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문화재단 ‘원자력과 사회적 합의’ 심포지엄 개최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사장 박금옥)은 원자력정책에 대한 각계 전문가의 균형 잡힌 정보제공과 심도 깊은 토론을 통해 원자력의 역할을 올바로 평가하기 위한 공론의 장으로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타 국제회의장에서 ‘원자력과 사회적 합의’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배순훈 교수의 ‘국책사업과 사회적 갈등 조정’이라는 기조발표에 이어,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대학원 김창섭 교수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 등 주제발표가 있었다. 다음은 주제발표 내용 요약.

◆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김창섭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대학원 교수) =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을 건설하고 구현하기 위하여는 보다 근원적인 핵심요인에 대한 체계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현재 표류중인 에너지산업의 구조관련 논쟁을 마무리하고, 에너지 배분과 관련하여 사회적 형평성을 감안한 요금제도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관련 정보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의 정비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원자력을 둘러싼 정보의 비공개성과 불투명성은 정부의 원전정책의 효과적인 추진과 관련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소극적 공개가 아닌 보다 적극적인 공개의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정책의 집행과정에서 정부의 의사결정방식에 대한 논의와 함께, 기술적 측면에서 화석연료체제, 원자력체제 및 기술혁신체제(절약기술, 청정기술, 신재생에너지, 연료전지 등)간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위해서는 자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역시 에너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선택이며, 이때에 가능하면 환경친화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의 분배과정이 보다 투명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또한 사회적 형평성이 구현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또한 이를 보다 전략적이고 비용효과적이고 평화스러운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 원전정책의 문제와 대안(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 원전정책의 지속여부 쟁점중 하나인 전력공급의 안전성에 있어서도 대형 원전은 오작동이나 불시정지로 인해 일정기간 전력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여 공급안정성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연료확보 및 가격의 안정성도 현재 세계의 원전 설비용량이 1970년대에 예상된 것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서 머물러 우라늄 연료에 대한 세계수요가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성에 있어서도 국내 원전사후처리비용 산정방식이 아닌 재산정된 원전폐로비용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한국표준형 원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핵심기술과 부품은 여전히 해외업체들에게 의존하고 있어 원자력건설 정책을 지속할 경우 고부가가치의 영역에서는 대부분 해외 대형사업자들이 이윤만 늘려주게 된다.
따라서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사후책무에 대한 투명한 재산정과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정확한 비용부과가 사회적으로 합의된 후에 결정해야 한다. 또는 전문성이 부족한 정부 정책결정자의 임의적인 판단보다는 경쟁적인 전력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전력소비구조 효율개선에 대해 집중 지원하고, 분산형 전원보급 확대하여 수요공급의 양극화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 원자력의 현재와 미래(이은철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 원자력산업이 경쟁력을 갖추어 지구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안전성 및 신뢰성 제고와 더불어 전 분야에서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원자력 사업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합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원자력의 다양한 이용은 미래에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고유가 시대의 해결은 수소를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유일한 수단으로 보인다. 현재 수소 생산은 재래식 방법으로 효율이 그렇게 좋지 않지만, 원자력이 만들어 내는 높은 열을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한다면 고효율을 낼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원자력수소 개발법을 통과시켰으며, 이를 위해 20억불을 투자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일본도 20억 옌을 향후 10년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미 개발에 착수하였으며, 많은 선진국들이 효율적인 수소 생산을 위해 뛰어 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0년을 목표로 고온기체냉각을 이용한 원자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SK(주)가 이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보다 앞선 일본이나 중국 등과 기술협력을 통하여 연구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선진국보다 약 3년간의 격차를 가지고 있지만, 이 정도는 바로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자력정책 결정과 공공참여(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 우리나라의 원자력정책을 둘러싼 의사결정구조의 특징은 한마디로 ‘전문가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력정책의 방향성을 둘러싸고 많은 사회적 갈등이 내재적, 현재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일반 시민들을 배제하고 오로지 전문가들만이 원자력정책을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이미 주어져 있는 원자력정책 내에서의 논의가 아니라, 원자력정책 자체에 대한 논의(기존의 원자력정책의 틀을 기본적으로 유지할 것인지, 크게 전환할 것인지)가 필요한데, 이러한 논의는 당연히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기존의 전문가주의적 원자력 정책결정구조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기본 원칙은 이해당사자를 비롯한 ‘공공의 참여’ (public participation)와 충분한 정보제공과 토론에 기반한 ‘심사숙고’(deliberation)이다. 이는 전력정책으로부터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로라도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원자력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한편 충분한 정보제공과 토론에 기반한 ‘심사숙고’란 참여한 공중이 관련 사안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과 토론 속에서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내리는 의사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정태적인 의견만을 수집하여 모으는 여론조사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공공참여’와 충분한 정보제공과 토론에 기반한 ‘심사숙고’를 중시하는 사회적 합의 형성 방식으로는 합의회의(consensus conference), 시민배심원(citizen jury),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 국민(주민)투표와 같은 참여모델들을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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