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한전 제주본부장  백 남 길

 

1. CFI 2030 현황
제주의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JEJU 2030, 이하 ‘CFI 2030’)은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제주형 저탄소 녹색성장 구현한다는 것으로 203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고, 운송 수단도 전기자동차만으로 운행함으로써 탄소 없는 섬을 조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CFI 2030 추진 결과, 올해 9월말 현재 제주도내 신재생발전원의 설비용량은 풍력 약 292MW, 태양광 약 624MW(상계거래용 포함) 등으로 전체 발전용량 약 2,251MW의 40.9%를 점유했고, 연간 발전량 비중으로 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최고인 19.2%로 전국평균 7.5%와 비교해도 두배가 훨씬 넘는 수치이다. 제주도내 실제 운행 중인 전기자동차의 비중도 약 8%(32,976대)로 전국 평균 1.5%를 훨씬 웃돌고 있다.

2. 급증하는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
제주도는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자동차의 보급를 통해 청정자연지역을 구축하고 탄소중립분야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급속히 늘어나는 재생에너지의 계통수용성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제기된 지 오래다. 도 전체 전력수요를 초과하는 과잉발전으로 인해 2015년 풍력발전소를 대상으로 3회에 불과했던 출력제어는 2021년에는 64회, 2022년에는 104회로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태양광발전에 대한 출력제어도 2021년 처음 한차례 시작된 이후 2022년 28회까지 늘어나면서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커다란 반발을 사고 있다. 올해 10월 20일 현재까지 태양광발전의 출력제어는 총 57회(풍력발전을 포함한 전체는 105회)로 작년보다 출력제어가 약 2배 증가하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제주계통에 접속 대기 중인 풍력 설비용량은 약 130MW, 태양광 설비용량은 약 387MW, 이외 사업계획 중이거나 준비 중인 것까지 감안하면 1GW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 출력제어는 앞으로 더 빈번해질 공산이 크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의 신재생 발전설비용량은 2030년 3,644MW, 2036년 3,884MW로 확대되어 출력제어률이 약 24%를 웃돌 전망이다. 따라서, CFI 2030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이고 혁신적인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3. 출력제어 최소화 노력
제주의 전기소비유형은 일반용(40.5%), 농사용(25.9%), 주택용(17.4%), 산업용(11.4%) 순이다. 냉난방수요가 적은 봄, 가을철이면 전력수요가 낮아 햇빛이 가장 좋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는 순부하가 감소하며 전기사용량의 절반 가까이를 태양광발전이 공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때는 과잉 공급되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력발전기도 최소로 운전한다. 문제는 수요를 넘어서는 과잉발전도 문제이지만 순간적인 전력계통 고장 시 태양광발전소들이 동시에 멈춰서면서 전력계통이 붕괴되는 블랙아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는 갑작스런 전력계통 불안정에서 비롯된 저주파수, 저전압 시 일부 태양광 인버터들이 지속운전성능(Low Voltage Ride Through, LVRT)을 갖추지 못해 계통에서 탈락하여 순간적인 전력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전력계통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들 LVRT 기능이 없는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출력제어지시가 우선적으로 시행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이들 발전소가 LVRT 성능을 보유한 발전소보다 올해 상반기 출력제어 횟수가 평균 4.5배 더 빈번하였다. 한전은 지난 2022년부터 정부의 그린뉴딜사업과 연계하여 인버터 성능개선 사업(‘23.10월 현재 LVRT 성능 미보유 비율은 당초 72.9%에서 37.8%로 감소)을 지속 추진함으로써 현재 LVRT 성능 미보유 인버터 점유율이 갑작스런 송전망 고장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태양광사업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출력제어 형평성에 대한 민원은 내년부터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재의 태양광 출력제어는 인버터를 원격차단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올해 5월말부터 처음으로 원격제어가 가능한 일부 태양광발전소를 대상으로 발전량을 제어(정격용량의 10~50% 출력조정 제어)하는 방식을 처음 시범운영 하였다. 향후 출력제어 방식은 태양광발전단지를 배전망에서 차단 분리하는 방식보다는 전력의 수요와 공급 등 전력계통상황을 감안 한전의 배전선로관리시스템에 연결하여 출력제어 원격조정 신호에 따라 태양광발전 출력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인버터에 통신제어장치를 설치하는 성능개선사업도 지속 추진하고 있는데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한전 제주본부는 이와같이 계통상황에 따라 태양광 발전량을 증감발 제어하는 방식을 단계적으로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4. 전력계통의 유연성 강화
급증하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문제는 크게 두가지 이다. 첫 번째는 전기수요와 맞게 공급조절이 곤란하다는 문제이고, 두 번째는 회전기인 화력발전기가 정지기인 태양광설비로 대체되어 발생되는 계통관성 부족이다.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통측면에서는 제주-진도 간 제3연계선이 건설 중이다. 이것은 앞서 건설된 2개의 제주-육지 연계선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제주와 육지간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전압형 HVDC방식이다. 평상시 육지로부터 공급받던 전력을 제주의 발전량이 급속히 커질 경우 실시간 육지로 송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출력제어를 완화하기 위해 제주-해남 간 제1연계선을 통해 2021년 처음으로 제주에서 육지로 전력을 역으로 송전했고 현재까지 총 128회를 역송한 바 있다. 문제는 안정적인 HVDC설비 운영을 위해서는 약 6시간의 정지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3연계선이 본격적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훨씬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 문제인 계통관성 부족 문제해결을 위해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설치와 그리드포밍 인버터 기술의 적용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과잉공급되는 전기를 저장하였다가 수요가 많을 때 사용할 수 있다면 계통을 보다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제주도에 ’24년부터 ’26년까지 160MW 규모의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구축계획이 반영되어 있다. 산업부와 한국전력거래소는 장주기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로 재생에너지로 인한 공급과잉시간에 전기를 저장하였다가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저장된 전기를 공급하는 서비스가 거래되는 저탄소 전원중앙계약시장의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 8월에 시범사업으로 2024년까지 약 65MW/260MWh 이상 규모의 배터리 ESS를 구축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했고, 오는 12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제주도에서는 출력제어가 예상될 때 전기소비를 유도하는 플러스DR 등이 시행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월『제주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했고 제주도를 그린수소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만들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수소경제을 바탕으로 한 성장을 한다는 전략이다.
5.『그리수소 글로벌 허브, 제주』를 꿈꾼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출력제한 문제해결을 위해 섹터커플링 기술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계통 유연자원화 기술개발과 실증하는 과제가 여럿 진행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실증 정부 과제 3개가 제주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개발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기반을 가진 제주가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다.
제주도는 지난 9월 제주시 구좌읍 CFI 미래관에 3MW급 수전해 수소생산설비를 준공하였다. 여기서 생산된 수소는 인근 함덕에 있는 수소버스 충전소로 트레일러를 통해 옮겨진다. 이를 시작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2030년까지 세계적 수준인 청정 그린수소 50MW 생산체계를 구축해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허브를 완성하고 에너지대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지역은 지난해 산업부(에너지기술평가원)의 12.5MW급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 장소로 선정되었고, 올해는 제주특별자치도가 2030년까지 30MW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기반기술개발 및 통합실증시설을 구축하는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되었다. 향후 10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민간과 협력하면서 그린수소 글로벌허브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활용하여 다른 에너지로의 대전환 프로젝트가 좀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고 진정한 탄소 없는 섬 제주의 비전이 완성될 것이다.
지난 6월 8일 제주지역의 12개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과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상대로 출력차단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 불가피하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는 송전망과 계통 유연화 인프라 확대도 필요하다. 전 국민이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으로 출력제어 등 불가피한 조치에 대한 발전사업자 이해도 필요하다. 또한, 신규 발전사업자들도 현재 상황에 대한 바른 인식과 냉정한 사업적 판단을 하면서 전력시장에 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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