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소중립과 에너지신사업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력산업(전환부문)분야의 선도적 역할은 과히 필수적이라 할수 있겠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의 대규모 보급을 확대하는 한편, 화석연료기반의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시스템을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형 전력시스템으로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력산업 가치사슬 전반을 주도하고 있는 한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기후변화 위기극복을 위한 각 국가의 탄소중립 이행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탄소국경세 도입, RE100 캠페인 확산, ESG 경영 확대 등 탄소배출감소를 위한 기후변화대응노력은 경제·통상 및 기업활동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동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작년 12월 ‘2050년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얼마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였고, 향후 ‘분야별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기반하여 2030 국가탄소배출 목표치(NDC)도 현재의 ’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한 536.1백만톤에서 ’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한 436.6백만톤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반도체·2차전지·자동차·철강·조선 등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선제적으로 탄소중립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이루어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발전과 영광이 한순간에 사라질수 있는 만큼, 세밀한 이행체계와 전략을 수립하고 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지속한 가능한 탄소중립 이행기반을 마련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할수 있다.

◆탄소중립 시대, 한전의 역할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한전의 역할은 첫째, 선제적 송·배전망 구축 및 계통 안정성 강화이다. 한전은 재생에너지가 계통에 적기 접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ESS를 비롯한 유연성 자원 확보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한 계통 안정성 강화의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탄소중립 R&D 선도를 통한 핵심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무탄소 전원기술(수소 또는 암모니아 혼·전소 발전 및 수소터빈 기술), CO2 포집·전환 및 활용(CCUS) 등에서 정부·민간·발전·학계와의 공동연구를 통한 기술혁신 촉진이 필요하다.
셋째, 대규모 해상풍력사업 개발 선도를 위한 청정에너지 보급 확산이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발전에 한계가 있으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상풍력발전이 유리하다. 그동안 해상풍력발전은 유럽의 글로벌 유틸리티 주도로 개발되어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해상풍력이 주요 발전원으로 상업운전되어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60MW 규모의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이 20.2월에 준공되는 등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한전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한다면 국내 해상풍력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
넷째, 전력 생산·수요 분산화 유도 및 합리적 비용분담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분산형 전력공급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하여 해당 지역에서 전력소비를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급의 지역분산화 유도를 위한 망요금 체계개편, 분산에너지 계통편익 보상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 또한,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전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탄소중립 이행비용의 합리적 분담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원가변동 및 기후환경 요금 등의 적기반영이 가능한 요금체계 정상화 및 개편은 물론, 가격 신호를 통한 피크분산 유도를 위한 계시별 요금제(TOU)확대, 수요관리형 요금제(CPP)도입 등 다양한 요금제 마련을 통해 탄소중립 이행비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 인식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전의 에너지신사업 추진 현황

한전은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보급확대, 에너지효율향상, 재생에너지 확대 및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발맞춘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친환경 전기차 보급확산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충전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전체 충전기 약 11만기 중 한전은 약 1만기의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민간 충전사업자와의 상생형 사업모델 개발로 전기차  산업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한전의 로밍 중개 서비스(Charge Link)플랫폼을 통해 충전기 이용고객은 한 개의 카드로 타사의 충전기를 별도의 장치나 추가 이용요금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더불어, 한전의 EVC운영시스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現 15개사)하여, 민간 중소 충전사업자가 별도의 시스템 구축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충전시장에 진입하여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둘째, 한전의 자체 에너지관리시스템인 K-BEMS를 활용하여 공장과 대학 캠퍼스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사업인 “산업단지 스마트에너지플랫폼 사업”을 수주하여 광주첨단·구미 2개 산단(59개 공장)에 한전 EMS 기반 플랫폼을 구축중이고, 이를 통해 산업단지 에너지 관리 인프라 조성 및 에너지 효율향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셋째, 도시에너지 자원의 최적화 및 효율화를 위해 자체 개발한 스마트시티에너지플랫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며, 현재 서울시와 협력하여   마곡지구 대상으로 에너지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향후 지자체 스마트시티, 스마트산단 등에 한전이 보유한  플랫폼을 확산 보급하여 해당 도시 및 산단 등의 에너지   사용현황 모니터링, 에너지효율향상 및 최적화, 에너지사용량 절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넷째, 한전은 전남·북도와 함께 전남 신안 1.5GW와 전북 서남권 1.2GW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사업은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는 중후장대의 산업으로 유럽에서도 글로벌 유틸리티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전은 앞서 추진한 전북 서남해 60MW 시범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다양한 민간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세계 최대규모의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2030년까지 성공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며, 이번 사업을 통해 축적될 역량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국내 민간 기업과 함께 해외 해상풍력발전시장에 진출한다면, 원전수출에 이어 향후 엄청난 미래먹거리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울산과 나주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2MW급 수전해 설비를 개발중이다. 수전해 설비는 잉여전력 등을 활용하여 물을 전기분해하여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그린수소를 개발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현재, 독일·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6WM급 수전해 설비가 상용화 되어있으며, 20MW와 100MW급 수전해 설비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전도 향후 MW급 이상의 수전해 설비의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신사업 추진방향 

 한전은 국내 유일의 송배전망 사업자이면서, 단일 판매사업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전은 세계 최고수준의 고품질의 전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 중심의 전력망 구축과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물리적인 설비 확충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AICBM)을 활용한 플랫폼 중심의 국가 에너지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기존 송·배전망의  지능화를 통해 전력망의 효율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가정, 건물, 공장, 산업단지 등 수요부분과 수백만의 분산에너지 자원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에너지플랫폼 중심의 전력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에너신사업의 역량을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물단위 xEMS, 마이크로그리드, 소규모 분산자원, 수요자원 등 여러 다양한 자원을 모아 계통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최적화하여 운영하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더라도 수십개 이상의 발전소 건설과 맘먹는 국가차원의 효율적인 에너지 효율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첫째, 한전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K-BEMS· 마이크로그리드플랫폼·스마트시티 에너지플랫폼의 성능과 기능 개선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시키는 한편, 지자체와 협력하여  공장·산단·지역 단위 보급을 확대하여 국가 에너지효율 향상에 더욱 이바지할 예정이다.
둘째, 민간과 다양한 협력을 통한 규제개선 및 시장활성화를 추진하여 한전의 계통과 발전사업자, 수요관리사업자·BTM 사업자 등 다수의 시장 참여자와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모델을 만들어 국내 에너지신사업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셋째, 영농형 태양광·해상 태양광 등 민간이 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한전이 R&D와 실증사업을 통해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먼저 만들고, 발전회사와 민간회사에 보급하여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기여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계통안정화 목적의 유연성 자원 확보 및 재생  에너지 잉여전력 활용도 제고를 위해 그린수소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울산과 나주에서 진행중인 P2G 관련 기술을 활용하여, 향후 전북 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 구축, 신안해상풍력·새만금 단지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연계하여 그린수소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전은 송배전망 중심의 본원사업을 바탕으로 에너지신사업 분야를 개척해가고 있으나, 국내 여건상 많은 법·제도적 제약으로 사업추진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송배전망사업과 현재 하고 있는 에너지신사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상호연계됨으로서 탄소중립의 성공적인 목표 달성을 이루어 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전략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신사업 전문인력 양성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다가오는 탄소중립시대를 준비하며 새로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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