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추구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남이 이룩해 놓은 성과를 과감히 무시해도 된다(?).

자신의 속한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말이지만, 그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난 11일 국내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서 주최한 ‘단일송전 요금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 토론회는 분산형 발전설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제 단일요금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송전요금 체계를 거리에 따라 차등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녹색연합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데는 분산형 전원을 통해 원자력발전설비의 추가 건설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건설된 원전도 폐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환경단체이기 때문에 당연한 주장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논리이다.

송전요금의 거리별로 산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시장경제적인 논리를 그대로 대입하는 것과 같다. 녹색연합 측은 발전원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 등에서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처럼 주장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규모의 수요가 있으면 그만큼 가격을 떨어지게 돼 있다.

발전소 옆이라 해서 전기요금이 내려간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수도권에 비해 수요가 분산돼 있는 경우, 그에 따른 배전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이나 러시아와 같이 수천, 수만 km 떨어진 곳으로 송전하는 것이 아닌 200여km에 불과한 국내 송전거리에 비춰볼 때 더욱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무엇보다 이러한 녹색연합의 논리는 뒤집어보면 송전요금에 시장경제를 더하는, 즉 전력산업구조개편을 계속 추진하자는 논리로 귀결될 수도 있다. 전력계 시민단체, 노동계에서 줄기차게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중단을 요구해 온 점을 감안하면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전력노조 한 관계자가 “전기요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성”이라며 “송전요금에 대한 차등 부과가 아닌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기타의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을 했다.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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