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급 전력공급 방식 진화 및 정전시간 축소
선로 투자비절감, 전기차 충전소 더많이 공급

채우규 한전 전력硏 스마트배전연구소 배전계획연구실 책임연구원(공학박사)
채우규 한전 전력硏 스마트배전연구소 배전계획연구실 책임연구원(공학박사)

 

◆개요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배전선로는 수지상(radial)으로 운영되고 있다. 배전선로가 나무뿌리처럼 전원측(변전소)으로부터 부하측(소비자)으로 뻗어 나간 모양을 띄기 때문에 ‘수지상’이라고 부른다. 수지상 배전선로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환상망(loop, 주로 송전선로에 적용)처럼 보일 수 있으나, 연결 부위에 설치된 스위치(연계 개폐기)가 항상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적으로는 여전히 수지상이다. 수지상 배전선로는 전류가 한 방향(전원측→부하측)으로만 흐르기 때문에 전압 관리나 고장처리 등 운영이 간단하여 99% 이상의 배전선로에 적용되고 있다. 수지상 선로는 다른 선로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선로는 과부하가 발생하고, 다른 선로는 적은 부하만 공급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어떤 선로는 추가로 부하를 공급할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로는 용량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한다. 선로간 부하불평형이라 부르는데, 설비이용률을 하락시키고, 인근 선로 용량에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회사는 계절 단위로 선로간 부하를 균일하게 만드는 작업(부하 절체)을 진행하나,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부하 변동이 발생할 경우 실시간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배전선로에 변동성이 큰 분산자원(풍력, 태양광, 전기차 등)이 연계될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다수의 배전선로를 상시 연계하여(연계 개폐기를 항상 투입) 운전하는 방식으로, 다수의 배전선로가 부하를 동시에 공급하기 때문에 선로 이용률을 향상시키고,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선로에서 발생하는 고장의 위치에 따라 보호기기(차단기)가 경험하는 고장전류의 방향이 바뀌고, 모든 보호기기가 고장을 경험하기 때문에 기존 수지상 선로의 보호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네트워크 배전방식을 위한 필요 기술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상시 양방향 부하전류 및 양방향 고장전류로 인해 설계 및 운영이 기존 수지상 방식과 크게 달라진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배전선로의 이용률을 향상시키고, 고장처리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하여 2020년 8월부터 3년간 네트워크 배전방식에 필요한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배전 네트워크 배전방식의 요소기술은 다음과 같다.

네트워크 구조 설계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선로 구조(선로간 연계 위치, 간선과 지선의 연계 방법)와 부하 위치에 따라 전류의 흐름이 변경되고, 보호방식도 그에 맞게 수정되어야 한다. 또한 보호기기(차단기의 종류, 변압기의 구성 등) 종류에 따라서도 보호방식이 달라진다. 따라서 네트워크 배전방식에 적합한 설계 Tool이 필요하나, 아직 연구단계이기 때문에 PSCAD/EMTDC, CYMDIST와 같은 상용 배전계통 해석 Tool을 이용하여 최적 네트워크 배전방식 구조를 도출할 예정이다.

N:N 통신기반 보호협조 알고리즘
네트워크 방식은 고장발생 위치에 따라 보호기기가 경험하는 고장전류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수지상 선로의 보호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보호기기가 서로 통신하여 고장정보를 공유하면, 필요한 보호기기만 신속하고 정확하게 동작하기 때문에 고장 시간이 매우 짧고(150ms 이내), 고장구간 이외에는 정전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통신 실패를 고려하여 백업 보호방식도 개발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배전용 IED
IED(Intelligent Electronic Device)는 선로를 감시하고 고장발생시 차단기를 제어하여 고장구간을 분리하는 장치이다. 네트워크 배전용 IED는 N:N 통신 기법을 이용하여 서로 고장정보를 공유하고, 보안 모듈을 탑재하여 개발할 예정이다.

개발 기술과 장치의 검증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하는 기술이고, 하나의 오류가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과 실증이 필요하다. 먼저, 개발되는 보호협조 알고리즘과 IED는 실험실에서 실시간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기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후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에 4회선으로 구성된 시험선로를 구축하고 다양한 고장 시나리오에 따라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발된 알고리즘과 IED 시험

개발된 보호협조과 알고리즘과 IED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실제 고압 배전선로에 기기를 설치하여 검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고압 배전선로에 직접 고장을 발생시켜 시험을 하는 방법은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안전 이슈도 고려해야 하고 실제 선로에서 가능한 시험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에 전력연구원은 2단계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실시간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 IED의 기본 기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후 전력연구원이 보유한 고창 전력시험센터에 네트워크 배전방식 실증시험장을 구축하고 실제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개발 알고리즘과 IED를 검증할 계획이다.
실시간 시뮬레이터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고성능 시뮬레이터, 시뮬레이터에서 출력된 전압/전류 신호를 IED 입력에 맞는 전압/전류로 바꿔주는 증폭기로 구성된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서 네트워크 계통을 모델링하고 고장을 발생시키면 시뮬레이터가 고장상황에 맞는 전압과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후 증폭기는 전압과 전류를 IED 요구사항에 맞는 전압과 전류로 증폭시킨다. IED는 기본적으로 전류의 크기가 일정값(ex. 400A) 이상이면 고장으로 감지하며, 고장전류의 방향(정 or 역)을 판단하고 자신의 전류방향을 다른 IED에 전송한다. 만약 자신의 전류방향과 상대방 IED의 전류방향이 모두 ‘정방향’이라면 자신과 상대방 사이에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인정하고 각 IED는 차단기를 개방시킨다.
전력연구원은 현장에서 발생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개발된 IED를 검증하고 있다. 아래 사진의 우측에서 개발된 3대의 IED를 확인할 수 있다.

 

◆기대효과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다수의 배전선로를 상시 연계하여 운전하기 때문에 다수의 선로가 부하를 공유하여 선로 이용률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이는 선로 신설 투자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특히 변동성이 심한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차 충전기가 다수 연계된 선로의 이용률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며, 신재생에너지 수용력도 증대될 것이다.
수지상 선로는 고장이 발생하면 1차로 보호기기가 동작하여 고장구간을 분리하고, 2차로 운영원이 건전구간(고장구간은 아니지만 정전이 발생한 구간)을 다른 선로로 절체시켜 정전을 복구한다. 이 과정은 통상 3~5분이 소요된다. 반면, 네트워크 배전선로에서는 고장이 발생하면 IED간 통신으로 고장구간이 자동으로 분리되며, 이미 다수의 선로가 연계되어 운전되기 때문에 운영원의 추가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 이를 선로의 Self-healing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고장처리가 150ms 이내에 완료되기 때문에 전력공급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신재생에너지가 밀집한 지역에 적용되어 선로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부대, 산업단지 등 중요부하 밀집지역에 적용되어 선로 투자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고신뢰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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