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내수시장 포화·무역역조 현상 심화/전력IT 등 신사업 진출로 차별화 이뤄야/미국이든 중동이든 수출?n

올해 전력기자재 생산업계의 경기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다. 특별히 내년도 기간산업 확충과 건설업 부흥이 점쳐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와 같은 불황을 이겨낼 만한 묘수들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전기공업계는 지금 내수시장의 한계를 실감해야만 했다.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인해 발주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전과 발전회사들의 투자가 위축됐고, 연말 기대했던 프로젝트성 입찰 수주도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미 지난해 전력IT 개발 노력 가시화, 수출 지역 다변화 정책 추진 등 새로운 시도들이 올해 제조업계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당장 올해 가시적인 성과야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를 바라보는 차원에서 좀더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급팽창한는 전력IT 시장 대비해야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벤처시장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전 산업분양에서 디지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력기자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벤처기업들이 90년대 생겨나기 시작했고, 기존 제품에 IT를 접목, 디지털화해 품질을 개량한 제품들이 하나둘씩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는 곧 그동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렀던 제품들에 디지털을 접목, 차별화를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기자재의 디지털화가 몇 년전부터 전력산업 전체에 이슈로 떠올랐고, 관련 대기업들은 어떻게든 첨단 전력기자재를 개발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기 케이디파워의 지능형 수배전반이 돌풍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일진전기공업이 기존 탱크형 가스절연개폐기를 디지털화한 큐비클타입 가스절연개폐기를, 선도전기는 자동화설비 및 각종 감시제어시스템을 선보였다. 보호계전기의 디지털화는 이미 오래됐다. 현대중공업, 디이시스, 유성계전, 젤파워 등 참여업체 모두 최첨단 보호계전기를 출시했다. 자동구간개폐기, 차단기, 각종 송변전·배전설비 등도 디지털화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기자재뿐만 아니라 전 생산품의 IT분야 접목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특히 글로벌화 된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 전력기자재의 IT화밖에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을 업계에서도 잘 알고 있으며, 또 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에는 '한국부하관리사업진흥회(KOPOSA)'가 출범식을 갖고 민간기업 차원에서 국내 부하관리사업에 직접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부하관리사업은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전력수급의 안정과 시장기능에 의한 전력산업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써 앞으로 신규 발전소 건설 필요 용량의 상당 부문을 효율적인 부하관리를 통해 커버하고자 하는 것으로, 전력과 IT의 결합이라는 에너지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부하관리사업진흥회에는 한화S&C, LG산전, 일진전기, 엣파워, 현대중공업, (주)효성, 포스코 등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7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처럼 전력IT 시장이 침체된 전력기자재 생산업체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열어줄 대안으로 각광받으면서 관련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아직도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디지털화를 위한 기술개발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력과 고급인력이 부족한 만큼 대기업과의 연대 강화를 통한 기술개발 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내수시장 대응책 마련 시급
이제 전력기자재 시장은 안이한 영업 정신 갖고는 버텨내기 힘든 시장이 돼 버렸다.

그동안은 하나의 거대한 한전을 상대로 영업전략을 수행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한전을 비롯, 6개 발전회사, 그리고 올해부터는 6개 배전사업부를 상대로 세일즈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공기업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사기업 보다 더한 짠돌이(?)가 돼 버렸다.
따라서 관련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버텨내기 위해 새로운 영업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배전부문 제조업체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발전부문의 경우 희소성으로, 즉 발전기, 보일러 등 대형 장비들을 생산해 내는 업체들이 대기업들로 몇 개 되지 않아 그다지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 배전사업부제가 실시와 동시에 배전부문 제조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배전사업부들이 독립 법인은 아니지만 독립회계로 꾸려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한전이라는 하나의 주체를 갖고 계약을 하던 것에 비해 6개 회사로 나눠지는 배전회사를 모두 커버하려면 6배의 영업인력을 확충해야 하는 등 영업비용이 크게 증가된다.

특히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도 출혈경쟁으로 인한 덤핑이 난무하고 있어 어려운 판에 여러 개로 나눠질 경우 입찰시 각 계약규모는 줄어드는 대신 해당 업체는 그대로여서 '자기 무덤 파기식'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제조업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원가절감과 기술경쟁력 향상을 일궈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내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화된 분야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방안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특정 제품에 대한 탁월한 노하우를 갖추고 찾아가는 영업이 아닌 찾아오는 영업이 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하는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서 보여진다. 일단 잘된다면 뛰어들고 봤던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들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수출 다변화 정책 적극 모색해야
모든 산업이 글로벌화 되면서 경쟁 역시 글로벌화되고 있다. 내수 시장만을 겨냥한 경영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 이제는 큰 물에서 크게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중전기기업체를 중심으로 전력기자재 업체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파악, 수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최근 전기산업진흥회는 미국 경제의 불안으로 인한 세계경제 회복의 둔화, IT 분야의 경기 부진, 유가 불안정 등 세계 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전기기 산업은 IT기술을 접목한 신기술 및 초고압 전력기기 등 고부가 상품개발과 독자기술 확보를 통한 꾸준한 수출시장 개척 노력에 힘입어 수출이 계속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에는 수출액이 1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올해 중국 등 동북아 지역의 전력설비 투자에 따른 고효율 기자재 수요 증가 등 지속적인 시장확대와 미국의 캘리포니아 전력 부족으로 인한 송배전 사업 투자 참여, 일본의 해외 전력 기자재 아웃소싱으로 인한 국내 제품의 상대적 이미지 부각에 따른 신규수요 창출, 중동지역 안정화 이후 건설경기 활성화 기대 등 선진시장 및 신규시장 공략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 지난해 대비 8.8%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등 선진국과 중동 및 중남미 등 수출 지역 다변화 추진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성장하면서 국가기간산업인 전력산업의 확충이 필요, 많은 개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중국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 2010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의 경우에는 최근 향후 50년간 자국의 지속적인 발전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국가산업기술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발전, 송전, 변전 전분야에서 확충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중전기기업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수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한편 최근에는 아프리카 시장도 수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면서 업체들은 시장조사 채비를 꾸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수출은 그곳이 아프리카 오지이든 미국 등 선진국이든 상관없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수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올해 중기거점 기술개발 사업으로 국산화된 초고압 전력기기, 자동제어반 등을 고부가가치 수출 주력상품으로 육성하고 국제공인 상호 인증체제 구축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확대 등 기술기반 조성 사업의 지속적 추진과 국내외 전시회 및 수출 촉진 활동 지원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제 전력전기전시회 및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기존 중전기기 수출 유망지역인 동남아, 중동지역에 대한 시장 개척단 및 전시회 참가를 적극 지원한다.

또한 본격적인 선진시장 진출을 위해 올해 9월 미국 달라스에서 개최되는 IEEE/PES 전시회 파견 등 선진국 신시장 개척 활동 강화와 수출기반 조성사업에 약 3억원 상당을 지원하는 등 중전기기 수출 확대와 역량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출이 일부 업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0여개의 업체들이 수출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출을 주도하는 업체는 현대중공업, 효성, LG산전, 일진전기공업, 일진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일부에 국한돼 있다.

따라서 다른 중소기업들의 적극적인 수출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가 않다. 세계 중전기기 시장에서 선진국의 경우에는 품질인증 요구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등 시장진입 억제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고, 중국 등 후발국가들은 저가공세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어 경쟁력이 약한 국내 중소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입으로 중국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예상돼 제3국 시장에서의 한중간 경합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사실 그동안 중전기기 수출 품목들은 중저가 품목으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수출에 나섰다. 수출대상국도 미국, 일본, EU, 동남아 일부국가, 중동지역 등 일부에 국한돼 있었다. 그런데 이 시장을 국내업체가 제시하는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을 갖고 후발업체들이 잠식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이겨는 방법은 기술 뿐이다. 즉 이젠 가격만 갖고 승부를 하기에는 늦었다. 극초고압 변압기, GIS 등 최첨단 기술을 응용한 제품을 세계시장에 내놓아야 승산이 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도 지금은 어렵더라도 최첨단 중전기기를 생산해내기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200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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