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준 한수원 방사성폐기물사업본부장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해외시찰 종착역은 바이킹의 나라 스웨덴이 자랑하는 포스마크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해저동굴 처분시설(SFR)이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지역 주민들의 방문으로 잘 알려진 이곳을 시찰하기 위해 아침 일찍 핀란드를 출발한 우리 일행은 웁살라대학으로 유명한 학문의 도시지역을 지나 SFR이 있는 포스마크에 도착하였다. 포스마크는 발트해의 아늑한 품속에 대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일찍이 덴마크와의 전쟁 시절에 철제 무기를 만들기 위한 시설들로부터 마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우리 시찰단 일행이 도착한 SFR 시설 건물 앞에는 태극기가 게양되어 발트해의 바람에 휘날리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북구 유럽의 선진국 스웨덴에서도 원자력 발전은 전체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스웨덴은 2003년 기준으로 전체 전력 생산량의 50% 가까이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는 세계 10 대 원자력 강국이다. 지리적 특성상 수력 발전소는 대부분이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1999년 바로세바크 1호기가 폐쇄되고 현재 가동되고 있는 발전소는 총 11기로써 655억kWh의 전력량을 생산하고 있다.
스웨덴의 원자력정책은 1979년 미국에서 발생한 TMI사고 직후인 1980년 원자력지속정책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국민다수가 당시 운전 및 건설 중인 12기 원전은 지속한다는 의견이었으나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로 원전폐쇄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여 스웨덴 의회는 1988년에 1995년부터 원전폐쇄에 착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1991년 스웨덴 국회는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서둘러 결정한 것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고, 1994년 스웨덴 정부도 에너지위원회 보고를 통해 2010년까지의 모든 원전폐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2002년6월 원전의 단계적 폐지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지속적인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산업계와 합의를 모색한다는 에너지 정책법안을 의결하고 2003년 스웨덴 원자력 안전훈련센터(KSU) 주관 하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가 바르세보크 2호기의 조기폐쇄에 반대했으며, 찬성은 24%에 불과하였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스웨덴에서는 원자력발전소 조기폐쇄에 대한 반대 여론과 현실적인 대안 부재로 원전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웨덴 정부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인 SFR을 건설하기 위해 4개 민간 전력 회사가 연합하여 1972년 SKB를 설립하고 1980년 원전소재 4개 부지와 원자력연구소가 있는 Studsvik 지역을 대상으로 지질 조사를 실시해 원전소재부지인 포스마크와 오스카샴 두 지역이 처분장부지로 적합하다고 판정하였으며 이들 중 포스마크 지역에 SFR를 건설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또한 원자력관련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지역의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1970~76년 사이에 포스마크 원자력발전시설 건설에 시의회 의원 전원이 찬성하였으며, 1983년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유치와 관련해서는 지역의회 의원 49명중 31명의 찬성으로 관리시설 유치가 승인되었다.
총 처분 용량 6만㎥(30만 드럼, 200리터 기준)인 SFR은 발틱 해변 60m 해저 암반에 동굴 처분방식으로 건설되었다. 2개의 진입동굴로 이루어진 SFR은 직경 30m 높이 70m의 중준위폐기물관리시설인 사일로와 높이 30m 길이 150m 폭 20m의 저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4개의 암반 터널로 구성되어 있는데 1988년 12월 운영을 시작하였다. 관리시설에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과 기타 공업, 의료, 연구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량의 방사성폐기물을 영구처분하고 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포스마크 주변 지자체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타지로 이동하는 주민이 많아 1970년 포스마크에 원자력시설 유치 제안을 정부로부터 받자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어 성공적으로 원전건설이 추진되었고 이를 계기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SFR)이 유치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SFR이 운영된 이래로 시설공개에 따른 방문객 수가 해마다 늘고 있으며 주변지역에 사회간접 시설이 확충됨에 따라 지역 인구도 약 10%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 왔으며 현재는 약 2만명 가량의 주민이 살고 있다.
또한 매 3개월마다 지역신문이나 광고지를 활용하여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으며 환경관리 계획뿐만 아니라 SFR이나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수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시의회에는 정부에서 임명한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안전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 SFR, 원전운영자 및 지역주민들간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스웨덴에서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영구처분장 운영 뿐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 부지 확보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에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부지 공모를 실시하여 총 7개 지역에서 유치 신청이 접수되어 심사결과 최종예비 후보부지로 포스마크와 오스카샴 2개 지역이 선정되어 두 지역이 최종부지로 선정되기 위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이 두 지역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SFR)과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CLAB)이 운영중인 지역으로 타 지역에 비해 원자력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으로 포스마크 지역의 경우 70% 이상의 주민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 유치에 찬성 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우리일행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다
빠듯한 일정 속에 국내의 원자력 전문가분들 및 정부관계자분들과 함께 짧은 기간에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3개국의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을 살펴본 결과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은 어느 개인이나 기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한시설로써 안전하면서도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모두 공감하였다.
우리 세대가 누린 값싸고 안정적인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 에너지의 부산물에 대한 관리 책임이 후 세대로 전가되지 않도록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시설이 하루속히 건설, 운영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염원하면서 북유럽 3개국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시찰기를 마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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