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지난해 12월 마련 계획 / 1월이 다 지나도 깜깜 무소식 / "논란만 계속 부추기는 꼴"

지난해 노동부가 발표한 국가기술자격종목 정비 계획(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가 지난해 12월까지 마련하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아직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고한 국가기술자격검정 시행계획에도 여전히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 없고, 정비계획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계속해서 하지 않고 있어 시험 응시자는 물론 기존 기술자들로부터도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노동부 한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 "자격 통합과 관련해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구체적인 계획안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히고 "특히 이번 계획안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용역의뢰 해 발표한 정비계획(안)은 △자격의 내용과 수준이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격 종목△신기술에 대한 자격 신설로 수검자가 현저히 감소하는 동일 또는 유사한 자격종목△직무수행상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종목은 폐지하고, △기술, 기능의 경계가 불분명한 종목△산업기술변화 및 대체산업의 발달로 기존의 자격으로서 가치가 점점 퇴보하여 통합이 필요한 종목△자격종목간 직무영역이나 검정내용이 유사하거나 중복되어 자격간 통합이 요구되는 종목은 통합하며, △직무범위가 제한적이고 전문성, 희소성이 있는 종목△자격의 성질상 반드시 국가가 관리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종목은 민간에 위탁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노동부의 이러한 계획에 따라 전기기사와 전기공사기사를 전기기사로 통합하고 전기산업기사, 전기공사산업기사, 전기기기산업기사는 전기산업기사로 합쳐지는 등 전기관련 자격이 대폭적으로 변경되게 된다.

또한 전기공사기능장과 전기기기기능장은 전기기능장으로 합쳐지고 전기응용기술사는 폐지된다. 철도신호기사, 전기철도기사, 전기철도산업기사, 철도차량기사, 철도신호산업기사, 철도신호기능사, 전기철도기능사 등의 자격은 철도청으로 위탁, 시행된다.

철도신호기술사와 전기철도기술사도 전기철도기술사로, 원자력발전과 핵연료기술사는 원자력발전기술사로 통합된다.

전기 관련 기술자들은 이러한 노동부의 정비계획에 대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우선 찬성하는 입장은 계획대로 통합이 될 경우 자격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국가자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고, 한사람이 비슷한 자격을 여러 가지 취득해야 하는 불합리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업무의 중복성이 강한 분야의 통합과 시대에 뒤떨어지는 자격을 폐지하는 것은 현재 혼란이 있더라도 장래를 보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통합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주장은 현재처럼 분리돼 있는 상태에서도 자격증이 남발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통합하면 한 자격에 대한 인원이 몇배로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 결국 기술자 개개인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사업자들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점차 사회가 전문화돼가는 현 추세에서 기술자의 자질향상을 위해 기사와 공사로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공단의 탁상행정으로 인하여 기술자의 처우가 하향평준화 되며 기술력 또한 하향평준하가 불가피 해지게 됐다"고 항변하는 기술자도 있다.

가장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분야는 전기공사기사-전기기사 통합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격을 갖고 있는 기술자의 수가 많고, 이미 시장에서의 경쟁이 포화상태에 이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전기공사기사와 전기기사의 업무는 아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은 공사기사는 공사현장에서 도면검토, 공정관리, 작업지시, 자재관리, 설계변경, 기성준공서작성 등 공사제반사항을 담당하는 역할이고 전기기사는 공사준공후 설비의 안전 및 유지관리, 설비의 보수 등을 담당하므로 당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통합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그 일을 한사람한테 사후 관리를 맡기는 것이 적절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지금 전기기사 쪽에서 분야가 틀리다 시험 과목이 틀리다 등등 문제를 제기하는데 전기공사자격증을 가진 사람에게 전기관리를 맡겨서는 되지 않는다는 얘기는 잘못된 지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하면서 좀더 대의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생겨나고 있다.


200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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