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을 포함 에너지업계의 모든 정책이 정치논리에
좌지우지되는 현 상황, 전 국민 손실 초래
전력가격이 묶여 있는데 경쟁이라는 것은 허울 뿐

신년 초대석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근처에 있는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서울시민 윈드콰이어 제4회 정기연주회에서 트럼펫을 협연,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던 김문덕 영인에너지솔루션회장(전 한전부사장, 서부발전사장)은 나이와 체력을 고려할 때 앞으로 무대에서 홀로 서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물론 단원들과 같이 앉아서 합주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Soloist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 연주가 고별 콘서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력업계에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그동안 김회장의 삶은 늘 음악과 함께 해왔다. 고등학교 입학 후 밴드반에서 시작한 트럼펫은 군복무 시절 군악대에서, 대학 재학 때는 밤무대에서 연주하는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하였다고 한다.
물론 평생직장인 한국전력에 입사해서 한창 일을 해야 할 시절 20여년간 악기를 놓았었지만, 음악에 대한 그의 소망은 창고에 있던 악기를 틈틈이 만지게 하였고 재직 중에도 여러 곳 오케스트라에 나가 사회봉사 연주를 하곤 했다.
음악대학에서 기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연주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다. 한전 입사전인 1970년대 초반에는 일류악단 소속으로 밤무대에서 연주하여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지난 60년 가까운 세월을 음악과 함께하고 최근 고별 연주회를 마친 소감을 듣기 위해 본지는 영인에너지솔루션 회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김 문 덕
영인에너지솔루션 회장

ㆍ연세대 전기공학과, 미국 MIT 핵공학 석사, 서울대 경영학 석사
ㆍ한국전력공사 부사장, 대한전기학회 회장, 한국서부발전 사장 역임
ㆍ육군사관학교 군악대, KBS 및 TBC 경악단(김인배 악단)
ㆍ라오스 국가최초 윈드밴드 창설(대한민국 해외봉사상 수상)
ㆍ현) 영인 에너지솔루션 회장, LS 에코에너지 사외이사
ㆍ서울시민윈드콰이어 수석
ㆍRC(로터리클럽)윈드오케스트라 수석
ㆍK5 브라스앙상블 단장
ㆍKBS홀 연주 등 독주 경력 다수

고별 연주회를 마친 소감이 어떠신지요 ?
아직 음악을 놓기는 싫습니다. 다만 최근에 나이가 들어서인지 신체적 기능이 떨어져 젊었을 때처럼 할 수 없으니 무대를 혼자서 책임지는 독주는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그 동안 같이했던 서울시민윈드콰이어의 지휘자 안희찬선생께 부탁을 했습니다. 일생 공직생활을 해왔지만, 모든 일들이 내려놓을 때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도 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는, 독주는 못하더라도 음악인들과 같이 어울려 두터운 화음속에 소속감을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동기와 트럼펫 연주자가 된 사연이 있는지요?
음악을 접하게 된 동기가 좀 특이합니다. 초등학교에서 공부는 꽤 잘하는 편이었는데 졸업 후 중학교 입시에 계속 떨어져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로 직접 진학하려고 했지요. 검정고시는 전과목 시험을 봐서 전체 평균 60점이 넘어야 합격인데, 과목별 점수가 40점 미만인 과목이 있으면, 다음 시험 때 과락이 된 과목만 시험을 쳐서 60점을 상회하면 고입 자격이 주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음악과목 시험시간에 형님이 어디서 정답을 구해왔다고 제가 시험 치던 교실 창문에서 저에게 그 정답을 보여주는데 감독선생님한테 적발이 되었어요. 그래서 음악만 빵점 처리가 되었고, 평균점수는 60점이 넘어 합격인데 음악만 과락이 되었습니다. 6개월 후 다음 시험에 음악과목만 60점이 넘으면 고입자격이 주어지니 반년동안 음악공부만 했지요. 감수성도 좋고 총명할 시기에 집중적으로 음악을 공부했으니,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빌리본악단의 진주조개잡이”의 멜로디가 좋아서 라디오를 들으며 악보를 그려냈고, 그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지요. 검정고시로 월반을 해서 남들보다 1년 먼저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니 키가 작아서 맨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역도부, 합창부 등 각 동아리에서 가입하라고 신입생 교실을 도는데, 밴드부 선배가 내게 와서는 귓속말로 “너 덩치가 작아서 뒷자리 큰 애들한테 맨날 얻어 맞을 텐데 밴드부 들어오면 우리가 보호해 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거기에 솔깃해 방과 후에 합주실로 갔고, 선배들이 행진곡을 연주하는데 그 웅장한 화음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겁니다. 그 시절 니니로쏘의 “밤하늘의 트럼펫”이 인기를 끌고 있던 때라 트럼펫을 맡고 싶었는데, 모두 같은 생각이니 처음에 불어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만이 허락되었는데 저는 어찌어찌 소리를 냈었지요. 그래서 트럼펫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전기와 음악은 별 관련이 없는데 어찌해서 다른 두 길을 잘 걸어오셨는지 ?
사실 음악을 전공하려고 준비도 많이 했었는데, 그 시절에는 부모님의 말씀이 법인지라 공과대학을 지원하라는 아버지 말씀을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기자님의 질문에 좀 생뚱맞은 답변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물리학은 모든 학문에 근간이라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 만물이 움직이는 규칙을 살펴 알아내고 일반화하지요. 공학에서는 그 결과를 실용화하여 인류의 생활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서 음의 높낮이(Pitch)는 소리 진동의 빠르기, 즉 주파수(Frequency)에 의해 결정됩니다. 음색은 파형(Wave shape)에 의해 달라지는데, 우리가 악기소리나 목소리를 구분하는 것은 파형을 구분하는 것이지요. 예쁜 Sine 파가 아닌 그 파형의 왜곡형태가 소리의 색갈을 결정합니다. 음악에서의 화성(Harmony)은 높낮이가 다른 여러 음정들의 어울림을 얘기하는데, 음정들의 주파수의 비가 단순할수록 어울림이 좋아집니다. 한 옥타브 차이는 주파수가 2배이고, 솔의 주파수는 도의 1.5배입니다. Frequency(주파수), Wave shape(파형), Harmonics(고조파) 등 전기공학에서도 많이 다루는 문제들 아닌가요? 어찌되었든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그 규칙을 배우고 그것을 활용 동기화(Synchronize)하여 인류의 생활편익을 도모하고 즐거움을 찾아주는 것이 공학자나 음악가의 공통된 존재의미라고 봅니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로서 순간순간 아름다운 표현이 이어져야 하지요. 한순간의 실수가 한 곡의 연주를 망쳐버릴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공직을 맡아 왔는데, 아무리 작은 일이나, 금방 지나칠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가 일생 쌓아온 명예를 허물어뜨리는 사례도 많이 봐 왔습니다. 항상 조심조심 긴장하며 해 나가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제가 모자란 점이 많아 아쉬운 결과를 초래한 적도 많이 있습니다.

한전, 서부발전 등 근무 시 바삐 지내면서도 음악을 계속했던 동기가 있는지요?
전력공기업은 전력공급이라는 본연의 임무 외에도 지역사회의 그늘진 곳에 대한 지원 및 봉사 같은 기능도 수행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지역민원을 무마하고자 하는 얕은 목적의 행위가 아니라 진정으로 공감이 되는 일을 해야겠지요. 사실 보호시설에서 기거하는 장애우와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이동에 제약이 있어 문화시설의 혜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음악회 등의 행사를 정례화 해서 총 15차례 정도 했고, 그러다 보니 연주하는 분 들과 교류가 있게 되어 악기 연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죠.

현재 재직중이신 영인에너지솔루션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
작년에 사명을 영인기술㈜에서 영인에너지솔루션으로 변경했습니다. 회사의 이름이 말하듯 전력에너지에 관한 모든 영역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입니다. 제 띠동갑 한전 선배이신 김영달회장님이 창업주이신데, 처음에는 발변전 설계로 작은 시작을 했으나, 보호배전반 제작 판매로 사세를 키웠고, 해외사업에 공을 들여 미얀마에서 초고압변전소 EPC로 도약을 시키셨지요. 현재는 엔지니어링 회사답게 컨설팅 프로젝트 수주가 많습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변환정책과 맞물려 대규모 해상풍력의 발전력 송전분야 컨설팅사업에 분주합니다.

영인에너지 솔루션이 추구하는 사업방향은 ?
방금 말씀드렸듯이, 그 동안의 노력으로 전력분야 Total Solution Provider로서의 자리매김은 했다고 보여집니다. 모든 전력공급분야, 즉 발송배전의 계획, 설계, 건설, 시험, 운용 등 전분야에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많은 인재들이 모여 있지요. 세계적인 트렌드인 에너지전환을 소화하기엔 너무 부족한 우리나라의 그리드 설비상황에서 할 일이 많다고 보여집니다. 현재 해외 유수 기업들로부터 많은 건수의 컨설팅의뢰가 들어오고 있어 추가 인력확보에 애를 쓰고 있으며 조만간 해상풍력과 원자력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선도하는 기업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동안 부침이 많았던 해외사업도 다각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많은 성과를 냈던 미얀마 사업 외에 아프리카 지역과 캄보디아의 ODA 사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해외시장을 목표로 신제품개발과 시장개척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최근 개발을 완료한 신개념 MOF외에도 개발도상국 대상으로 계량기, 배전반 등이 제작 수출될 것입니다.

현재 한전, 발전사 등 전력에너지 공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데, 하고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
오래전에 자리를 떠난 사람이지만, 작금의 현상은 많이 안타깝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재무상황인데 현재의 구조로서는 당연한 결과이지 싶습니다. 요금을 포함한 에너지업계의 모든 정책이 정치논리에 좌지우지되는 현 상황에서 손해보는 것은 전 국민이 될 수밖에 없지요. 구조개편 당시에도 제기되었었지만 전력가격이 묶여 있는데 경쟁이라는 것은 허울 뿐입니다. 언론에서도 방만한 경영이라고 공기업을 매도하기 보다 원가분석과 국제비교도 해서 그 원인을 파고들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요금조정이 급선무이며, 한전 및 자회사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국민들의 초기부담은 늘어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미래 손실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봅니다. 한전에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사장님이 부임하셨는데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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