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황 우 현  교수

논어 위령공편에는 ‘인무원려人無遠慮면 필유근우必有近憂’라는 글이 있다. 2500년 전 공자는 왜 ‘ 사람이 멀리 생각하여 대비치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있다’고 강조했을까? 이것은 전쟁이 빈발한 춘추전국시대를 살아가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가 가장 우선적 생존의 고려대상이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현재의 전력사업 모델은 1920년대 사무엘 인설이 구축한 전기의 생산과 판매, 소비라는 안정적인 사업구조 속에서 지난 100년간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해 왔다. 최근 대외 경영여건과 기후환경 변화로 전력사업의 미래가 점차 불투명해 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누적적자는 크게 늘었고, 온실가스감축, 에너지신산업 등 현안이 계속 부각된다. 이러한 시점에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생존전략과 국내 전력사업 모델의 현황을 분석하고 2030년 글로벌 탄소중립시대의 선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주 무기는 ‘끊임없는 혁신’
먼저, 글로벌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적기에 대응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3년 6월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이 발표한 세계 50대 혁신기업의 순위는 10여 년 내에도 등락이 바뀌고 있다. 20위권 중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던 초일류 기업들이 선두로 군림하다가 시장변화 트렌드를 제때 읽지 못하거나 느슨한 경영으로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면 아예 순위 밖으로 밀려나고, 이름도 생소한 기업들이 당당히 상위로 올라선다. BMW나 토요타와 같은 세계 엔진차 명가가 Tesla, BYD, VinFast와 같은 신생 전기차 기업에게 시총 선두자리를 내주고 판매량도 쫓기고 있다. 특히, 2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IBM과 GE는 2010년 17위인 Apple에게 1위를 내주었고, MS, Google에게도 뒤진다. 이처럼 세계적인 기업들조차 시대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면 신흥 기업에게 밀려나고 만다.
 

2017년 12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총 1000대 기업 순위에는 삼성전자 15위, 현대차 441위, LG화학 532위, 한국전력 628위 등 25개가 포함되었으나, 2022년 8월에는 삼성전자 31위, 현대차 580위, LG화학이 545위이고 한국전력은 순위 밖이다. 결국, 후발기업으로부터 늘 도전을 받는 선두그룹의 주 무기는 언제나 ’끊임없는 혁신‘일 수밖에 없다.

전력사업은 국내외 산업화·정보화 견인의 주역
전력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발전, 송배전, 판매와 소비자로 구성된다. 국내 사업모델은 1898년 1월 고종황제에 의해 설립된 한성전기의 맥을 이어받아 본격화되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정보화의 중심에 서서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이행했다. 기술과 자본이 충분치 않은 여건 속에서도 정부의 정책과 중전기기 제조사, 공사업체, 연구소, 대학, 소비자 등 수많은 연관기관이 합심해 전국 전기공급률 99%를 달성하였고, 초고압 송전망 구축과 배전자동화시스템을 도입 국산화 등 양적 확장에 이은 질적 성장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2009년부터 보다 고도화된 전력망 체계를 구축하고자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전개하며 태양광, 풍력, 전력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시스템 등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결과 주력기업인 전력공기업의 2016년 6월 주가는 주당 62,600원으로 최고가를 달성하였다. 지금의 3배가 넘는다. 불과 6년이 지난 최근 언론 보도는 누적적자가 200조 원에 달해 연일 전기요금 인상이 큰 현안이 되고 있다. 최근 새로운 이해관계자들이 기존 전력사업 모델에 다수 참여하면서 수익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세계 1위 공급신뢰도와 서비스 제공 전력사업 모델의 적자
전력회사는 법에 따라 독점기업형태로 운영되고 경영자나 직원들의 업무처리는 체계화되어 있다. 경영지표 중 전기품질과 연관된 전압 유지율, 정전시간과 같은 공급신뢰도는 세계 1위 수준이다. 특히 정전시간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우수하다. 송배전손실률 관리도 최고이며, 대규모 태풍이나 폭설 같은 큰 자연재해로 돌발정전이 발생해도 1∼2시간 이내에 복구할 수 있다.

또한, 30년이 넘은 아파트 지하의 노후 변압기가 고장 나 엘리베이터가 작동치 않을 때도 주야를 가리지 않고 비상 발전기나 이동용 변압기를 설치해 신속하게 조치한다. 최고의 전문가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전기요금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세계 3위의 1인당 전기소비량, 절약운동 전개 필요
이렇게 질 좋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왜 지난해에는 32조 6천억 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였을까? 요금이 싸고 서비스가 좋으면 소비자의 제품 이용률은 높아져서 당연히 흑자를 기록하여야 하는 데 경영수지는 좋아지지 않는다. 그동안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불요불급한 부동산 매각은 물론 투자와 지출을 줄이고 직원들의 인센티브도 반납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긴축경영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이 상황을 벗어날 길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1인당 전기소비량이 캐나다와 미국 다음으로 많아 세계 3위를 나타내고 있는 건 전기에너지 사용의존도가 선진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전기를 많이 쓰면서 요금은 다른 나라보다 적게 내고 있으니 전력회사 수익구조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게다가 발전 연료비나 인건비, 자재구입비 등이 매년 인상되었으니 시장 논리상 전기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또한, 주요국 전기요금은 가정용의 경우 2021년 OECD 국제에너지기구 발표를 보면 MWh당 독일 380$, 일본 240.2$, 프랑스 228.7$ 순이고, 미국 137.2$, 캐나다 124.5$, 한국은 108.4$로 독일, 일본보다 2∼3배 싼 가격이다. 결국, 경제산업구조가 비슷한 여건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소비자가 전기사용량을 줄여야 전력사업의 정상화가 가능하다. 만일 전기요금 인상이 충분치 않으면 전기사용 절약 운동을 대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이해관계자의 등장과 전력사업의 수익성 저하 요인
그런데 과연 전기요금만 인상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인가? 이 시점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전기요금을 어느 정도 올리고, 내부적인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대응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먼저 경영상 상관지표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전력회사의 신규 고객은 179만 호가 늘었는데, 전력소비량과 최대수요 평균치는 523TWh와 9,044만kW 수준으로 지난 6년간 큰 변동이 없다. 그사이 민간 태양광발전 설비가 빠르게 확충되어 올해 5월까지 26.6GW에 이르러 전력망 연계 비용이 늘고, 2023년 10월 추석 연휴 기간에는 수요가 38GW까지 떨어져 원자력발전 3기를 정비하여 3GW의 전력공급을 중단하고, 1GW를 감발하는 등 발전출력제약 대응시스템 구축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6년에는 주택용 전기요금 6단계 누진제를 3단계로 조정해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었으나 상대적으로 전력회사는 피크싯점의 수익이 줄어드는 요인 되었다. 게다가 전력회사의 전기를 구입하지 않는 자가소비 형태의 신재생발전이 대략 5GW 규모나 되어 그만큼 전력회사 판매수익이 줄어든 셈이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여 전력사업의 수익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전설비 건설이나 송배전망의 증설이 지연되는 효과로 전력설비 투자비 증액의 부담을 더는 이점도 있다. 

또한, 송배전설비는 전국에 1000만기의 지지물, 250만대의 변압기, 58만km의 송배전선로가 설치되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 설비는 경제 성장기인 8, 90년대 주로 확대되었고, 폭우와 폭설, 폭염과 혹한 등 기상에 노출되어 운영 중임에 따라 노후설비 유지비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50만 대 시대의 전력설비보강 비용 증가
더군다나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2022년 말 기준 2,550만대의 엔진차가 전기차로의 전환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전기차는 지난 9월 50만대를 넘어 섰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 배전선로에 충전기가 설치되면서 충전전력이 늘어나 설비용량 증설과 건물이나 아파트의 수전설비 보강 그리고 배전계통의 원격감시제어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요해진다. 이로 인한 전력망의 보강과 지능화부문의 투자가 대규모로 이루어져야 한다. 


2030년 국가 탄소중립 목표 40% 달성과 전력망 역할
주요 선진국의 2030년 온실가스감축 목표비율은 미국이 52%, 일본 42%, 영국 78%이고 우리나라는 40%이다. 이것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각국이 감축량을 제시하고 이행키로 발표한 이후 지난 해 재조정한 규모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727.6백만 톤 중 2030년까지 40%인 291백만 톤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와 같은 신재생발전원의 전환과 산업부문의 에너지이용을 효율화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신재생발전원은 전력계통과 연계운전이 불가피하므로 기존 전력망의 보강과 운영체계의 성능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대표적 화석연료인 석탄, 석유, 가스에너지를 전기화(Electrification)하면 현행 송배전망이 부담하고 있는 전력망 규모보다 2∼3배 이상 증설이 수반된다. 따라서 도심지에 변전소와 배전망 신증설이 어려운 여건에서 탄소중립목표 적기 달성의 부담이 커진다.

전력사업의 공익성과 수익성 최적 밸런스 구축의 한계
이와 같은 복잡한 사업모델의 위기 원인과 극복방안을 검토하였으나 내외부적으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실행이 쉽지 않다. 먼저. 전력사업의 공익성과 수익성의 최적 유지의 한계다.
소비자의 편익을 우선해야 한다면 수익성을 우선할 수 없고, 기업으로서 수익을 고려하면 공익성 유지가 곤란해 결국 이 둘은 양립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발전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고 전력생산비나 신규투자, 노후설비 관리유지비를 선 집행 후 제때 수익을 확보치 못하면 경영악화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수출주도의 국내 산업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경제성장에 지장을 초래하기 쉽다.
특히 중전기기 제조사, 설비관리 및 공사업체, 전기 소비자 등 연관산업과 참여기업이 다양하여 단순히 전기요금 인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 극복과 4차 산업혁명 선도자로의 핵심역할 이행도 고려 하여야 한다. 결국 현재의 고유 사업모델만으로는 수익창출이 어려운 구조이다.

2030년 글로벌 탄소중립시대 선도 5대 혁신전략
이와 같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지구온난화 극복을 선도하기 위한 다섯 가지 혁신전략을 제안한다.
먼저, 경영방식의 표준화다.
전력사업 모델의 공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투자와 설비운영방식을 핵심지표별 표준 매뉴얼화해서 투명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상황을 정부나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투명한 운영시스템을 구축하여 최적 수익을 확보하고, 경영악화 시에도 적기 대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술혁신이다.
대부분 전력사업은 발전소, 변전소, 철탑이나 전주를 설치하여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산업이다. 따라서, 여름철의 폭염과 폭우, 겨울철의 혹한과 폭설 그리고 초강력 태풍이 매년 서너 차례 불어오고, 낙뢰나 까치, 가로수는 물론 주행 중인 차량 충돌로 전력설비 피해와 정전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구축의 고도화와 운영기술의 지능화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혁신 선행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사업다각화로 신수익원 창출이다.
국내 전력사업의 독점적 구조하에서 기존 업역과 사업모델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조직 활력화의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즉, 법이나 제도상 국내에서 충족할 수 없는 수익을 공기업 브랜드와 특징을 앞세워 관련기업군과 함께 Fleet을 조성해 해외시장 진출로 추가 수익을 확보하여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덜고 전력사업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케 하여야 한다.
네 번째는 100년 된 사업모델의 구조 개혁이다.
위와 같은 핵심현안을 해결하려면 기존 사업모델과 경영방식으로는 난관을 헤쳐 나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엔진차가 전기차로, 석탄, 석유발전이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친환경에너지로 대체되는 것처럼 비즈니스모델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2030년 글로벌 탄소중립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100년 사업모델의 발굴과 추진에 적합한 업무영역별 조직과 인력, 서비스체계 재편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인력운영 혁신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략서인 육도삼략에서는 훌륭한 인재영입을 최우선 방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사업모델의 활성화에는 신상필벌을 중시하고 연공서열을 과감하게 타파하여야 한다.
즉, 2030년 미래 경영환경 변화를 예측, 진단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있는 리더십의 전문 경영진 구축과 우수 업무책임자의 전진배치를 통해 선도적 리더그룹이 핵심사업을 이끌어 나가도록 하여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하려 하겠는가? MZ세대의 장점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직원의 역량개발과 성과위주의 인력운영시스템을 정착하여야 한다.

비자득기備者得機,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갈 최적 타이밍, 지금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글로벌 혁신기업의 주된 생존전략은 철저한 능력위주 인력운영과 선제적 기술투자, 현장감 있는 실행으로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며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100년 된 전력사업 모델이 직면한 위기는 주력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새로운 모델을 발굴하고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천려일득千慮一得일지라도 비자득기備者得機다. 즉, ‘천 번을 생각하여 하나를 얻을지라도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는 말처럼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먼저 1루에서 발을 떼고 전력 질주해 2루의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도약해 갈 최적 타이밍은 지금이다.

〈필자 황우현 교수는 중앙대 전기공학과 졸업 이후 서울과학기술대학에서 데이터마이닝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ROTC 소위 임관 후 통신장교로 근무하고, 1986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전력설비 계획, 신설 및 운영업무를 담당하였고, 2002년 배전자동화 국산화와 전국 확대 전담 과장으로 근무하며 정전시간 최소화 기반을 다졌다.
2009년 본사 기술기획팀장, 스마트그리드 실증 기획과 운영 총괄부장을 거쳐 2014년부터 스마트그리드와 전력저장장치 사업개발 처장을 담당했고, 2015년부터 에너지신사업단장으로 근무하며 스마트에너지빌딩, 타운, 시티 구축, 전기차 충전장치 확산,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국내외 사업을 총괄하며 첫 국산 MG 모델을 두바이전력청과 미국령 괌 등에 수출하는데 기여했다.
2017년 한전 제주본부장, 2018년 인재개발원장을 거쳐, 2020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흑자경영과, 2GW 규모 해상풍력사업 기획과 사업화를 주도했다. 2022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스마트그리드공학과 마이크로그리드공학을 강의하고 있고, 스마트에너지타운, 탄소중립도시 등 상용화 정책개발과 연구 중이다. 2023년부터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신재생에너지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대통령 산업포장 외 다수의 장관상, 전기학회 우수논문상 등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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