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윤 한국전력 에너지신사업처장

◆탄소중립과 전력사업 환경 변화

2016년 파리협정 및 2019년 UN 기후정상회의 이후 2050 탄소중립이 글로벌 의제가 되었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전세계가 힘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법제화 등 이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ESG 경영을 강화하고 RE100 실천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통해 2036년까지 신재생 설비를 2022년 대비 약 3.7배 수준인 107.4GW로 확대 보급할 계획을 밝혔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됨에 따라 기존 전력산업의 가치사슬인 생산-운송-소비의 단방향 중앙집중형 시스템 체계가 분산자원과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복잡·다양한 양방향 체계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국가적 비용과 사회적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간헐성과 불확실성이 큰 재생에너지 수용을 위한 계통보강, 주민이 수용가능한 재생에너지 확대, 생산지와 수요지의 불일치로 인한 지역간 전력융통 문제 등은 탄소중립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도전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력의 생산지와 소비지를 가급적 가깝게 두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에너지 분산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산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나 추가적인 친환경 전원들이 계획입지 제도를 통해 특정 지역에 질서있게 잘 조성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고, 전력다소비 시설 또는 산업들이 계획입지 지역으로 유치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처럼 지역에서 전력의 생산-소비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적인 체계 구현을 위한 도구로써 마이크로그리드(MG, Micro-grid) 기술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개요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제한된 지역에서 분산전원과 부하를 통합관리하여 전력을 자체 생산, 저장, 소비하는 전력망을 말한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운영 효율성 향상 및 에너지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스마트그리드(SG, Smart-grid)와 달리 마이크로그리드는 적용규모가 작고, 발전원과 수요처가 하나의 그리드 내에서 구성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운전형태를 기준으로 독립형, 계통연계형으로 구분된다.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는 중앙 전력계통과 연계되지 않은 독립적인 전력망으로 마이크로그리드 단독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중앙 전력계통을 통한 전력공급이 어려운 도서지역 등에 구축이 적합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극소수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전의 전력망을 통해 전력공급이 가능하므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의 활용성은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계통연계형의 경우 평상시에는 중앙 전력계통에서 전력을 공급하고 정전 등의 비상시에는 단독운전을 통해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대비 전력공급 신뢰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 또한 지역내 에너지 자급자족을 통해 장거리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중소규모 분산자원을 수요지 인근에 설치하여 대규모 발전소 건설도 회피할 수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동향

해외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북미지역을 중심(점유율 약 63%)으로, 향후 EU, 일본, 중국 등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지역은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 EU는 환경개선을 위한 분산전원 확산, 일본은 재난 대비 안정성 확보 등의 목적으로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를 확대하였다. 기존에는 유틸리티 이외의 사업자가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대부분 이었으나, 최근에는 재난으로 인한 정전 최소화 등 신뢰도 확보 차원에서 유틸리티에게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의무를 부여하고있다.
국내 마이크로그리드 조성은 에너지 자립섬, 캠퍼스 마이크로그리드 등 소규모 실증단지의 구축?운영 위주로 진행되어왔으며, 해외에 비해 관심과 속도는 다소 떨어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내 전기요금이 저렴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전기요금의 현실화와 신재생 발전원가 하락 등으로 인해 신재생의 경제성이 확보되었을 때 지역단위 생산·소비 시장이 형성되고, 전기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자생적 마이크로그리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집중되어 있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신재생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확산을 추진하는 한편 마을단위 에너지 자급자족 기반도 확산할 계획이다.

◆한전의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방향

한전은 2009년 가파도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사이트 구축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추진하였다. 가파도에 구축한 에너지 자립섬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Energy Management System)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독립형 마이크로그리드이다. 또한 베트남 산업단지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전력계통과 연계를 통해 전력을 경제적으로 사용하는 단일시설 규모의 계통연계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였다. 이 외에도 캠퍼스형 마이크로그리드를 전남대와 동신대를 대상으로 구축하여 다중 마이크로그리드 간 전력거래 및 열과 전기를 복합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을 실증하였다. 현재 전력계통과 유기적으로 연동하여 공급자원의 관리, 계통해석, 전력품질 관리가 가능한 마이크로그리드 솔루션은 한전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최대 63만개의 데이터 포인트 수용으로 확장성이 뛰어나고 데이터 처리시간과 정확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제표준인 IEC61850 변환기술을 적용해 9종의 통신 프로토콜을 수용할 수 있어 우수한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정부에서 공모한 구미 산업단지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사업에 주관기업으로 참여하여 사업을 수주하였다. 구미 산업단지와 배후단지에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여 에너지 자립률 향상과 탄소배출 저감을 유도하고, 플랫폼을 구축하여 공급자와 수요자간 자유로운 에너지 거래환경 조성을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또한 배전망을 활용한 비상시 재생에너지 공급 및 수요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실증할 예정이다.
앞으로 한전은 스마트그린산단 구축사업 참여 확대를 통해 수요지 인근에서 저탄소 에너지를 스마트하게 생산-소비-거래하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가·중소규모 등 산업단지 특성에 맞는 다양한 에너지자급자족 마이크로그리드 표준모델을 선도적으로 개발·보급하는 등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여 국가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계획이다.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운영플렛폼 개요
한전 마이크로그리드 운영플렛폼 개요
구미산업단지 마이크로그리드 사업개요도
구미산업단지 마이크로그리드 사업개요도
이경윤 한전 에너지신사업처장
이경윤 한전 에너지신사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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