방

얼핏 생각하면 전통산업의 대표주자처럼 잘못 여겨지기도 하는 전력설비 산업에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일가를 이룬 이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천편일률적인 기존의 제품에서 불편함을 찾아내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제조기업의 본령에 속한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이를 포기하고 안주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몇 안돼는 아이디어 제품과 기업들은 더욱 소중하다. 대표적 아이디어 기업 (주)삼성산업과 (주)한발을 둘러보자.

(주)삼성산업
전주도 인테리어 시대
전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고강도·칼라 전주로 신기원
전주산업을 디지털화 선구자

당신은 ‘전주’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칙칙한 골목길을 더욱 칙칙하게 만드는 회색의 시멘트 기둥과 거기에 얼키설키 감겨있는 통신선(전선이 아니다. 전선이 그렇게 얽혀있다가는 난리 난다)들이 눈에 어른거리고, ‘전봇대’라는 어원도 불분명한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신이 맞다. 전주를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대단히 특이한 미적 감각의 소유자이거나 업계 관계자일 테니 논외로 하자.
하지만 “전주는 왜 아름답거나 보기 좋을 수 없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아름다운 전주, 주위 환경과 잘 어울리는 전주, 강력한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한 전주를 만들기 위해 땀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경상북도 의성군에 위치한 (주)삼성산업(대표 허규판)이 바로 그 선구자적 기업이다. 녹색 및 갈색의 천연 착색광물을 사용한 ‘칼라 전주’로 환경친화적 전주를 선보이고, 설계하중 1000kgf의 ‘고강도 콘크리트 전주’를 개발해 전력설비의 안정성을 꾀하고 있는 삼성산업은 전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고 있다.
삼성산업의 칼라전주는 기존의 칼라전주 개발 실패의 원인이 됐던 안료의 과다사용에 의한 단가상승과 자외선 등의 외부적 요인에 의한 탈·변색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녹색과 갈색의 천연 착색광물을 사용해 안료의 사용량을 최소량으로 줄이고 이에 따라 경제적이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제품이다.
한편, 매년 내습하는 태풍에 의해 중하중용 전주가 도괴될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산업이 개발에 착수한 고강도 콘크리트 전주는 설계하중 700kgf인 기존 중하중용 전주로서는 강도 확보가 곤란한 지역에 설치해 전주강도를 보강하고, 위험 예방을 통해 고장정전 예방과 복구인력 및 경비절감이 가능해졌다. 또 전주와 전주간의 간격이 훨씬 멀어지므로 전주 사용량이 축소되고 시각적 환경의 개선도 아울러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고강도 전주란 전주 끝에 1000kg의 하중을 가했을 때 균열이 0.25mm를 넘어서지 않고, 2000kg의 하중을 가했을 때 파괴되지 않는 전주를 말한다.
삼성산업의 허규판 대표는 희망 없는 3D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콘크리트 전주 산업을 모두가 선호하는 첨단 선진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허 대표는 ‘전주에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신념으로 계속 참신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더 높은 기능을 가진 전주를 개발해 전주 고유의 기능을 갖추면서 도시와 자연에 어우러지는 그런 전주를 만드는 것이 허 회장의 꿈이다.
삼성산업이 개발 계획 중이거나 실제 개발에 착수한 전주는 더욱 놀랍다. 산소를 발생시켜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전주, 나무와 같은 무늬와 굴곡으로 실제 나무와 구별하기 힘든 전주, 까치가 집을 못 짓게 하는 전주 등이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곧 우리의 현실에서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재래식 산업인 콘크리트 전주 산업을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디지털 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삼성산업은 업계 최고의 우량기업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늘도 새로운 전주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삼성산업이 다음에 내놓을 전주가 무엇인지 기대감이 가득하다.
(문의 : 054-832-5611∼5 www.visionsi.co.kr)
양현석 기자 kautsky@epnews.co.kr

(주)한발
무한확장 비계 혁명
남산타워도 반나절에 거뜬

어린이 장난감에서 아이디어
‘블록비계’로 전세계 주목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순위 상위권에는 예나 지금이나 ‘블록쌓기’가 위치한다. 표준화된 몇가지 모양의 블록이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원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예술품들이 탄생한다. 블록 장난감의 대명사인 레고社는 가끔 블록으로 쌓은 초대형 구조물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건축시 작업공간을 확보하고, 높은 곳에서도 일할 수 있게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인 비계도 이렇게 레고 블록처럼 간단하고 형태의 제한없이 빠르게 만들 수는 없을까. 모든 공사 관계자들이 원하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주)한발(대표 백수곤)은 바로 이런 비계를 만드는 회사다. 한발의 최고 히트상품인 ‘블록비계(특허 제 0334121)’는 기존 제품들과 차원을 달리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기존 비계들은 작업자의 추락을 막기가 어렵고, 조립이 어려워 전문가가 아니면 사용이 곤란했다. 반면, 블록비계는 사다리 끝에 요철 형태의 연결부품을 둬 사다리를 길이 방향으로 연결하면 긴 사다리가 되고, 눕히면 발판이, 여러 방향으로 연결하면 삼차원의 입체 구조가 돼 마치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장난감 블록처럼 작업발판의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단순화하고 블록화해 자유롭게 어느 방향으로나 설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사다리들의 조합은 서로 적당한 위치에 접근만 하면 연결부가 결합돼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다.
백수곤 대표는 블록비계의 특성을 3S라고 이야기한다. 즉 ‘세계 최고의 안전도(Safe), 세계 최고의 조립속도(Speed), 세계 최고의 강도(Strong)’를 모두 갖췄다는 의미다.
이 제품은 사다리 구조를 이용해 작업자의 추락이 불가능한 구조임과 함께, 신속 체결 볼트를 사용해 기존의 비계 조립시간에 비해 1/10 밖에 소요되지 않는 빠른 속도가 가능하고, 전체가 볼트로 체결돼 강인한 구조를 갖고 있다.
더욱이 자신의 몸체를 타고 오르내리는 호이스트를 사용해 작업의 안정성과 효율이 더욱 제된 제품으로 조립을 삼각트러스 구조로 할 경우에는 8톤이 넘는 발전소 터빈 로터도 간단히 들어올리는 크레인의 지브와 같은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이 제품은 발전사 등 전력그룹사를 비롯해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사용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중국 삼협댐 전시회에 선보여 현지관계자로부터 찬사를 들으며 대리점 개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발의 직원들은 쏟아지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한발의 이런 놀라운 성장은 기술과 창의성을 갖춘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모범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의 전범이 되고 있다.
(문의 : 042-931-4771∼4 www.hanbal.co.kr)
양현석 기자 kautsky@e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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